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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당진에서 인생사진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8.12.03 09:05
  • 수정 2018.12.05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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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오픈한 우리나라 유일의 순교미술관. 얕은 언덕 위에 평온하게 앉아 있다
지난해 오픈한 우리나라 유일의 순교미술관. 얕은 언덕 위에 평온하게 앉아 있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데 이왕이면 그럴듯한 풍경에서 찍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스타그래머들의 발걸음이 당진으로 모이는 이유였다.
‘금손 남친’이 없더라도 ‘인생샷’을 얻을 수 있는 스폿 5곳을 다녀왔다. 

심훈기념관에 전시된 자필 엽서
심훈기념관에 전시된 자필 엽서
심훈기념관에는 심훈 선생의 일대기가 전시돼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심훈기념관에는 심훈 선생의 일대기가 전시돼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심훈 선생이 직접 설계해 지은 초가집
심훈 선생이 직접 설계해 지은 초가집

 

#1. 붓길 따라 그날을 기억하리라
필경사·심훈기념관 

버스는 서해안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어느새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대체 이 길에 어떤 풍경이 있다는 건지 의문을 품게 될 무렵이면 필경사에 도착한다. 농촌 계몽소설 <상록수>와 시 <그날이 오면>을 집필한 심훈 선생이 직접 설계해 지은 아담한 초가집이다. 1932년 아버지가 살고 있는 당진 부곡리로 내려온 심훈 선생은 1934년 필경사라는 이름으로 집을 지었다. 감나무와 소나무가 제법 잘 어울린다. 심훈 선생은 1930년대 농촌계몽운동이 절정에 달하던 당시 이곳에서 대표작 <상록수>를 집필했다.

집 안에는 심훈 선생이 읽었던 책과 책상이 자리하고 오래된 사진과 서랍장도 그대로 남아 있다. 필경사 바로 옆으로 심훈 기념관이 이어진다. 독립운동가로 붙잡혀 감옥에서 어머니에게 쓴 편지부터 그동안 집필한 작품, 엽서에 쓴 글귀 하나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아둔 공간이다. 심훈 선생의 붓길이 얼마나 고단하고 고독했을지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진하게 느껴진다. 제대로 둘러보고 나온다면 기념사진보다는 먹먹함이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화 관광 해설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주소: 충남 당진시 송악읍 상록수길 9 

함상공원 옆 바다공원에 조성된 산책로

 

#2. 알록달록한 바다 풍경 
 삽교호 관광단지  

느릿느릿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대관람차가 보인다. 바로 옆에는 좌우를 시원하게 가르며 오르락내리락 하는 바이킹과 알록달록한 회전목마도 있다. 주변에는 천막 아래 풍선 터뜨리기, 사격, 공 던지기 등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 체험장과 조개구이 가게가 늘어서 있다. 흡사 월미도와 비슷한 느낌인데, 바로 삽교호 놀이동산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 담긴 오래된 놀이공원은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나 커플들로 붐빈다. 놀이공원에서 실컷 에너지를 소진하고 주린 배를 채우기에도 제격이다. 놀이공원을 지나 바다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조개구이며 횟집들이 즐비하다.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가자미무침이 이 지역의 별미지만 그 밖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해물칼국수나 회덮밥도 인기. 


놀이동산과 도보 5분 거리에는 함상공원이 조성돼 있다. 실제 대한민국의 영해를 지키던 해군의 상륙함과 구축함이 늠름한 모습을 드러낸다. 탱크나 장갑차도 함께 전시돼 있는 동양 최초의 군함 테마파크다. 전시관에서는 해군과 해병대에 대한 역사를 배우는 것은 물론 전투정보실이나 조타, 함포를 체험할 수 있다. 함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함상공원 바로 옆 바다공원 산책로가 좋다. 

삽교호 함상공원
주소: 충남 당진시 신평면 삽교천3길 79

언덕 위 콘크리트 외벽의 순교미술관은 꽤 이국적인 모습이다 

 

#3. 그림 같은 언덕 위 미술관 
 신리성지·순교미술관 

너른 잔디 너머 미술관이 우뚝 서 있다. 지난해 병인순교 150주년을 맞아 신리성지에서 문을 연 우리나라의 유일한 순교미술관이다. 푸른 언덕 위 콘크리트 외벽의 미술관은 꽤 이국적인 모습이라 이를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으러 모이는 발걸음도 상당하다. 미술관 외에도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구석구석이 모두 ‘포토존’이다. 


사실 신리성지는 우리나라 천주교에서 중요한 거점이다. 제5대 조선교구장 다블뤼 주교가 거주했던 곳으로 바닷길과 인접해 당시 프랑스 선교사들이 입국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순교미술관에는 혹독했던 천주교 박해 속에서도 굳건한 신앙을 지켜온 성직자들의 모습과 다양한 기록들이 보관돼 있다. 신리성지를 중심으로 한 평야지대인 내포지역에 대한 유래와 천주교의 역사, 병인박해 등도 자세히 기록돼 있어 그동안의 시간을 따라 여행하는 맛이 쏠쏠하다. 전망대라고 하기엔 4층 정도의 높이지만 맨 꼭대기 야외 테라스에도 출입이 가능하다. 계단위로 쏟아지는 빛이 눈부셔 천국을 오르는 기분이랄까. 
주소: 충남 당진시 합덕읍 평야6로 135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은 듯한 모습의 합덕성당

 

#4. 붉은 벽돌처럼 따뜻한 당신 
 합덕성당  

당진에는 버그내순례길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고향인 솔뫼성지, 합덕성당, 합덕제, 원시장·원시보 형제의 우물, 무명순교자의 묘, 신리성지까지 이어지는 13.3km의 순례길이다. 합덕지역은 천주교 신앙이 가장 적극적으로 전파된 중심지이자 가장 많은 순교자들을 배출한 상징적인 곳이다. 마을의 가장 중심이었던 합덕 장터의 옛 지명 ‘버그내’를 따와 버그내순례길이 탄생했다. 


합덕성당은 버그내순례길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충청도 최초의 본당으로 1890년 지어진 양촌성당을 1899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했다. 두 개의 탑이 하늘을 향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형상으로 붉은 벽돌이 경건하고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더한다. 때문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상당하다. 최근 본당 옆에는 작은 카페 ‘부엔 카미노(Buen Camino)’가 생겼는데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정원과 제법 잘 어울린다. 
주소: 충남 당진시 합덕읍 합덕성당2길 22 

아미미술관의 포토존. 눈처럼 흐드러진 조형물 아래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이 포인트
아미미술관의 포토존. 눈처럼 흐드러진 조형물 아래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이 포인트
아미미술관은 상설전과 기획전을 진행한다. 내년 3월27일까지는 ‘고양이’ 전시가 열린다
아미미술관은 상설전과 기획전을 진행한다. 내년 3월27일까지는 ‘고양이’ 전시가 열린다
미술관 외벽을 타고 담쟁이 넝쿨이 예쁜 그림을 그렸다. 심드렁하게 둔 낡은 의자가 감성을 더한다
미술관 외벽을 타고 담쟁이 넝쿨이 예쁜 그림을 그렸다. 심드렁하게 둔 낡은 의자가 감성을 더한다

 

#5. 폐교의 재발견 
 아미미술관 

아미미술관은 SNS 이용자라면 한 번쯤은 봤을 거다. 전시관 복도 천장에 설치된 반짝거리는 조형물을 배경으로 청순하면서도 감성적인 사진을 올린 이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박기호 작가와 구현숙 설치미술가가 폐교에 예술을 입혀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공간이다. 미술관 밖 너른 운동장이며 네모반듯한 창문과 의자 등 구석구석에는 이곳이 분명 학교였음을 짐작하게 할 만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다. 


내부 전시실은 5곳으로 기획전 및 상설전시장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사진강좌나 무겁고 어려운 공간이 아니라 친근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미술관으로 지금은 ‘고양이’를 주제로 기획전이 한창이다. 작가의 특색이 묻어나는 그림이나 콜라주, 공예, 설치작품 등이 미술관 구석구석에 전시돼 있다. 고양이 집사가 아니더라도 앙증맞고 센스 있는 작품 앞에서 언 마음이 녹아내리기 마련. 내년 3월27일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아미미술관은 조경에도 세심함을 기울였다. 특히 미술관 외벽에 담쟁이 넝쿨이 포인트인데, 봄·여름에는 싱그러운 초록이, 가을에는 예쁜 단풍을 만나볼 수 있다. 하얀 눈이 내린 겨울의 미술관도 낭만적이다.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으므로 ‘단독’ 샷을 원한다면 평일을 노리자. 
주소: 충남 당진시 순성면 남부로 753-4
입장료: 성인 5,000원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모두투어 [인생샷 성지 당진으로 떠나는 여행] 

 

글·사진=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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