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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풍 골목과 건축물이 그대로, 산 미겔 데 아옌데

San Miguel de Allende

  • Editor. 이동미
  • 입력 2018.06.18 15:01
  • 수정 2018.06.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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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출발한 아에로멕시코 기내에서는 잠을 자지 못했다. 정신이 말똥말똥한 채로 10시간을 넘기고, 14시간의 비행시간을 채우자 비행기는 멕시코시티에 착륙했다. 공항에서 또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산 미겔 데 아옌데로 가는 차에 올랐다. 그때부터 쏟아진 잠에, 거의 기절 상태가 되었다. 4시간 즈음 달려 어딘가에 섰을 때는, 산 미겔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였다. 20시간 넘게 깨어 있는 상태로 맞닥뜨린 도시에는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황금빛을 머금은 오렌지색 도시 풍경을 보자 절로 ‘오 마이 갓!’이 튀어 나왔다. 잠도 달아났다. 그리곤 곧, 헤픈 여자가 되더라도 나는 금방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되리라 직감했다. 진한 갈색과 샛노란색 벽이 이어진 골목골목을 내려올 때는 여기서 몇 개월만 살고 싶다는 성급한 바람도 내가 탄 버스를 따라 내려왔다.  

 라 모라다 호텔에서 내려다본 산 미겔의 구시가지 골목 풍경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은 수세기 전부터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산 미겔은 특히 북미 사람들이 은퇴 후 내려와 사는 도시로 일찌감치 유명했다. 도시는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세워졌다. 멕시코 북서쪽의 사카테카스와 과나후아토에서 은광이 발견되면서 멕시코시티까지 실어 나르는 도로가 생겼고, 그 도로가 산 미겔을 지나며 크게 발전했다. 18세기 중엽에는 당대 뉴욕보다 인구가 많을 정도로 번창했다고 한다. 

1720년에 세워진 성 프란시스코 성당.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종탑에선 아직도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산 미겔 데 아옌데’라는 이름은 1542년 수도사 후안 데 산 미겔의 이름과 멕시코 독립 전쟁의 영웅인 이그나시오 아옌데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바로크 시대부터 19세기 후반의 신고딕 양식까지 보여 주는 건축물이 많은데,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 산 미겔 아르칸헬 교구 교회다. 멕시코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독특한 교회 건축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1570년에 건설됐으나 중간에 붕괴된 이후 19세 말에 완공됐다. 여러 개의 첨탑과 더불어 바로크 양식에 신고딕 양식까지 혼재된 건축물이 압권이다. 창백한 톤의 분홍색 외관도 눈길을 끈다. 교회 안으로 들어서면 수백년 된 종교 그림과 멕시코 독립전쟁 당시의 영웅들이 묻혀 있는 지하실 등 볼거리도 가득하다.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는 월계수 나무 잎 아래의 사람들

산 미겔에 머물며 이 교회 앞을 가장 많이 지나다녔다. 어딜 가나 거쳐 가야 하는 도시의 중심에 있기도 하고, 호텔이 바로 코앞에 있어서이기도 했다. 새벽, 한낮, 이른 저녁, 한밤중 할 것 없이 때마다 오묘하게 핑크빛이 변하는 교회를 마치 정해진 하루 일과처럼 둘러보았다. 밝고 진한 갈색과 노란색 벽을 따라 골목을 지나다닐 때는 마음이 더 설레었다. 길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보다는 헤매고 싶었다. 모던한 갤러리, 소박한 타코 집도 있고 구슬픈 노래가 흘러나오는 칸티나(멕시코 전통 바)도 있었다. 모두가 마법 같았다. 

산 미겔 수공예품 시장
산 미겔 수공예품 시장

산 미겔은 멕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힌다. 2008년에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왜 그런지는, 도시에 도착하면 곧바로 알 수 있다. “그런 도시였어?”라는 놀라움보다는 “그럴 수밖에!”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언덕 위에서의 첫 대면에서부터 알아봤다. 보면 볼수록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도시다.   

말을 타고 산 미겔 데 아옌데의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맞이하는 노을. 코요테 캐니언 어드벤처 사에서 운영하는 인기 상품 중 하나다 ©Coyote Canyon Adventures

●안장 위에서 별이 된 순간


산 미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말을 탔던 4시간을 꼽을 것이다. 산언덕에도 올랐다가 노을도 봤다가, 마을로 내려와 그야말로 ‘스타’가 되었다. 처음에 말을 타러 간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좀 타다 말겠지’ 싶었다. 언덕까지 올라갔다가 마을로 내려올 때까지, 엉덩이가 나갈 정도로 말안장에 앉아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코요테 캐니언 어드벤처 투어 운영자, 로드리고가 말 타는 법을 설명하자 조금씩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몇 가지만 알면 돼요. 한 손으로는 안장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고삐를 걸어 잡으면 돼요. 멈추고 싶으면 이렇게 고삐를 당기고, 빨리 가고 싶으면 양쪽 발뒤꿈치로 옆구리를 동시에 차고. 자, 쉽죠?”

“아니, 잠깐만요. 말이라곤 30분 타 본 게 전부라고요.”


로드리고는 걱정 말라며, 누구나 탈 수 있다고 성의 없이(!) 말하곤 우리의 체형을 보고서 말을 배정해 주었다. 안 타 본 게 없다는 마리엘은 가장 늘씬한 말을, 나와 같이 벌벌 떨고 있던 프랑스 친구 그웬은 중간의 흰색 말을, 그리고 가장 체형이 작은 나는 당나귀 같은 말을 탔다. 나의 말 ‘깁시’는 보이는 풀마다 먹으려고 드는 식성만 빼면, 대부분 얌전하게 걸어 주었다. 훈련이 잘된 말들이라, 그냥 앉아만 있어도 될 정도로 알아서 잘 무리지어 갔다. 가끔 깁시가 신호도 없이 몇 번 냅다 뛸 때면 박자를 못 맞춘 내 엉덩이가 열심히 방아를 찧어 대긴 했지만.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있는 언덕에 오르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 노을이 졌다. 동그랗고 빨간 해가 쏙 떨어졌다. 로드리고는 우리를 이리 세웠다 저리 세웠다 하며 멋진 인증 샷을 남겨 주었고, 돌바닥 길 위에서 또각거리는 말발굽 소리를 들으며 다시 도시로 내려왔다. 노란 가로등에 잠긴 소박한 집들은 운치가 더 넘쳤다. 30분 정도 말을 타고 가다, 오래된 칸티나에 들러 데킬라를 한 잔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말을 타고 산 미겔 교회가 있는 광장에 다다르자 어디선가 마리아치(Mariachi)* 밴드가 나오더니 우리들 말 앞에서 열심히 멕시코 전통노래를 불렀다. 시내에서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은 없기에(더구나 이 밤에) 우리는 순식간에 사람들로 둘러싸였고, 사진과 동영상 세례를 받았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쳐 주던 사람들에게 그웬이 열심히 말을 걸었다. 


“정말 꼭 타 봐요!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노을도 볼 수 있어요. 산 미겔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에요!"
진심이었다. 안쪽 허벅지와 엉덩이가 뻐근했지만.  

*마리아치│멕시코의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악단. 트럼펫, 바이올린 등 연주자들로 구성된다.

 

Must Do in San Miguel de Allende
산 미겔에서 꼭 해야 할 5가지

1. Molcajete 
멕시코 전통 음식, 몰카헤테 먹기 


매운 소스를 좋아하는 멕시코인들의 음식은 한국인들에게도 잘 맞는다. 그중에서도 독특했던 건, 몰카헤테다. 다리가 있는 뜨거운 돌그릇 안에 멕시코 고추와 양파 등을 섞어 만든 매운 소스를 붓고 새우, 쇠고기, 닭고기, 양고기, 치즈, 구운 선인장 등을 넣어 데운 재료들을 토르티야에 싸서 먹는다. 멕시코에 간다면, 익숙한 타코나 케사디야보다는 몰카헤테를 꼭 먹어 볼 것. 

밀라그로스 레스토랑 (Los Milagros)   
주소: Relox 17, Centro, Zona Centro, 37700 San Miguel de Allende, Gto., Mexico
오픈: 월~토요일 13:00~23:00, 일요일 13:00~21:00
전화:  +52 415 152 0097

2. Coyote Canyon Adventures
코요테 캐니언 어드벤처로 말 타기


로드리고 대표가 운영하는 코요테 캐니언 어드벤처 패키지에는 말 타기를 기본으로 반나절, 원데이, 어드벤처 투어 등 다양한 체험 상품이 있다. 노을이 지기 전부터 2시간 동안 말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익스클루시브 홀스백 라이드 인 타운(100USD)’, 마을까지 말을 타고 내려와 마리아치 밴드의 세레나데를 보는 ‘로맨틱 투어(155USD)’ 등이 인기다. 칸티나에 들러 술을 마시는 바 호핑은 패키지 요금에 55USD를 추가하면 된다.

코요테 캐니언 어드벤처  
홈페이지: www.coyotecanyonadventures.com

3. Fabrica la Aurora
파브리카 라 아우로라에서 예술 감상하기 


1902년 직물 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을 갤러리와 가구점, 디자인 상점, 레스토랑, 작가들의 작업실 등이 모인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산 미겔에 오면 꼭 가 보는 필수 여행지 중 하나인 파브리카 라 아우로라에는 갤러리만 51곳이 들어서 있고, 아기자기한 디자인 숍도 많아 다 둘러보려면 최소 3~4시간은 걸린다. 유화와 조각품, 골동품, 서적, 보석 외에도 인테리어 가구와 정원 소품들도 판매하며 작업 중인 예술가들도 볼 수 있다. 피카소, 디에고, 앤디 워홀 컬렉션을 소장한 갤러리도 있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파브리카 라 아우로라  
주소: Calzada de la Aurora S/N, Aurora, 37710 San Miguel de Allende, Gto., Mexico
오픈: 월~토요일 10:00~18:00, 일요일 10:00~17:00  
홈페이지: fabricalaaurora.com 

4. Mercado de Artesanias Lucas Balderas
산 미겔 수공예품 시장에서 쇼핑하기 


세 블록에 걸쳐 골목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현지 시장으로 채소와 과일을 파는 메인 입구를 지나면 수공예품 시장이 이어진다. 귀걸이, 목걸이, 펜던트 등의 액세서리와 세라믹 접시, 램프, 전통 문양의 러그와 옷, 그림과 조각품 등을 판다. 작가나 현지인들이 파는 수공예품들은 정찰제라 가격 흥정이 아예 안 된다. 여러 개 샀다고 깎아 달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산 미겔 수공예품 시장  
주소: Lucas Balderas 15, Centro, Zona Centro, 37700 San Miguel de Allende, Gto., Mexico
오픈: 10:00~18:00

5. La Morada
라 모라다에서 산 미겔 교회 내다보기 


도시의 가장 중심이 되는 산 미겔 교회에서 불과 50m 거리에 라 모라다 호텔이 있다. 아주 작은 부티크 호텔처럼 보이지만, 안뜰이 있는 주변으로 6개의 현대식 스위트룸, 2층에는 20개의 룸이 있다. 최근에 리노베이션을 해 깔끔한 객실은 각각 인테리어가 다르다. 무엇보다 2층  공용 테라스에서 내다보는 산 미겔 교회의 분홍빛 외관이 숨 막힐 정도로 압권이다.

라 모라다 호텔  
주소: Correo 10, Centro, Zona Centro, 37700 San Miguel de Allende, Gto., Mexico  
전화: +52 415 152 1647
홈페이지: lamoradahotel.com.mx 

 

글·사진 이동미  에디터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멕시코관광청 visitmexi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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