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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맞닿은 땅에 이르다, 케이프타운

  • Editor. 정영은
  • 입력 2019.07.02 09:30
  • 수정 2019.11.06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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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마운틴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잠시 쉬어 감이 필요하다
테이블마운틴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잠시 쉬어 감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에, 살랑거리는 바람과 햇살까지. 테이블마운틴(Table Mountain)을 오르기에 이보다 적당한 날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마운틴은 4~5억년 전 바다에서 생성된 사암이 융기하여 형성된 지형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약 3km의 평평한 고원이 펼쳐지는데, 동쪽에는 악마의 봉우리라 불리는 데빌스 피크(Devils’ Peak)가 있고 서쪽에는 호랑이 머리를 닮은 라이언 헤드(Lion’s Head)가 있어 테이블마운틴의 파노라마 뷰를 완성한다. 남동풍이 불 때면 산의 정상에 식탁보(Table Cloth)라 불리는 구름이 형성되어 등반이 불가능한데, 다행히 이날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케이프 포인트 등대로 향하는 계단
케이프 포인트 등대로 향하는 계단
테이블마운틴에 흐르는 일몰의 여유를 즐기다
테이블마운틴에 흐르는 일몰의 여유를 즐기다

처음 마주하는 장면에 설렘이 폭발했다. 일단 케이블카부터 달랐다. 바닥이 360도 회전하기 때문에 제자리에 서 있어도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아차, 기대감 때문에 잠시 무서움을 잊고 있었다. 케이블카는 산의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가속하는 듯했고, 질끈 감은 눈에서는 눈물 생성이 가속되었다. 한바탕 눈물 뒤에 마주한 테이블마운틴은 오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분명 눈앞에 마주한 끝은 산의 끝자락인데 마치 넓은 대지에 서서 지평선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혹은 하늘에 새겨진 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랄까. 마음이 시원하다 못해 뻥하고 뚫려버렸다.

테이블마운틴 정상에서 보이는 미니어처 풍경
테이블마운틴 정상에서 보이는 미니어처 풍경

카메라 셔터와 손가락이 하나인 것처럼 움직였다. 그러다 문득 모든 것을 멈추었다. 마음껏 눈으로 보아도 아쉬운 장면이기에, 따스한 집에서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사실이 생각나서, 혹은 산 끝자락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여유가 나에게도 닿기를 바라며, 이런저런 이유로 셔터는 휴업했고, 몇 번의 바람 숨결을 느끼고서야 그곳과 이별할 수 있었다.

 

어디를 보아도 흥미롭다


시내를 빠져나와 대서양을 끼고 드라이브가 시작되었다. 목적지는 희망봉(Cape of Good Hope). 눈이 호강하는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Chapman’s Peak Drive)를 지나고, 산을 넘어가는 구름,  몇 마리의 야생 타조를 만나고 나니 희망봉이 눈앞에 나타났다.

1488년 인도로 넘어가는 항로를 찾던 포르투갈의 바르톨로뮤 디아스(Bartolomeu Dias)에 의해 발견된 이곳의 처음 이름은 폭풍의 곶(Cape of Storms)이었다. 거센 바람과 물길에 더 이상 인도를 향한 희망 따위는 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이라고 하던가. 이곳만 지나면 인도로 향할 수 있다고 생각한 주앙 2세(JoaoⅡ)는 ‘희망봉’이라 명명하였고, 1498년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인도까지 닿는 항로를 개척해냈다.

해변에서 희망봉까지 오르는 시간은 10분. 오르는 내내 바람이 몰아쳤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쉽사리 내어 주지 않겠다는 의지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마주한 정상에는 그 흔한 이정표조차도 없었다. 그저 인도양과 대서양의 힘겨루기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망망대해에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높이의 봉우리를 발견하고 안심했을 선원들의 마음만이 쌓여 있었다.

희망봉에 도착했음을 알려 주는 표지판
희망봉에 도착했음을 알려 주는 표지판

희망봉 정상에 조그마한 바람을 하나 살포시 올려 놓고,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로 향했다. 케이프 포인트는 희망봉에서 6km 떨어진 곳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남서쪽 끝자락이 닿는 곳이다. 이곳에 희망봉의 옛 등대가 세워져 있다. 지금은 디아스 포인트(Dias Point)에 새로 설치된 등대에게 바닷길 나침반의 업무를 내주었지만, 역사적, 상징적 의미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여전히 아프리카 대륙의 남서쪽 끝자락이자 또 다른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탑승료 70랜드의 푸니쿨라(Funicular) 케이블카로 순간 이동을 하거나 드넓은 바다를 천천히 두 눈에 담으며 튼튼한 두 다리로 오르기. 무엇을 선택해도 상관없다. 결국은 정상에서 만나 세계로 향하는 이정표를 바라보게 될 테니까. 먼저 도착한다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케이프 포인트이다. 

희망봉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야생 타조
희망봉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야생 타조

볼더스 비치(Boulders Beach)에 들어서자마자 환호성이 터졌다. 아프리칸 펭귄(African Penguin)이 나와 있었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햇살 아래 일광욕을 즐기는 펭귄이라니. 상상만큼이나 귀엽다. 볼더스 비치는 테이블마운틴 국립공원에 있는 해변으로 아프리칸 펭귄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수영은 금지되어 있고, 해변 위로 정리된 산책로로만 걸으며 펭귄을 관찰할 수 있다.

아프리칸 펭귄은 남극 펭귄에 비해 몸집이 작아 모태 귀여움이 장착된 셈인데, 눈가의 분홍 라인이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이다. 귀엽다고 손을 내밀거나 만지려는 시도는 절대 금물이다. 귀여움 속에 감춰진 부리의 힘은 가공할 수준이라고. 그래도 엄마의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아가 펭귄들이 자꾸만 웃음을 터지게 한다. 문득 ‘모든 걸 다 가진 느낌이 이런 걸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보캅(Bo-kaap)마을 특유의 형형색색 건물
보캅(Bo-kaap)마을 특유의 형형색색 건물
모태 귀여움을 장착한 볼더스 비치의 아프리칸 펭귄들
모태 귀여움을 장착한 볼더스 비치의 아프리칸 펭귄들

테이블마운틴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의 자연 그대로가 느껴졌고, 프랑스후크(Franschhoek) 마을에서는 유럽 소도시의 아기자기함이 묻어났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워터프런트(V & A Waterfront) 쇼핑몰에서는 세련미가 흐르고, 희망봉은 대서양과 인도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함을 품고 있었다. 방금 본 펭귄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귀여움까지 장착했다. 이건 모두 케이프타운의 이야기다. ‘영국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 봐야 하는 도시’ 등등의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travel  info

AIRLINE
인천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직항 노선은 아직 없다. 남아프리카항공(SA)을 통해서 홍콩 또는 광저우를 경유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환승시간을 포함해 대략 18~26시간이 소요된다.

TIME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WEATHER
12~2월이 여름이며, 6~8월이 겨울이다. 계절 체크도 중요하지만, 계절마다 각 도시의 온도가 천차만별이라 방문하고자 하는 도시의 기온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VISA
여행기간이 30일 미만인 경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CURRENCY
한국의 은행에서 랜드(Rand)로 환전이 가능하지만, 랜드 보유량이 은행마다 달라 사전에 전화를 걸어 확인 후 환전하는 걸 추천한다. 1랜드당 대략 83원이다. 달러를 현지 공항이나 호텔에서 랜드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나, 수수료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금액 환전 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VACCINATION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국하기 전 황열병 위험지역을 여행했다면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가 필요하다. 즉 한국에서 바로 출발 시에는 해당 증명서가 필요하지 않다. 말라리아 예방 접종 같은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부분 지역이 예외 지역이라 상관이 없지만, 크루거 국립공원 등 야생 동물 보호구역을 여행하고자 할 경우 전문 의료인과 상담 후 예방접종 혹은 예방약을 처방 받을 수 있다.

language
영어, 아프리칸스어, 줄루어가 공용어다. 대부분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VOLTAGE 220, 230볼트 전압을 사용한다. 대부분 호텔에서는 220볼트를 사용할 수 있지만, 여행용 멀티 어댑터를 챙기는 것을 권장한다. 
 

글·사진 정영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남아프리카공화국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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