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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완에서 룩소르까지, 나일강 크루즈

  • Editor. 이동미
  • 입력 2018.08.06 09:30
  • 수정 2018.08.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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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이집트의 전통 배, 펠루카를 타고 아스완의 동안과 서안을 둘러보았다
나무로 만든 이집트의 전통 배, 펠루카를 타고 아스완의 동안과 서안을 둘러보았다

●아스완에서 룩소르까지, 나일강 크루즈

 
카이로에서 비행기를 타고 늦은 오후 아스완(Aswan)에 도착했다. 아스완은 나일강 크루즈가 시작하는 출발지다. 이집트 남부의 아스완에서 콤옴보, 에드푸를 거쳐 룩소르까지 올라갈 계획이었다. 일정에 따라서는 룩소르에서 남부로 가는 크루즈를 선택할 수도 있다. 

아길리카섬으로 가는 배를 타러 가는 길. 선착장까지 기념품을 파는 노점이 늘어서 있다
아길리카섬으로 가는 배를 타러 가는 길. 선착장까지 기념품을 파는 노점이 늘어서 있다

“웰컴 홈!” 체크인을 하기 위해 배에 올라타니 지배인이 인사를 건넸다. 뫼벤픽 크루즈는 앞으로 4박 5일 동안 우리들의 집이 될 터였다. 우리가 탑승한 배는 리버 크루즈이기 때문에 모든 시설을 콤팩트하게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지중해나 카리브해를 떠다니는 대형 오션 크루즈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1층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2층과 3층은 객실, 갑판 위에는 작은 수영장과 선 베드, 푹신한 소파 등이 마련되어 있는 야외 자리가 있다. 객실은 수퍼 킹 사이즈의 침대와 2인용 탁자, 그리고 빈티지한 욕실로 알차게 채워져 있었다.

아스완에 정박해 있는 배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다음날 아침 일정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향한 곳은 ‘필레 신전’. 필레섬에 있던 신전으로, 아스완 하이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될 위기에 놓였던 것을 다행스럽게도 1972년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아길리카섬으로 옮긴 것이다. 신전을 이전할 때 4만 개의 조각으로 잘라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붙여가며 다시 복원했다고 하니, 엄청나게 대대적인 작업이었을 것이다. 필레 신전은 고대 이집트의 주요 신 중 하나인 ‘이시스(Isis)’를 모신 곳이다. 이집트인이 세운 마지막 왕조인 30왕조 때 건축을 시작해 이후 알렉산더 대왕이 세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 BC 332~30에 완성되었다. 

필레 신전의 제2탑문. 10개의 기둥이 있는 작은 공간으로 탑문 벽 오른쪽에 이 신전의 주인인 이시스와 호루스가 새겨져 있다  3
필레 신전의 제2탑문. 10개의 기둥이 있는 작은 공간으로 탑문 벽 오른쪽에 이 신전의 주인인 이시스와 호루스가 새겨져 있다

 

그리스인에 의해 시작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고대 이집트 왕조와 종교, 문화를 그대로 계승해 전성기를 누렸다. 많은 신전들이 바로 이 시기에 지어졌으며, 수천년 동안 사용해 온 이집트의 신성문자와 종교의식 역시 꾸준히 행해졌다. 기원전 30년, 클레오파트라 7세가 자살하고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로마의 속국이 되면서 신전들은 폐쇄되었다. 로마는 기독교 외의 모든 신과 종교를 이단으로 단정했기 때문이다. AD 550년에 지어진 필레 신전을 마지막으로 고대 이집트의 신전들은 모두 폐쇄되었으며, 진정한 의미의 이집트 문명도 끝을 맺게 된 셈이다. 

제2탑문 안의 마당 오른쪽에는 머리 부분의 연꽃 위에 하토르 여신의 얼굴이 조각된 원기둥들이 있다
제2탑문 안의 마당 오른쪽에는 머리 부분의 연꽃 위에 하토르 여신의 얼굴이 조각된 원기둥들이 있다

▶이집트 나일강 크루즈 Egypt Nile River Cruise
이집트 룩소르나 아스완을 기점으로 중간 기착지인 콤옴보, 에드푸, 에스나 같은 도시를 들러 주요 유적지를 둘러보는 크루즈 상품이다. 3박 4일 혹은 4박 5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크루즈는 매일 출항하지만 요일에 따라 배의 종류와 등급이 다양하다. 크루즈 자체의 등급과 시기에 따라서도 요금이 달라진다. 나일강 리버 크루즈는 2성급에서 6성급까지 있는데 여행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등급은 5성급이다. 이번에 이용한 뫼벤픽 로열 로투스는 5성급 크루즈로, 60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크루즈 상품에는 공항 픽업 서비스, 기착지 투어, 펠루카 체험, 마차투어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모든 식사는 배 안의 레스토랑에서 제공한다. 전 식사가 뷔페로 나오는 것은 아니며, 식사마다 잘 선정된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음식은 중동과 서양요리가 주로 나오는데 동양인에게도 잘 맞는다. 
홈페이지: www.movenpick.com/en/africa/egypt/cruise/cruise-royal-lotus 
 

●햇빛도 아플 수가 있더라


아이러니하게도 이집트의 마지막 신전을 이집트에서 첫 번째로 만났다. 덕분에 필레 신전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양쪽으로 늘어선 열주 기둥과 광장 뒤로 보이는 거대한 제1탑문에는 프톨레마이오스 12세가 적을 물리치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문의 오른편에는 신전의 주신인 이시스와 이시스의 아들 호루스, 호루스의 부인인 하토르가 부조로 새겨져 있다. 두 번째 탑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바닥은 점점 높아지고 천장은 점점 낮아진다. 어둡고 깊은 공간, 지성소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이곳에는 이시스의 신성한 범선이 놓여 있던 화강암 받침대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필레 신전을 전부 돌아보고 시계를 보니 아침 10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헌데 태양의 열기는 한낮의 온도를 훨씬 넘어 가고 있었다. 아스완이 있는 이집트 남부의 날씨는 5월만 해도 46도까지 치솟기 때문에 늦어도 오전 11시 정도에는 크루즈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곤 늦은 오후 다시 투어를 시작한다. 고작 오전 일찍 필레 신전만 둘러보고 왔는데 더위를 한 움큼 먹어 버렸다. 하지만 그건 더위도 아니었다는 걸 다음날 에드푸 신전에서 느꼈다. 일정상 한낮에 에드푸 신전을 방문했는데, 이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픈’ 더위를 느꼈다. 강렬한 태양 빛이 화살이 되어 드러난 내 모든 부위를 찔러대는 느낌이었다.

이른 시간 신전을 방문하고 낮에는 선탠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크루즈의 승객들
이른 시간 신전을 방문하고 낮에는 선탠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크루즈의 승객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대표 신전을 가다 


늦은 밤 아스완을 출발한 크루즈는 새로운 여행지를 향해 힘차게 항해했다. 이른 아침, 창문을 열자 처음 보는 도시 위로 동이 트고 있었다. 크루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멋진 순간이었다. 곧장 ‘콤옴보 신전’으로 향했다. 이곳은 악어머리 형상을 하고 있는 ‘소베크 신’과 매의 형상을 한 ‘호루스 신’을 모시는 신전이다. 두 개의 신전을 결합해 하나의 신전으로 만들었는데, 보통 이집트 신전이 동서축으로 건설된 것과 달리 콤옴보 신전은 남북을 축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콤옴보에는 악어로 가득한 섬이 있다고 한다. 과거 이집트 사람들은 두려운 악어의 존재를 신으로 숭배함으로써,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신전 곳곳에는 파라오가 소베크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부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전 근처에는 악어를 미이라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는 악어 박물관도 위치해 있다. 

이른 시간 신전을 방문하고 낮에는 선탠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크루즈의 승객들
19개의 기둥이 있는 콤옴보 신전의 첫  번째 열주실

 

콤옴보를 돌아본 뒤, 크루즈를 타고 에드푸로 향했다. 나일강을 따라 철렁이는 배의 움직임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 놓치기 싫었다. 결국 그 뜨거운 햇빛 아래 누워 선탠을 즐겼다. 오랜만에 가져 보는 여유로운 시간이 그저 평화로울 따름이었다. 4시간쯤 지났을까, 에드푸에 도착했다. 크루즈에서 여유로이 점심 식사를 즐긴 뒤 ‘에드푸 신전’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마차를 이용했는데, 선탠 후 입은 반바지가 화근이었다. 오후 1시의 이글거리는 태양이 드러난 다리 위로 사정없이 꽂혔고, 선탠으로 이미 익은 다리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집트의 태양은 필히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콤옴보, 에스나 신전과 함께 에드푸 신전은 프톨레미 왕조의 대표 신전으로 꼽히는데, 혼이 나갈 것만 같던 더위 때문에 신전을 자세히 둘러볼 정신이 없었다. 호루스에게 봉헌된 에드푸 신전 역시 필레 신전처럼 거대한 탑문이 있으며, 프톨레미 12세가 파라오 앞에서 적의 머리를 잡고 내리치려는 모습도 똑같이 새겨져 있다. 모래사막에 묻혀 있던 에드푸 신전은 1860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기원전 237년에 짓기 시작해 100년 동안 만들어진 신전, 살인적인 날씨만 아니었다면,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을 텐데. 크루즈로 돌아온 나는 거의 혼절 직전이었다. 

 

글·사진 이동미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이집트관광청 Egypt.travel/en, 02 226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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