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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기억, 유럽 정착의 흔적 애들레이드 힐 Adelaide Hills

South Australia Australia’s Wine Capital
그토록 와인에 빠져

  • Editor. 김선주
  • 입력 2018.06.05 10:35
  • 수정 2018.06.05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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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캥거루를 만나고 야외 소풍도 즐긴다

●야생 캥거루와 모스카토 한 잔


바로사에서 애들레이드 힐(Adelaide Hills)로 떠나는 날 아침, 뜻밖의 선물을 받는다. 야생 캥거루를 찾아 숲을 트레킹하고 숲 속에서 아침을 먹잔다. 바로사 지역을 대표하는 럭셔리 호텔 더 루이스The Louise가 운영하는 ‘캥거루와 함께 아침 식사를(Breakfast with the roos)’이라는 프로그램이다. 매혹적인 만큼 약간의 희생도 따른다. 아침잠이다. 이른 아침 먹이활동이 활발한 캥거루의 생활패턴에 인간이 맞춘다. 호주의 상징 캥거루를, 그것도 야생 캥거루를 만나는데 그 정도 배려쯤이야.

호텔에서 20분쯤 달리니 카이저슈톨 자연보호공원 (Kaiserstuhl Conservation Park)에 도착한다. 캥거루를 찾아 조심스레 발길을 옮긴다. 숲길 트레킹은 호젓한 산책 시간이다. 높다란 고무나무와 키 작은 나무, 그리고 덤불이 어우러져 평화롭다. 두런두런 대화도 잠시, 트레킹 가이드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캥거루 한 쌍이 지켜보고 있다. 갑작스런 출현에 너도나도 다가가니 놀라 사라진다. 그렇게 숨바꼭질 같은 인간의 접근과 캥거루의 회피가 반복된다. 욕심이 생긴 걸까, 배 앞주머니(육아낭)에 새끼를 안고 있는 어미 캥거루도 보고 싶지만 쉽지 않다. 대신 수십 마리의 캥거루를 한 번에 만난다. 무리를 지어서인지 아침 풀 뜯는 데만 집중해 훨씬 수월하게 접근하다. 평상시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궁지에 몰리면 펀치를 날릴 수도 있다는 말이 떠올라 안전거리는 유지한다. 녀석들 먹는 모습을 보니 출출하다. 커다란 고무나무 그루터기 위에 새하얀 테이블보를 깔고 아침 피크닉을 시작한다. 스파클링 모스카토 화이트와인으로 캥거루 와칭 성공을 축하한다. 

코알라 홀드

내친김에 애들레이드 힐에 도착해서도 호주 토종 동물에 집중한다. 코알라다.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안아 볼 수도 있다는 말에 신난다. 이름하여 코알라 홀드(Koala Hold). 고지 와일드라이프 파크(Gorge Wildlife Park)를 여느 동물원과 차별화시키는 요소다. 고지 와일드라이프 파크는 1965년 개장했는데 지금도 개인 소유 동물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5만6,700m²이니 작지 않은 규모인데 최대한 자연 상태와 가깝게 조성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코알라 안기 프로그램도 야생동물을 보다 가깝고 친밀하게 만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하루에 20시간을 자는 녀석이다 보니 안을 수 있는 시각도 정해져 있다. 오후 3시30분, 관리인에 안겨 나온 코알라는 낯가림도 없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찰싹 잘도 안긴다. 유칼립투스 이파리에만 신경을 써서 그렇겠거니 안심하고 덜컥 안는데, 웬걸 네 발로 꽉 쥐고 매달리는 바람에 순간 소스라친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는 호주 와인 생산량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어 ‘호주의 와인 수도’로 불린다. 주도 애들레이드는 바로사, 애들레이드 힐, 맥라렌 등 유명 와인 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애들레이드 힐 지역의 레인 빈야드는 아름다운 경치로도 명성이 높다

●와인의 기억, 정착의 흔적


애들레이드 힐은 애들레이드 동쪽의 와인 지역이다. 애들레이드에서 20분 정도의 거리지만 피카딜리 밸리(Picadilly Valley) 등을 품은 고지대 특유의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여행지로서 인기가 높다. 그래서 1852년 아서 하디(Arthur Hardy)는 피카딜리 밸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여름 별장 마운트 로프티 하우스(Mount Lofty House)를 지었는지 모른다. 당시 그는 이곳에서 애들레이드 상류층을 초대해 파티를 즐겼다. 이제는 하디스 베란다(Hardy's Verandah)라는 고급 레스토랑을 품은 부티크 호텔로 변신했다.

레인 빈야드에서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와인을 마신다

1839년부터 포도나무를 심기 시작했으니 와인지역으로서 역사도 깊다. 현재 애들레이드 힐에는 9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고, 50개 이상의 셀라 도어가 여행객들을 맞는다. 애들레이드 근교여서 그런지 셀라 도어도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하다. 레인 빈야드(The Lane Vineyard)는 와인도 와인이지만 포도밭과, 셀라 도어, 레스토랑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아름다워 누구나 선망하는 웨딩장소로 명성이 높다. 끝 간 데 없이 굽이치며 펼쳐지는 포도밭 구릉을 감상하며 현대적 감각 물씬한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와인과 음식은 호화로움 그 자체다. 독특하기로는 한도르프 힐 와이너리(Hahndorf Hill Winery)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른바 뉴웨이브 와인을 선도한다는 평가다. 특히 와인에 초콜릿을 조화시킨 시음 프로그램 초코와인(ChocoVino)에서 한도르프 힐 와이너리의 색채를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각 와인에 어울리는 초콜릿을 안주로 곁들여 먹는데, 와인과 초콜릿의 상호 상승작용에 감탄한다.  

호주 속의 작은 독일마을로 불리는 한도르프

‘한(Hahn)의 마을’이라는 뜻의 한도르프(Hahndorf)라는 명칭은 1839년 당시 프러시아(독일 북동부)의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떠나온 이주민들의 정착을 도운 더크 한 선장(Captain Dirk Hahn)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호주 속 작은 독일마을’로 불리는 한도르프는 지금도 유럽 정착민들의 흔적을 간직한 채 문화유산마을로 보호 받고 있다. 1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한도르프 여관을 비롯한 각종 독일식 건물이 즐비하고, 독일식 음식과 문화로 채색돼 있어 이색적이다. 애들레이드에서 반나절이나 당일치기 여행지로 제격이다. 


리치 & 링거링(Rich & Lingering)
애들레이드 지역을 중심으로 와인 및 음식 투어를 전문으로 제공한다. 개별 맞춤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와인 및 음식 전문가가 가이드로 동반한다. 
홈페이지: www.richandlingering.com.au
 

포도밭 한가운데 자리 잡아 더욱 이색적인 다렌버그 큐브

 

애들레이드 아래
맥라렌 & 플루리유(McLaren & Fleurieu)


●와인을 닮은 큐브


애들레이드 아래쪽, 그러니까 남쪽은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이 받들고 있다. 자동차로 50분이면 30km에 이르는 해안선이 시원한 경치를 선사하고, 70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풍미를 자극한다. 지중해성 기후와 다양한 종류의 토양, 시원한 해풍은 포도 재배의 이상적인 조건을 완성한다. 그래서 포도 재배 역사도 1850년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렌버그 큐브(d’Arenberg Cube)로 향한다. 맥라렌 베일의 가장 혁신적이고 예술적인 시설로 손꼽힌다. 포도밭 한가운데에 현대미술작품 같은 대형 큐브 모양의 건물이라니…. 어디에서 보아도 분명 생뚱맞고 이질적이지만 그래서 더 매혹적이다. 1912년부터 맥라렌 베일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해 온 오스본(Osborn)가의 4세대인 체스터 오스본(Chester Osborn)이 큐브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혁신과 변화로 다렌버그 와인의 명성을 높인 데 이어 2003년에는 복잡하고 수수께끼 같은 와인 양조법에서 영감을 얻어 큐브도 만들었다. 큐브는 5층 건물인데 1~2층은 와인 감미실, 비디오 아트 룸, 촉각체험 룸, 뮤지엄 등이다. 와인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관이나 다름없다. 나머지 층은 레스토랑과 바, 와인 테이스팅 룸으로 사용하는데, 큐브 자체에 이끌려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플루리유 페닌슐라에서는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긴다

●협곡도 바다도 샅샅이 탐험


맥라렌 베일에서 남쪽으로 조금 더 달리면 플루리유 페닌슐라(Fleurieu Peninsula)다. 와인은 물론 협곡 트레킹부터 스쿠버 다이빙까지 각종 액티비티와 체험거리가 많은 곳이다. 육지와 바다를 모두 품은 반도이니 당연하다. 온카파링가(Onkaparinga) 협곡 탐험에 나선다. 대형 4WD 차량이지만 급경사의 협곡 사면을 내려갈 때는 조마조마하다. 그만큼 짜릿하다는 얘기다. 협곡은 고요하다. 고요를 따라 걷다 보니 제법 너른 터가 나온다. 작은 테이블을 펼치고 화이트 와인을 따르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조금 전 4WD를 운전했던 가이드가 이제는 호주 애보리진의 전통악기 디저리두(Didjeridu)를 연주한다. 양 볼이 터질 듯 한껏 부풀 때마다 나무 관악기는 둔탁하게 울음을 터뜨린다. 협곡으로 메아리친다.

   
플루리유 반도의 바다는 아름답지만 슬픔도 있다. 1888년 7월 화물선 스타 오브 그리스(Star of Greece)가 이곳 포트 윌룽가(Port Willunga) 앞바다에서 폭풍우를 이기지 못하고 침몰했다. 선원 17명이 슬픔 속으로 가라앉았다. 난파선의 일부는 애들레이드 해사박물관에 전시돼 있고 일부는 여전히 바다에 남아 있어 다이빙 포인트가 되었다. 해안 절벽 위에서는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이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아픈 상처와는 별개로 바다와 해안선은 지극히 아름다우니 어쩔 수 없다.

오프피스트 4WD 투어스(offPiste 4WD Tours)
애들레이드 남부 플루리유 페닌슐라(Fluerieu Penninsula) 지역을 중심으로 어드벤처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독특한 외관의 4WD 차량을 이용해 플루리유 페닌슐라 지역의 자연과 음식, 문화를 탐험한다. 
홈페이지: www.offpistetours.com.au

 

글·사진 김선주 기자
취재협조 호주관광청 www.austral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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