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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는, 점점 느리게

  • Editor. 김정흠
  • 입력 2019.03.04 13: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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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현지인에게만 알려진 판다와 해변에서는 한결 여유롭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두 시간을 더 날아서 발리에 도착했다.
시끌벅적한 호객꾼 무리 너머로 특유의 공기가 전해져 오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풀어지고야 말았다.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누사두아 해변은발리 최고의 해변 중 하나다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누사두아 해변은 발리 최고의 해변 중 하나다

 

●발리에서 생긴 일


발리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테라스 너머로 높이 솟은 야자나무와 유난히 푸른 하늘,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 그리고 뜨거운 공기가 이를 방증했다.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을 더 날아와 숙소에 도착하는 수고가 있었음에도 피로 누적은 없었다. 발리에 왔으니까.

눈을 비비고, 손으로 머리 모양을 대충 잡고는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운지로 향했다. 직원에게 방 번호를 이야기하고 들어서려는데 붙잡고는 이름을 되묻는다. “네, 맞아요.” ‘Mr’를 ‘Ms’로 잘못 적는 바람에 졸지에 성별이 뒤바뀌기는 했지만 나를 찾는 것이 맞았다. 그 직원이 자리를 안내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던 찰나, 갑자기 저 멀리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라운지에 있는 직원들이 케이크를 든 채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10여 명의 직원이 테이블을 둘러싸고는 2절까지 노래를 불러 주었고,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나 역시 입김을 불어 촛불을 껐다. 초콜릿 케이크와 리조트 직원들의 진심 어린 노래, 게다가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곳이 발리라니. 이번 생일은 정말이지 잊을 수 없겠다.

발리의 비치클럽은 해가 저물면 더 뜨거워진다

 

●요즘 힙한 곳이 어디야


발리는 낮에도, 밤에도 힙했다.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힙한 곳이 있다는데 그냥 지나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발리는 요즘 비치클럽이 한창이란다. 덴파사르 서쪽 스미냑 지역에 비치클럽이 모여 있다지만, 우리가 묵는 리조트에서도 비치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다. 비치클럽이 인기를 끌자 리조트들도 해변을 비슷하게 꾸며 놓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가 볼 수밖에.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해변에서는 이미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초저녁부터 삼삼오오 모여들었던 사람들의 손에는 이미 빈땅(Bintang) 맥주 혹은 칵테일 한 잔이 쥐어져 있었고, 무대 위에서는 DJ가 흥겨운 음악으로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전문 댄서들이 나서서 해변의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고, 세계 각지에서 온 ‘흥부자’들은 이미 무아지경 상태. 한쪽으로는 로컬 음식들로 구성된 야시장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뒤로 놓인 빈백과 테이블은 한결 여유롭게 비치클럽을 즐기려는 이들을 위한 배려였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였고, 고개가 까닥여졌다. 바에서 빈땅 맥주 한 병을 받아 들고는 그 대열에 기꺼이 동참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뿐이었다.


●하루쯤은 탈출


이런 발리에서라면 리조트 비치에 있는 선베드에 누워 마냥 시간을 보내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 혹시 지루해진다면 리조트 밖으로 나서 보자. 

발리의 새로운 랜드마크, 가루다를 탄 비슈누
발리의 새로운 랜드마크, 가루다를 탄 비슈누
비슈누가 온화한 표정으로 발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비슈누가 온화한 표정으로 발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발리의 랜드마크
게와까 파크

게와까 파크(GWK Cultural Park)에는 발리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거대 조형물이 있다. 힌두교의 신 비슈누, 그리고 그가 타고 다닌다는 새 가루다가 그 주인공. 한때 채석장이었던 공간을 신의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는 것인데, 이 거대한 조형물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3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단다. 높이만 해도 120m로, 이는 발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건축물이기도 하다. 발리에서는 모든 건축물이 야자나무 높이(약 15m)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 비슈누와 가루다만큼은 예외다. 1층은 전시장으로 활용되며 공원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프로그램이 인기다. 

전화: +62 361 700808
오픈: 08:00~22:00
입장료: 성인 12만5,000INR / 어린이 10만INR (110cm 미만)
홈페이지: www.gwkbali.com

울루와뚜 사원의 절벽은 발리 최고의 절경이다
울루와뚜 사원의 절벽은 발리 최고의 절경이다
울루와뚜 사원은 무려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울루와뚜 사원은 무려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울루와뚜 사원의 원숭이
울루와뚜 사원의 원숭이

절벽 위, 바다의 신을 만나다
울루와뚜 사원

아마 발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품은 사원이지 않을까. 70m 높이 절벽 위에 지어진 울루와뚜 사원(Uluwatu Temple)은 인도양을 감상할 수 있는 조망 포인트로도, 노을 명소로도 유명하다. 약 1,000여 년 전에 창건된 사원으로 바다의 신을 모신다. 사원 내부 핵심 공간은 힌두교도만 들어갈 수 있지만, 주변 절벽 조망까지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단 반바지나 짧은 치마로는 입장할 수 없다. ‘살롱(sarong)’이라 불리는 긴 치마와 허리띠를 입구에서 대여해 주니 꼭 착용하자. 원숭이가 사원 내부를 돌아다니는데, 이들은 타고난 소매치기들이다. 귀중품에 유의할 것. 

전화: +62 361 700808
오픈: 07:00~19:00
입장료: 성인 3만INR / 어린이 2만INR

발리의 판다와 해변
발리의 판다와 해변
판다와 해변을 바라보며 코코넛 하나 즐겨 볼 것! 빈땅 맥주도 좋고
판다와 해변을 바라보며 코코넛 하나 즐겨 볼 것! 빈땅 맥주도 좋고

끝없이 펼쳐지는 인도양
판다와 해변

리조트 앞 해변은 왠지 모르게 아쉬운 법. 그렇다면 탈출을 감행해 보자. 판다와 해변(Pandawa beach)은 아직까지 관광객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과도 같은 곳이다. 절벽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들어서면 비밀스러운 파라다이스가 눈앞에 펼쳐진다. 새하얀 모래사장과 그 너머로 이어지는 인도양의 풍경이 압권이다. 수질도 발리의 다른 해변에 비해 좋은 편이라고 하니, 맑고 투명한 바다를 만나 볼 수도 있다. 서핑은 물론, 카약 등등 다양한 해양스포츠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운영된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코코넛이나 맥주 또한 판다와 해변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감초다.

꾸따 시내의 디스커버리 쇼핑몰
꾸따 시내의 디스커버리 쇼핑몰

발리를 담아 가세요 
디스커버리 쇼핑몰

발리의 중심지, 꾸따(Kuta)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쇼핑몰이다. 화장품이나 의류, 각종 공산품 등등 일반적으로 백화점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서퍼들의 천국답게 각종 서핑용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격도 쇼핑몰 치고는 꽤 저렴한 편이라 여행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지역 특산물이나 기념품도 취급하고 있어 여행 중 한 번쯤은 들를 만하다. 쇼핑몰 내에 환전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달러로 환전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전화: +62 361 762579
오픈: 10:00~22:00

 

글·사진 김정흠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싱가포르항공 www.singaporeair.com 파라다이스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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