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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쌓은 도시 페낭

  • Editor. 전용언
  • 입력 2018.07.02 14:50
  • 수정 2018.07.02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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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경한 경험이었다. 
고작 한 골목을 돌아 들어섰을 뿐인데
방금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과 만난 건.
제각기 다른 향과 색을 지닌 건물들은 
이미 오래 전에 땅따먹기 게임을 끝냈다는 듯 
자연스럽게 저마다의 영역을 지키고 있었다.

조지타운 벽화마을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

●Georgetown
조지타운을 걷는 법


조지타운을 걷고 있으니 마치 구역마다 콘셉트를 달리한 테마파크에 들어선 게 아닌가 싶었다. 세월의 더께가 묻은 유럽풍의 건물 끝자락부터는 인도의 전통복을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었고, 그로부터 한 골목 너머 차이나타운에서는 중국음식 특유의 향이 먼저 마중을 나왔다. 조지타운의 골목은 마치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그려 놓고는 저마다의 마을을 세운 듯했다.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인 조지타운. 재미있는 벽화가 웃음 짓게 한다 Ⓟ이진경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인 조지타운. 재미있는 벽화가 웃음 짓게 한다 Ⓟ이진경

 

1786년 영국은 말레이시아 반도 서부에 위치한 페낭(Penang)섬에 조지타운을 조성하고 해상무역의 거점으로 삼아 약 200년 가까이 점령했다. 자연스럽게 조지타운에서는 빅토리아 시계탑(Queen Victoria Memorial Clocktower), 콘월리스 요새(Fort Cornwallis)를 비롯해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입점한 건물까지, 도시 곳곳에서 영국이 남긴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콘월리스 요새에서는 과거 페낭을 점령했던 영국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콘월리스 요새에서는 과거 페낭을 점령했던 영국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페낭은 말레이시아 내에서 유일하게 화교가 다수를 차지하는 주(州)로, 중국의 사원만 해도 200여 개에 이른다. 중국풍의 건물 중 가장 유명한 페라나칸 맨션(Peranakan Mansion)은 푸른 외관이 두드러져 그린 맨션(Green Mansion)이라고도 불린다. 페라나칸 맨션은 그 이름 자체로 건물의 정체성을 알려 준다. 말레이 반도로 이주해 온 중국인 남성과 말레이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페라나칸은 페낭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페라나칸 문화를 실제로 옮겨 놓았다는 맨션 내부는 수수한 외관과 달리 금이 덧칠해진 화려한 장식들로 치장돼 있다.

페라나칸 맨션에서는 동서양의 다양한 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
페라나칸 맨션에서는 동서양의 다양한 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

 

걸음을 조금 옮겨 도착한 쿠콩시 사원(Khoo Kongsi Temple) 또한 중국 구씨 가문이 세운 사원이다. 도저히 한 가문이 건축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한 사원은 1893년부터 건립에 착수해 몇십 년의 세월을 거쳐 완공됐다. 사원을 둘러보고 나면 이제는 골목을 돌아볼 차례. 조지타운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데에는 트라이쇼(Trishaw)가 최적의 교통수단이다. 햇볕에 잔뜩 데워진 의자에 과감히 몸을 싣고 본격적인 조지타운 탐방을 시작했다.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지타운은 영국과 말레이시아, 중국과 인도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풍파의 흔적이 드리운 거리와 제각기 다른 언어로 쓰인 간판이 그 자체로 문화유산인 셈이다. 그만큼 이방인에게는 낯설고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지만 무엇보다 조지타운의 시그니처는 단연 벽화다. 골목마다 알차게 자리 잡은 벽화는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행자들은 종종 걸음을 멈춰 서서 벽화 옆에 다소곳이 포즈를 취하곤 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손이 거쳐 갔는지, 벽화 옆에는 손바닥 모양으로 그대로 닳거나 패여 있는 벽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벽화를 따라하느라 잔뜩 긴장한 한 아이 앞에서 부모는 행복한 표정으로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조지타운의 대표적인 벽화 옆에서 포즈를 취하는 아이

 

페라나칸 맨션(Peranakan Mansion)
주소: 29, Church St, Georgetown, 10200 George Town, Penang
오픈: 월~일요일 09:30~17:00
전화: +604 264 2929
홈페이지: www.penangmuseum.gov.my/museum
입장료: 성인 20RM, 아동 10RM, 6세 이하 무료

쿠콩시 사원(Khoo Kongsi Temple)
주소: 18, Cannon Square, George Town, Pulau Pinang
오픈: 월~일요일 09:00~17:00
전화: +604 261 4609
홈페이지: www.khookongsi.com.my
입장료: 10RM    


●Outside Georgetown
또 다른 페낭을 만나는 법


조지타운은 페낭의 중심이지만, 다는 아니다.
조금만 벗어나도 페낭은 그 모습을 또 달리한다.


페낭의 꼭대기로
페낭 힐  Penang Hill


날이 맑으면 페낭 시내가 한눈에 펼쳐진다는 페낭 힐. 이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푸니쿨라(Funicular)라는 산악기차에 탑승해야만 했다. 푸니쿨라가 해발 712m까지 거침없이 오르면서 페낭의 전경과 함께 말라카 해변이 아스라하게 보였다. 해발 830m의 페낭 힐은 페낭섬에서 가장 고지대지만, 인근에 사원과 작은 놀이공원을 비롯해 각종 식당과 카페 등이 있어 즐길 거리와 볼 거리도 갖추어져 있다.

푸니쿨라에서 내려 카트를 타고 5분 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몽키 컵(Monkeycup), 파리지옥 카페.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와중에도 올드타운 화이트커피를 고집했다. 커피믹스 3개 분량을 털어 넣은 듯 묵직한 맛을 음미하며 푸른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오래도록 담소를 나누었다. 지표면으로부터 널찍이 떨어진 만큼 이곳에서만큼은 서늘한 페낭을 느낄 수 있다.

Ⓟ이진경

 

페낭 힐(Penang Hill)
주소: Penang Hill, Georgetown, Penang  
오픈: 월~일요일 06:30~23:00
전화: +604 828 8839   penanghill.gov.my
요금: 푸니쿨라 성인 30RM, 학생 15RM, 아동 5RM


페낭, 어쩌면 빈랑
보태니컬 가든 Botanical Gardens


지명의 유래라는 건 늘 유난스럽기는 하지만, 페낭의 작명은 다소 황당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페낭섬에 처음으로 도착한 영국인이 이곳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원주민은 마침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빈랑(Betelnut)나무를 보았고, 그렇게 페낭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페낭에는 빈랑나무가 많다. 특히 조지타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보태니컬 가든에서도 이 빈랑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1884년에 개장한 보태니컬 가든은 식물원 부근에 넓게 펼쳐진 폭포가 유명해 폭포 정원으로 불리기도 한단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현지인들의 웨딩촬영 장소로도 애용되는 보태니컬 가든에는 아마존강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 수련, 캐논볼 트리(Cannonball Tree) 등 이색 식물, 100년 이상 된 다양한 고목을 관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동안 미세먼지에 지독하게 당했던 탓일까. 보태니컬 가든의 쾌적함이 더욱 간절하게 다가왔다. 공원 곳곳에는 머카크 원숭이, 검은잎 원숭이가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사람이 무섭지 않은지 푸른색의 수풀 사이로 거리낌 없이 모습을 드러내며 반겼다.

 

보태니컬 가든 Botanical Gardens
주소: 673A, Jalan Kebun Bunga, Pulau Tikus, 10350 George Town, Pulau Pinang
오픈: 월~일요일 05:00~20:00
전화: +604 226 4401
홈페이지: botanicalgardens.penang.gov.my
입장료: 무료


2위안짜리 소원
켁록시 사원  Kek Lok Si Temple


말레이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불교사원이라는 그 명성답게 켁록시 사원에는 목을 한껏 젖혀서 봐야 할 만큼 거대한 불상이 자리하고 있다. 웅장한 풍채와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던 사원 안에서는 각기 다른 종류의 리본을 골라 소원을 빌 수 있었다. 디즈니 만화의 리본을 핑킹가위로 투박하게 잘라낸 조악한 모양새에 비해 리본의 선택지는 꽤나 다양했다. ‘공손하게(Obediently)’나 ‘부모님 말씀 잘 듣기(Listen to Mom And Dad)’ 등의 귀여운 소원부터 ‘추가 정보(More Information)’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리본까지 총 22개의 소원을 고를 수 있었다. 단번에 눈에 들어온 건 ‘세계 평화(World Peace)’였다. 세계평화로 말미암아 부디 평양냉면 투어가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지갑 속에 오래도록 묵혀 두었던 2위안을 기꺼이 꺼냈다. 

 

켁록시 사원 Kek Lok Si Temple
주소: Kek Lok Si Temple, 11500 Air Itam, Penang  
오픈: 월~일요일 09:00~18:00
전화: +604 828 3317
홈페이지: kekloksitemple.com
입장료: 사원 무료 입장, 파고다 입장 2RM, 리프트 편도 3RM

조지타운 벽화

 

▶travel  info

AIRLINE
말레이시아항공이 인천-쿠알라룸푸르 직항편을 운항한다. 약 6시간 35분 소요되며. 쿠알라룸푸르에서 페낭까지는 국내선으로 약 55분 가량 비행한다.


TIME
말레이시아가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TAX
말레이시아가 2017년 9월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세를 부과하면서 숙박시설 투숙시 1박당 세금 10RM(약 2,800원)을 호텔에 지불해야 한다. 


WEATHER
페낭섬은 몬순기후의 영향력으로 습도가 높은 편이며 연중 한국의 여름철 날씨와 비슷하다. 우기와 건기가 있지만 연 평균 기온은 21~31도 사이다.

 

TRANSPORTATION
트라이쇼Trishaw
시티투어 버스, 무료 셔틀 버스 등 페낭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의 선택지는 다양하지만 조지타운 시내관광에는 삼륜자전거인 트라이쇼가 제격이다. 페낭의 트라이쇼는 꽃마차를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하게 치장돼 있으며, 이를 이용해 조지타운 내의 주요 명소 곳곳을 적당한 속도로 둘러볼 수 있다. 트라이쇼를 타고 골목 하나를 꺾을 때마다 달라지는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묘미다. 

 

RELIGION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정해 대부분의 공휴일과 행사가 이슬람교 기념일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이슬람교에서 가장 큰 종교 의식 중 하나인 라마단은 6~7월경 약 한 달 동안 일출부터 일몰 시간까지 금식을 진행한다. 금식을 통해 굶주림을 체험하고 알라에 대한 믿음을 시험하는 의식으로, 일몰이 지나고 아잔(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울린 후 첫 식사를 하는데 이를 이프타르(Iftar)라 한다. 라마단 기간 중 낮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가 많다.

글·사진 전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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