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자 하면 먹을 것이오
가이드 에이프릴에게 ‘이왕이면 나갈랜드 현지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한 것이 내심 걱정이었다. 첫날 늦은 저녁, 코히마 우라호텔에 도착해 먹은 저녁이 완전 꽝이었던 것이다. 투박한 그릇 뚜껑을 열었더니 모양이 딱 닭볶음탕이었다. 맛있겠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진한 닭 비린내가 코를 때렸다. 닭의 고기와 껍질 사이에 코를 박고 있는 것처럼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였다. 무려 다섯시간 동안 비포장 길을 달린 직후라 벼이삭을 줘도 쌀밥처럼 먹을 수 있었으나 이것만큼은. 먹는 게 영 시원찮아 보였는지 호텔 직원이 몇 번이나 맛이 어떠냐, 왜 많이 안 먹냐 보채는데 ‘너무 피곤해서 밥이 안 들어간다’고 거짓말했다.
최대한 현지 음식을 먹자는 게 개인적인 지론이지만 이튿날 조식은 찐계란, 버터와 토스트를 주문해 먹었다. 우라 호텔은 토스트 맛집이었다. 호일로 네모난 식빵 세 개를 싸서 구워 주는데, 주걱 같은 걸로 큰 덩어리에서 퍼 온 것 같은 버터를 고루 발라 먹으면 온몸의 근육이 풀리는 기분이 났다. 호된 저녁 식사 덕분에 감격스러웠던 것일 수도 있고.
불안해진건 점심 때였다. 점심이라며 에이프릴이 우리를 데려간 식당은 어두컴컴했다. 걸을 때마다 나무 바닥이 삐그덕거리고, 벽에는 큰 새가 양쪽 날개가 펼쳐진 채로 박제돼 있었다. 주인은 니트모자를 이마까지 깊이 눌러썼고, 손가락이 없는 오른쪽 손에 후크 같은 걸 달고 있었다. 모든 정황이 의심스러웠다. 둘러댈 핑계도 마땅치 않았다.
넓적한 나뭇잎을 깐 깊은 그릇에 산더미처럼 쌀밥을 쌓고 둘레에 나물 등 몇가지 곁들일 음식을 놓은 바구니가 배달됐다. 우리네 식당 밥그릇만 한 그릇에는 빨갛게 졸인 고기가 딸려 나왔다. ‘나가포크커리(Naga Folk Curry)’란다. 우라호텔의 그것과 같은 음식이 분명한데 예의 비린내는 나지 않는다. 에이프릴을 따라 쌀밥에 슥슥 섞어 한 입, 두 입, 세 입… 우라호텔에 솔루션이 필요했던 것이로구나. 아주 맵고 아주 짠 것이 입맛에 딱이다. 에이프릴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매운 고추를 따로 주문해 밥 한 주먹에 고추를 한 입씩 베어 먹었다. 가게를 나올 즈음엔 벽에 붙은 날개 박제가 더 이상 음침하게 보이지 않았다.
워낙 고지인 이유로, 또 오지인 이유로 나갈랜드 사람들은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먹고, 최대한 열량이 많이 나게 조리한다. 중국만 그런 줄 알았더니 나갈랜드도 ‘테이블과 의자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통용된다. 그래서 나갈랜드 시장은 ‘특수재료’ 전문이다. 쉽게 구하기 힘든 식재료가 여기 다 있다. 손톱만 한 벌레, 손가락만 한 벌레, 손가락 한 마디만 한 개구리 등등. 애벌레가 꽉 차 있는 벌집을 아예 판으로 떼어 판다. 신선도 최상. 종도 가리지 않는다. 닭과 돼지, 염소, 개 그리고 소도 먹는다. 나갈랜드 인구 93%가 기독교를 믿기 때문에 이곳에서 소는 다른 가축들과 평등하다.
핵심은 엄지 손가락만 한 매운 고추다. 매운 고추는 나갈랜드의 모든 음식을 지배한다. 생으로 먹거나, 잘게 빻아 함께 조리하거나 어디서든 빠지지 않는다. 한국인도 맵다면 매운 민족인데. 한 번은 에이프릴을 따라 매운 고추를 먹었다가 반나절 내내 속이 쓰렸다. 알고 보니 에이프릴도 속이 쓰렸다고 했다. 괜한 경쟁에 서로 속만 태웠다.
글 차민경 기자 사진 최갑수
취재협조 인도관광청 www.incrediblein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