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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to Goto] 고토를 여행하는 방법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8.10.01 15:01
  • 수정 2018.10.01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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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쿠지마

 

우리가 고토로 간 이유


고토열도가 성지순례의 한 코스로만 알려져 있어서인지, 자연을 만끽했다는 여행기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구성된 6명의 고토열도 원정대의 미션은 알려지지 않은 비경을 속속들이 만나고 오는 것이었다. 순례자가 아닌 여행자로, 특별히 캠퍼로서 말이다. 

노자키지마
오지카지마

우리가 여행한 고토(五島), 즉 5개의 섬은 원래 고토의 주요 섬 5개와는 달랐다. 나가사키 사세보에서 배를 타고 고토열도를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동선을 짰다. 첫 밤은 우쿠지마(宇久島), 둘째 밤은 노자키지마(野崎島), 3일과 4일째 밤은 나카도리지마(中通島), 5일과 6일째 밤은 후쿠에지마(福江島)에서 보내고 다시 나가사키를 거쳐 귀국했다. 고토열도는 섬이라서 보존될 수 있었던 깨끗한 자연과 고립감을 토양으로 생명력을 키워 온 기독교공동체 문화, 섬 특유의 느슨한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여행의 기본 콘셉트는 캠핑이었고, 여의치 않을 땐 로지를 이용했다. 작은 섬은 자전거를 대여해서 일주했고, 걸어서 다닌 섬도 있었으며, 렌터카를 대여해서 돌기도 했다. 저녁과 아침 식사는 마트에서 구입한 재료로 요리해 먹었고, 점심은 정겨운 섬 밥상이었다. 폭염과 태풍과도 사이좋게 지내며 틈날 때마다 스노클링, 낚시를 즐겼다. 무거운 짐은 나눠 들고, 성게에 찔린 가시를 뽑아 주고, 서로의 옷을 섞어 한 세탁기에 돌리며 가족이 되어 간 여행. 이들이라면 어디든 같이 가고 싶고, 고토라면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다. 

고토열도
고토는 일본 나가사키현(長崎縣)의 서쪽 140여 개의 유·무인도가 이어진 열도다. 주요 섬은 5개인데(그래서 이름이 고토(五島, 오도)다), 나카도리지마(中通島)와 와카마쓰지마(若松島)를 ‘위쪽 고토’를 뜻하는 가미고토(上五島)라고 부르고, 후쿠에지마(福江島)·히사카지마(久賀島)·나루시마(奈留島)를 ‘아래쪽 고토’라는 뜻으로 시모고토(下五島)라고 부른다. 한국에는 나가사키와 함께 성지순례 여행지로만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이 사이카이국립공원(西海國立公園)에 속해 있을 정도로 바다 비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가 다시 고토를 가야 할 이유


일주일 동안 5개의 섬을 이동했으니, 본 만큼만 알 뿐이다. 우리의 일정은 대부분 각 섬의 주요 명소들을 답사하는 데 큰 비중을 두었으니 섬의 문화를 배우거나 섬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 고토의 위상이나 역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독교 유산에 대해서도 깊이 접근하지 않았다. 순례라는 고토열도의 익숙한 여행법을 멀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이 역시 일종의 순례였다. 여행은 때로 일상의 박해로부터 멀리 피신하는 일이 아닌가. 그 가장 좋은 은신처가 섬이라는 것은, 섬을 여행할수록 확신하게 되는 사실이다. 일본 본토보다 가깝지만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고토는 이제 열도라는 덩어리가 아니라 하나하나의 섬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중 어느 곳을 골라 다시 가 볼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 올해 안으로 꼭 노자키지마에 다시 가겠노라는 누군가의 약속은 이미 공표된 것이고, 나 역시 어느 날은 오지카지마의 섬 밥상이 그리웠다가, 어떤 날은 후쿠에지마의 바닷가 캠핑장에 눕고 싶어진다. 아직 가보지 못한 히사카지마도, 나루시마도 궁금하다. 징검징검 섬들을 건너며 만나게 될 또 다른 세상들이 궁금하다.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민수(아볼타) 
취재협조 (주)엔타비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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