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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삼양동의 그 여름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8.09.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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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소현 기자
천소현 기자

더워도 너무 더웠지요. 지금쯤은 조금 살 만하고 쾌적하신지요. 지난 계절만큼 가을을 간절하게 기다렸던 적이 없었습니다. 에어컨이 없었던 저는 특히 더 그랬답니다. 9월 달력의 마지막에는 가지런히 추석 연휴도 걸려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이번 더위에 기록을 양보한 지난 큰 더위, 그러니까 1994년의 뜨거운 여름에 저는 삼양동에 살고 있었습니다. 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삶의 문제와 해법 찾기를 위해 옥탑방 한 달 살이를 했던 바로 그 서울 강북의 삼양동입니다. 제가 살던 구역은 오래 전 재개발로 아파트가 되었지만, 94년에는 마을버스도 닿지 않는 산동네 비탈길이었습니다. 이상한 건 기억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무던히도 비탈길을 오르내렸을 그해의 제 기억에는 견딜 수 없이 힘든 더위가 빠져 있으니까요. 바깥세상보다 제 안이 더 뜨거웠던 대학 1학년이었나 봅니다. 


지난여름의 기억은 아직 생생하고, 진저리가 납니다. 하지만 먼 훗날, 이 여름은 어떤 시절로 기억될까요. 박원순 시장은 혹독했던 삼양동의 여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저는 그만 고집을 꺾고 에어컨을 장만하기로 했고, 그는 강북 개발 청사진을 내놓았습니다. 이제 구석구석 공평하게 시원한 바람이 들게 되려나요. 더위의 고통은 점점 희미해지고도, 뜨거웠던 마음은 오래 남기를 바랍니다. 


9월호에는 따끈한 에티오피아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두 번에 걸쳐 22일이나 에티오피아 여행을 다녀왔던 최갑수 작가는 돌아와 내내 ‘벼룩의 습격’ 이야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벼룩 무용담은 폭염처럼 지나가는 것이었나 봅니다. 다시 가라고 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짐을 싸겠다네요. 그는 에티오피아의 무엇에 단단히 홀린 것일까요. 유쾌한 그의 글담에 빠져 보시죠. 


<트래비> 팀장 천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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