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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채워주는 일본여행, 평범해도 특별한 일상으로 빛나다!

  • Editor. 전용언
  • 입력 2018.06.05 14:40
  • 수정 2018.06.05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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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이미 당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 
어디에 가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부산스럽고 유별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여행은 타인의 평범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니까. 
당신의 마음을 채워줄 일본여행을 추천한다. 
 

오사카 남부 사야마시의 소바집 ‘아이’는 메밀 100%의 다양한 소바를 만든다
오사카 남부 사야마시의 소바집 ‘아이’는 메밀 100%의 다양한 소바를 만든다

●마음1
현지의 삶에 가까이 
순도 100%의 소바를 찾아서

나의 여행은 누군가의 일상이다. 현지인의 삶 속으로 가까이 갈 때 여행은 더욱 특별해지겠지! 오사카 시내에서 남쪽으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사야마시, 사람 사는 냄새 물씬한 조용한 주거 지역이다. 이곳의 소바 집 ‘아이’는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가게에 들어선 순간 일본 가정에 들어온 것처럼 정겹다. 대표 메뉴는 단연 소바다. 메밀 100%로 만든 소바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자루 소바, 소바 위에 튀김을 얹고 쯔유를 부어 먹는 텐푸라 붓카게 소바, 오리 고기를 넣은 따뜻한 쯔유에 면을 담가 먹는 카모소바까지 다양하다. 소바는 밀가루와 메밀의 배합에 따라 면의 식감과 구수함이 달라진다. 아이에서는 메밀 100%로 면을 만드는데, 거뭇한 점이 보이는 게 껍질까지 쓰는 것 같다. 맛을 보니 거친 식감이 오히려 신선하다. 살짝 뭉툭하면서도 단단한 것이 메밀밭 자체를 입 안에 다 담은 기분이다. 

도야마현 미술관
도야마현 미술관

●마음2
예술로 120% 여행 
미술관, 놀이터가 되다

놀이 공간으로 미술관이 다채롭게 변모하고 있다. 딱딱하고 어려운 장소가 아니라 여행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현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도야마현 미술관(TAD)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재미있는 현대미술관이다. 3개 층 5개 전시실로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현대미술 거장들의 회화 작품부터 포스터, 디자인 가구까지 소장품만 1만 점이 넘는다. 마티스, 샤갈, 피카소, 앤디 워홀, 호안 미로, 데이비드 호크니까지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격월마다 바뀌는 소장품 전시를 보기 위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다. 분위기 또한 인상적이다. 계단과 2층 복도를 도야마산 삼나무로 감싸 내 집 마루처럼 정감 있고 아늑하다. 아이들에겐 미술관이 동네 놀이터다. 컬렉션 전시를 제외하면 모든 공간이 무료로 운영되고,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많다. 저녁 무렵 옥상에서 보는 운하의 야경도 눈부시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누야마 거리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누야마 거리

 

●마음3
오래된 새로움 
중세 일본의 낭만을 걷다

역사와 전통은 현대와 조화를 이루고 다시 태어날 때 가치를 더한다. 그 오래된 새로움을 만나는 일은 여행자의 특권이다. 예부터 수많은 군웅들이 이누야마를 차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아이치현의 전략적 요충지였거니와 인근 평야의 풍요로움도 컸기 때문이었으리라. 숱한 역사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이누야마 성은 여태껏 한 번도 파괴된 적이 없었다. 일본에서 현존하는 목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됐다. 주변 마을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오래된 상가 건물이 이어지는 거리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이 앉아있다. 언제부터 있었을까 싶은 오래된 구멍가게도 ‘영업 중’이라는 표지를 내걸고 있다. 기모노를 입고 거리를 거니는 이들도, 인력거를 끌며 손님에게 마을을 소개하는 청년에게도 웃음이 가득하다. 모진 역사를 견뎌 낸 마을은 소박하지만, 오래된 새로움으로 반짝인다. 

후쿠오카현 외곽의 공방 겐타가바
후쿠오카현 외곽의 공방 겐타가바

●마음4
장인을 만나는 행운 
흙도둑의 연금술에 반하다

세월을 머금은 기술은 차라리 예술이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장인의 숨결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후쿠오카현 외곽의 호시노야끼 공방 겐타가바에 들렀다. 장인 야마모토 겐타씨가 메이지 이후 맥이 끊겼던 호시노 무라의 도자기를 복원해 이어 나가고 있다. 돗토리현에 살던 그는 80년간이나 맥이 끊긴 도자기를 찾아내 스스로 계승자가 됐다. 가업을 이어받는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 도공이 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지역에서 채취한 철과 구리 성분의 유약으로 붉어진 도자기들은 저마다 오묘한 빛과 무늬들을 지니고 있다. 겐타씨가 찻잔에 녹차를 따르자 마법이 일어났다. 녹차가 반짝반짝 금빛으로 변한 것. 깜짝 놀라 마셔 보니 녹차인 것이 분명하다. 그가 갈고닦은 연금술은 흙을 작품으로, 녹차를 금으로, 한 청년을 장인으로 만들었다. <흙도둑>이라는 책을 냈던 그는 방문객들의 마음도 남김없이 훔쳐 버렸다. 

합장가옥으로 유명한 아이노쿠라
합장가옥으로 유명한 아이노쿠라

●마음5
일본만의 일본다운
어디에도 없는, 갓쇼즈쿠리

특별함은 희소성에서 비롯된다. 오로지 일본에만 있는 것들만큼 일본다운 게 또 있을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이노쿠라 갓쇼즈쿠리 마을, 200여 년 전부터 지어진 합장가옥이 이색적이다. 특유의 뾰족한 지붕 모양이 마치 합장한 손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지붕의 각도를 정삼각형에 가깝게 높이고 두터운 억새로 덮어서 눈이 쌓이지 않도록 한 것이다. 주민 50명 남짓인 아이노쿠라에는 200년 전부터 100년 전 사이 지어진 갓쇼즈쿠리 가옥이 15채 남아 있다. 두께가 70cm에 달하는 억새 지붕은 약 20년마다 한 번씩 교체된다. 집을 짓고 지붕을 이는 모든 과정에는 마을 사람들이 품앗이로 동참한다. 어렵게 지은 집이어서일까. 집집마다 유스케, 조요몬, 소시치, 산고로처럼 사람 이름으로 부른다. 

미야기현 나루코온천의 가이세키
미야기현 나루코온천의 가이세키

●마음6
현지인도 갈망하는
온천욕 뒤 가이세키 향연

때론 현지 음식에서 여행의 참맛을 느낀다. 온천욕 뒤 먹는 일본 전통요리는 그래서 감동적이다. 미야기현 나루코 온천마을은 도호쿠 지방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온천 명소다. 일본 내에 존재하는 온천을 보통 11종의 수질로 분류하는데, 나루코에서만 9종의 수질을 경험해 볼 수 있단다. 원천만 해도 400여 개에 달한다니, 가히 온천 뷔페라고 불러도 좋을 만하다. 센다이시에서 1시간 거리이니, 온천 마니아들이 어찌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나루코 온천은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되는, 일명 ‘미인탕’이다. 바깥 온도와 습도에 따라 물의 색깔이 미묘하게 변하기도 한다. 다음날까지도 촉촉한 피부는 보습력이 뛰어난 온천의 효능을 그대로 입증해 준다. 온천욕 후에 유카타를 입고 즐기는 가이세키는 힐링 그 자체다. 가이세키는 일본의 전통적인 코스 요리다. 

와카야마현 산단베키
와카야마현 산단베키

●마음7
SNS로 자랑하고픈
시간과 자연이 빚은 주상절리

자연이 빚은 절경 앞에서 인간은 할 말을 잃는다.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움에 자랑하고픈 마음도 솟구친다. SNS가 필요하겠지. 산단베키는 높이 50m의 절벽이 2km에 걸쳐 이어지는 주상절리 암벽으로 와카야마를 대표하는 해안 명소다. 시리도록 푸른 바닷물이 암벽에 부딪치면서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저 멀리 반짝이는 물결이 보이고, 그보다 가까운 곳에는 속까지 투명한 바닷물이 보여 바람을 쐬기에 이보다 적합한 곳은 없다. 이곳 지하 36m 아래로 형성된 산단베키 해식 동굴도 함께 보면 더욱 좋다. 오랜 세월 거친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내부가 약 200m에 달하는 동굴이다. 천장에는 지층에 묻혀 있다가 다시 드러난 약 1,600만 년 전의 해저 모래와 진흙 무늬가 새겨져 있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절로 든다.

사가현 남서쪽 가시마시에는 무로마치 시대(1336~1573)부터 술을 빚어 온 유서 깊은 마을 히젠 하마슈쿠가 다있
사가현 남서쪽 가시마시에는 무로마치 시대(1336~1573)부터 술을 빚어 온 유서 깊은 마을 히젠 하마슈쿠가 있다

●마음8
여행이 된 취미
술 익는 마을, 풍미에 취해

취미는 여행의 좋은 길잡이다. 나만의 여행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양조장 투어도 빼놓을 수 없겠다. 사가현 남서쪽 가시마시에는 무로마치 시대(1336~1573)부터 술을 빚어 온 유서 깊은 마을 히젠 하마슈쿠가 있다. 거리에 들어서니 고풍스러운 일본 전통식 가옥이 늘어서 있다. 에도시대에는 역참 마을이자, 항구도시로서 기능했다. 이곳에는 일본 사케와 쇼추(일본식 소주)를 만드는 양조장 6개가 있다. 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물이다. 이곳에서는 마을을 관통해 흐르는 하마가와의 물로 술을 빚어 은은한 단맛이 난다. 일본 내에서도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규슈에서도 술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술 익는 마을답게 곳곳에 금칠을 하거나 도자기로 만든 큰 술통을 전시해 놓았다. 저마다 지켜 온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술 익는 마을 히젠 하마슈쿠의 청정함은 풍미 가득한 사케와 쇼추로 설명된다. 그 풍미에 취한다.

도쿄 시부야의 사진집식당 메구타마
도쿄 시부야의 사진집식당 메구타마

●마음9
특별한 보통날
여행자를 유혹하는 서점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 동네공원 산책하기처럼 평범한 일상도 여행 중이라면 특별한 경험이 된다. 여행자의 특별한 일상이다. 요즘은 매력적인 책 공간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도쿄 시부야의 ‘사진집식당 메구타마’도 그 중 하나다. 겉모습만 보면 옅은 갈색의 목조 건물에 들어선 평범한 식당일뿐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온통 책으로 빼곡하다. 30년 동안 사진평론가로 활동한 이자와 고타로씨가 바로 이 사진집들의 주인이다. 그가 마음 맞는 친구 두 명과 의기투합해 만든 공간이 바로 사진집식당 메구타마다. 점심 메뉴로 전형적인 일본 가정식을 제공하는데, 현미밥은 부드럽고 반찬은 하나하나 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있다. 굳이 사진집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일본 가정식을 먹기 위해 방문해도 좋다. 나도 모르게 “밥 한 공기 더 주세요!”를 외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리=전용언 기자 eo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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