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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빛도 좋은데 염리동에서 볼까

  • Editor. 김예지
  • 입력 2019.03.04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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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가게와 분식집, 세탁소 사이
조그만 카페들이 소금처럼 흩뿌려져 있다. 

오늘은 염리동


‘아무 출구나 나가면 어떻게 통하겠지’ 하는 막연한 호기보다는 목적지를 찍어 가까운 역을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지하철 이대역에서부터 대흥역과 공덕역 주변까지 길쭉하게 뻗은 염리동은 생각보다 크다. 스치는 장면이 여럿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가를 뚫고 지나면 엄마 손맛을 간판으로 내건 백반집과 3~4평 남짓의 동네서점이 등장한다.


‘염(鹽)’은 소금. 과거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소금마을, ‘염동’이라 불리다 염리동이 되었다. 2012년 서울시의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으로 이대역 부근 골목에 한때 ‘소금길’이라는 이름이 붙으며 벽화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곧 재개발과 함께 주민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염리동 한구석은 지금도 공사 중이다. 그러나 족히 10살은 넘어 보이는 분식집과 학교 앞 문방구가 여전하다. 소금같이 반짝이는 카페들이 생겼다. 빛 좋은 날 굳이 염리동엘 간 이유다. 

 

●기본이 반 이상  
후엘고 HUELGO

다소 언덕진 자리, 접근성이 좋다 할 순 없으나 그 한적함에 끌려 가게를 계약했단다. 테이블, 스피커, 커피머신, 베이커리 쇼케이스. 꼭 놓아야 할 것만 놓아도 워낙에 볕이 잘 들어 느낌이 산다. ‘좋은 재료를 쓰면 맛있다’는 것이 후엘고의 군더더기 없는 룰이다. 

오픈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후엘고는 커피 맛으로 꽤나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이다. 비결은 로스팅. 로스터 지인과 함께 목동에서 별도의 로스팅 룸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은 매번 신선한 원두를 공수해 온다. 덕분에 메뉴판도 자주 바뀐다. 로스팅하는 원두에 따라 매달 다른 종류의 커피를 선보이기 때문. 브루잉 커피도 그렇지만 아이스 메뉴가 인기인데, 폭신한 크림이 덮인 ‘블랙 크림’은 구수하면서도 산미가 있는 에스프레소의 맛을 서서히 끌어 올린다. 커피와 곁들일 만한 브라우니, 휘낭시에, 스콘, 쿠키도 카페에서 직접 굽는다. 좋은 재료가 들어간 맛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11길 118
오픈: 월~토요일 10:00~21:00, 일요일 11:00~18:00
전화: 02 712 9265
가격: 블랙 크림 5,5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Editor’s Tip
사람이 많지 않은 오전, 책을 읽거나 가벼운 공부를 하기에 제격이다. 가끔 클럽에서나 나올 법한 힙한 음악이 깔리는 건 어디까지나 주인장의 맘이다.


●도순이네 커피집 
머스타드 MUSTARD 

섣불리 만지기 전에 문 앞 벽보를 확인할 것. 예기치 않게 ‘왈!’ 당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벽에 붙은 신상정보에 따르면 낯을 꽤나 가린다는 도순이(4세, 여, 시바견. 주인 이름을 따라 ‘도’ 돌림자를 쓰고 있다)는 머스타드의 마스코트이자 영업실장이다. 처음 보는 손님에게 그리 살갑게 대하진 않는다만 세상엔 뭐 그런 감정도 있지 않나. 바라만 봐도 므흣하다.

비단 도순이만이 아니다. 어디서 왔을까, 출신이 궁금한 이국적인 카펫과 앤티크 찻잔, 골드스타 선풍기, 80년대 유리컵 등 골동소품들이 포근하다. 주인장과 그의 지인들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품앗이로 완성한 레트로 인테리어다. 요즘 머스타드에서 잘 나가는 메뉴는 크림딸기, 아인슈페너, 플랫화이트 정도. 기본적으로 블렌딩 원두를 사용하지만 과테말라와 에티오피아 싱글원두도 구비하고 있다. 좀 오래 머물 요량이라면 카페 가장 안쪽에 놓인 좌식 테이블이 비었는지부터 확인하자. 외할머니네 다락방 같은 이곳은 도순이가 수없이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다.

주소: 서울 마포구 숭문 16길 4
오픈: 월~금요일 11:00~20:00, 토요일 12:00~19:00, 일요일 11:00~18:00
전화: 02 719 2323
가격: 아인슈페너 4,500원, 크림딸기 6,000원, 플랫화이트 3,500원


▶Editor’s Tip
애완 카페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다른 동물에 격하게 반응하는 도순이 탓에 오히려 애완동물은 출입금지며, 그녀가 쉬는 날에만 입장이 가능하다. 독립서점 ‘퇴근길 책한잔’, 음악전문 서점 ‘초원서점’이 코앞에 있다.


●네 친구의 아지트 
사심가득 sasimgadeuk

2말3초 네 남자가 만든 공간. 한옥을 개조해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바(bar)로 운영 중이다. ㄷ자 형태의 한옥의 규모가 크진 않지만 통 창문을 통해 사방으로 빛이 들어 전혀 답답하지 않다. 가운데 마당 역시 유리 천장으로 덮여 있으니 그날의 날씨가 곧 조명이 되어 주는 셈이다. ‘마당에서 듣는 운치 있는 빗소리가 좋아서’, ‘예쁜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면 이성에게 인기가 많아질 것 같아서’. 각자의 본업을 마치고 주로 저녁에야 출몰(?!)하는 네 주인장의 사심들(의 상세내용은 메뉴판 참고)에 심히 납득이 간다.

사심가득이 자랑하는 메뉴는 타이완식 소금커피를 구현한 ‘단짠단짠’과 우유에 딸기 퓌레를 듬뿍 넣은 ‘딸기우유마실시간’. 저녁에는 간단한 치즈 플레이트부터 스테이크까지 와인이나 맥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 메뉴를 선보인다. 봄비가 내리는 날 오고 싶다. 늦겨울에 부려 보는 사심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백범로 24길 11-3
오픈: 매일 11:00~24:00
전화: 070 4124 4497
가격: 단짠단짠 5,000원, 딸기우유마실시간 5,000원

▶Editor’s Tip
경의선 숲길에 있는 만큼 산책 겸 휴식 겸 들르면 되겠다. 카페 앞 벚나무의 미모에 한창 물이 올랐을 어느 따듯한 봄날.


*글을 쓴 김예지 기자는 카페에서의 사소한 행위들을 좋아한다. 의미 없는 끄적임, 한없이 멍 때릴 수 있는 자유가 소중하다. 거실을 카페처럼 꾸미겠다며 외간 카페들을 한창 염탐 중이다.
*사진을 찍은 강화송 기자는 달콤함을 사랑한다. 이를테면 에클레르, 케익 한 조각과 같은 것들. 오늘도 퉁퉁해져 버린 배를 쓰다듬으며 어디선가 달콤한 위로를 맛보는 중이다.

글 김예지 기자 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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