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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꾸고, 보호하는 치앙라이

은지와 인경이의 처음 만나는 치앙라이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8.08.03 15:23
  • 수정 2018.08.06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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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 뚱 로열 빌라 앞. 스위스와 비슷한 풍경을 골라 지은 왕실 별장이다
도이 뚱 로열 빌라 앞. 스위스와 비슷한 풍경을 골라 지은 왕실 별장이다

 

●여왕처럼 걷는 정원


도이 뚱(Doi Tung)에 도착해 점심을 먹는 중이었다. 하루에 한번은 꼭 쏟아지는 폭우. 야외였지만 천막이 비를 충분히 가려 주어 다행이었다. 쏟아지는 폭우에 모든 것이 멈추어버렸다.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커다란 쉼표가 선물처럼 왔다. 20여 분의 달콤하고 시원한 휴식이었다. 


비가 그치자 달팽이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땅이 마르기 전에 한 걸음이라도 더 움직이려는 듯했다. 우리도 서둘러야지. 달팽이를 앞질러 1,630m 높이의 산 중턱에 세워진 도이 뚱 로열 빌라(Doi Tung Royal Villa)를 방문했다.

지난해 서거한 푸미폰 국왕의 어머니가 지은 별장이다. 소문대로 집 앞 전망이 기가 막혔다. 스위스에서 유학을 한 그녀는 1987년 이곳에 별장을 지었다. 태국에서 스위스와 가장 비슷한 풍경을 여기에서 찾은 것이다. 별장 역시 스위스의 샬레로 건축했는데, 약간의 란나 스타일이 가미되어 독창적인 결과물이 나왔다. 실크 벽지가 입혀진 가장 넓은 홀에는 그림 등 예술품과 그녀의 일상생활을 보여 주는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선과 교육 사업에 앞장섰다는 그녀의 기품 있는 삶이 투영되어 보였다. 

도이 뚱 로열 빌라

저택의 앞쪽 풍경이 중첩된 산의 실루엣이라면, 뒤쪽은 화훼박람회를 떠올릴 만큼 화려한 정원이다. 화초 가꾸기를 좋아했던 그녀의 취향이 반영된 매 파 루앙 가든(Mae Fah Luang Garden)이다. 섹션별로 잘 정리된 신기한 수종의 나무와 피튜니아와 진달래, 난 등 화려한 꽃은 들여다볼수록 신기했다.

인경이 나뭇가지 위에서 조용히 몸을 떨고 있는 아기 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사이 은지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결한 30m 높이의 공중다리, 트리 톱 워크(Tree Top Walk)에 올라갔다.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의 산책이다.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준비 과정은 집라인을 타는 것과 동일했다.

로프로 만들어진 다리는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출렁거렸지만 리듬감이 있어서 더 안정적이었다. 7개의 다리를 건너는 총 300m 길이의 느린 공중 산책 동안 좋았던 것은 나무뿐 아니라 숲을 볼 수 있었다는 점. 한바탕 비가 내리고 난 뒤의 숲은 더욱 푸르고 촉촉하기만 했다. 다리에서 내려오니 인경이 시원한 도이 뚱 커피를 건네주었다. 치앙라이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브랜드인데, 의외로 판매점이 많지 않다. 도이 뚱이 아니면 공항에서 맛볼 수 있다. 

푸미폰 국왕의 어머니가 정성껏 가꾼 매 파 루앙 가든

Doi Tung
홈페이지: www.doitung.org

Doi Tung Royal Villa
오픈: 07:00~18:00
입장료: 90B

Mae Fah Luang Garden
오픈: 06:30~18:00
입장료: 90B 


●코끼리 자립 프로젝트 


접근 금지! 코끼리에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 무엇을 하는 걸까? 코끼리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다. 오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이른 아침 도착한 엘리펀트 밸리(Elephant Valley Thailand)에서는 벌목장, 채석장, 서커스에서 구출한 코끼리들을 자연상태로 회복시켜 주는 장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코끼리 트레킹도 쇼도 없고, 코끼리와의 수영은 물론이고 만지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그들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달콤한 향이 나는 화장품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것 투성인데, 마음이 편하다. 코끼리들이 편해 보였으니까. 

멸종위기의 아시아 코끼리를 보호 중인 엘리펀트 밸리에는 사람을 위한 길이 없다
멸종위기의 아시아 코끼리를 보호 중인 엘리펀트 밸리에는 사람을 위한 길이 없다

엘리펀트 밸리는 2007년에 캄보디아에 첫 번째 캠프를 열었고, 치앙라이 캠프는 2016년 성탄절에 운영을 시작했다. 원래 농경지였던 땅에서 인공 구조물을 모두 걷어내고 콘크리트, 나사못 등을 치우는 데만 반년 이상이 걸렸다고. 50년 전만 해도 10만 마리에 이르렀다는 아시아 코끼리는 현재 3,000여 마리로 줄어들어 멸종위기종이 됐다.

그중 여섯 마리가 치앙라이 숲 속에 살고 있다. 사연을 알고 나니 애틋해졌다. 짧은 만남이 이뤄지는 시간은 바나나를 먹이는 시간. 은지와 인경이는 6마리 모두에게 골고루 바나나가 배분되도록 신경을 썼다. 물론 아기 코끼리에게 더 정이 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방문객이나 봉사자는 짧게는 한나절, 길게는 2주까지 머물 수 있다. 

코끼리들은 하루 종일 자유롭게 이동하며 풀을 먹는다. 어떤 훈련도 구속도 없다
코끼리들은 하루 종일 자유롭게 이동하며 풀을 먹는다. 어떤 훈련도 구속도 없다

코끼리를 먹이고 나니 우리도 출출해졌다. 소박한 접시에 담겨 나온 태국 북부 요리들을 나눠 먹은 테이블 옆자리에 캠프의 매니저가 동석했다. 우리가 태국관광청의 추천으로 이곳을 방문했다고 하자, “그래요? 굿 뉴스네요!”라고 말하는 캠프 매니저의 반응에는 놀라움과 냉소가 섞여 있었다. 코끼리 보호에 적극적이지 않은 기업체와 밀렵꾼을 상대하는 동안 그도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바나나를 주는 인경
바나나를 주는 인경

Elephant Valley Thailand  
요금: Half Day Program 1,400B(점식식사, 왕복 차량 제공)
전화: 095 4521 974  
홈페이지: www.elephantvalleys.com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정흠  
취재협조 태국관광청 www.visitthailan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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