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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섬을 걷다

  • Editor. 김민수
  • 입력 2019.09.02 09:36
  • 수정 2019.11.06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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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넓은 하늘을 섬에서 보았다.
거침없는 시야, 고스란히 남겨진 자연과 색.
두리번거리다 멈춰 서고 남기고 가는 이야기,
그래, 섬은 그렇게 걷는 거야.

용둠벙 중턱에서 바라본 나바론 절벽, 추자도가 자랑하는 비경 중 하나다
용둠벙 중턱에서 바라본 나바론 절벽, 추자도가 자랑하는 비경 중 하나다 

1. 걸어서 하늘까지
추자도


추자도 걷기 길은 제주올레 18-1 코스로 난이도는 최상급으로 분류된다. 그도 그럴 것이 하추자의 봉우리를 넘고 상추자도 나바론 하늘길을 강파르게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는 구간마다 추자도가 가진 모든 풍색은 온전히 트레커의 차지가 된다. 남쪽 바다 위 둥둥 떠오른 한라산과 추자군도의 크고 작은 섬들을 두 눈에 품었다면 숨이 조금 가빠온들 어떤가. 제주올레는 간세(제주 망아지를 일컫는 방언)처럼 느릿느릿하게 걸으며 천천히 맛보는 것이라 했다. 6~7시간의 소요 시간이 점점 늘어나서 때론 다음날로 나누어지고, 1년 후의 여정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까닭이다.

총 길이 18.2Km
소요시간 6~8시간
난이도
코스 추자항-최영 장군 사당-봉글레산-나바론 절벽-추자등대-묵리고개-신양항-모진이몽돌해안-황경헌의 묘-신대산 전망대-돈대산 정상-추자교-영흥 쉼터-추자항 

오래전 주민들에 의해 세워진 매물도 분교는 폐교 후 야영장이 되어 통영 섬 캠핑의 메카가 됐다
오래전 주민들에 의해 세워진 매물도 분교는 폐교 후 야영장이 되어 통영 섬 캠핑의 메카가 됐다

2. 바다를 품은 길
매물도


어머니의 품속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해품길’이라 이름 지어진 매물도의 트레킹 코스는 통영시 바다백리길의 5코스에 해당한다. 당금마을에서 시작된 길은 물색 고운 남쪽 바다 위 완만히 솟은 풀 허리 능선을 타고 편안하게 이어진다. 장군봉 전망대에서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오롯한 모습에 감탄하고 또 하나의 마을인 대항마을을 거치면 걸음은 어린 섬사람들의 오래전 등굣길을 따라 원점으로 회귀한다. 매물도의 섬 생활과 문화를 그려 넣은 조형물들과 야영장으로 탈바꿈한 예전 학교터 또한 잠시 머물러 가야 하는 ‘쉼표’다.

총 길이 5.2Km  
소요시간 3시간  
난이도 下 
코스 당금마을-폐교-갈림길 쉼터-장군봉-꼬들개-대항마을-당금마을

관매도의 남쪽 꽁돌해안은 섬의 북쪽 바다보다 훨씬 짙고 선명한 물색을 띤다
관매도의 남쪽 꽁돌해안은 섬의 북쪽 바다보다 훨씬 짙고 선명한 물색을 띤다

3. 인사하며 걷는 길
관매도

섬의 서북쪽 독립문바위와 방아섬에서 시작한 관매도 마실길은 봄철이면 온통 유채꽃으로 뒤덮이는 넓은 평원을 지나 관매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관매마을에는 오래된 이발관이 있다. ‘추억의 이발관’으로 불리는 이곳은 71년에 문을 열었고 현재도 그때의 그 모습을 간직한 채 토, 일요일에는 어김없이 손님을 맞고 있다. 관호 마을로 들어서도 걸음을 재촉할 이유가 없다. 인사를 먼저 건네고 주민들의 미소라도 답례로 받아 놓아야 비로소 빨랫줄에 널어 놓은 섬 할매의 일명 ‘몸빼’며 마루 벽 위쪽에 수십 년은 걸려 있었을 누렇고 낡은 사진들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관매도에서는 곳곳에 표시된 작은 표시판에서 여행객들을 위한 소박한 배려를 찾을 수 있다. 트레커들은 남쪽 해안가, 직경이 7~8m는 족히 될 법한 꽁돌에서 옥황상제의 전설을 읽고 그 배경으로 펼쳐지는 짙푸른 바다를 보며 꾹꾹 눌러 두었던 일상의 답답함을 떨쳐버리게 된다.

총 길이 5Km  
소요시간 3시간  
난이도
코스 방아섬-관매마을-관매도해수욕장-야영장-관호마을-우실-꽁돌-하늘다리

거문도의 남쪽 끝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보로봉 해안절벽 길, 걷는 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선물이다
거문도의 남쪽 끝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보로봉 해안절벽 길, 걷는 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선물이다

4. 다투어 펼쳐지는 비경
거문도

거문도는 크게 3개의 섬(동도, 서도, 고도)이 이어져 있다. 고도는 선착장과 편의, 행정시설이 밀집되어 있으며 동도는 거문도의 최고봉인 망향산(247m)를 자랑하고 있지만, 등산로가 완비되지 않아 섬 트레킹은 서도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서도는 양 끝에 거문도등대와 녹산등대를 각각 세워 놓았다. 녹산, 음달산, 불탄봉, 보로봉(전수월산), 수월산은 서도지맥을 이루는데 종주보다는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덕촌리에서 거문도 등대까지의 코스를 추천한다. 불탄봉에서 섬 바다의 완실한 모습을 시야에 담고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뻗어 선 기암의 위세에 아찔함을 느끼다 신선봉 위에 올라서면, 비로소 수월산 해안절벽과 그 끝점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거문도등대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거문도 최고의 비경이다.

총 길이 7.5Km  
소요시간 5시간  
난이도
코스 삼호교-덕촌리-불탄봉-억새군락지-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365계단-목넘어-수월산동백길-거문도등대

우이 2구 돈목마을, 목포항에서 하루 한 번, 3시간 30분 이상 바닷길을 헤쳐야 만날 수 있는 귀한 섬마을이다
우이 2구 돈목마을, 목포항에서 하루 한 번, 3시간 30분 이상 바닷길을 헤쳐야 만날 수 있는 귀한 섬마을이다

5. 길이 이어주는 삶
우이도

우이도에는 두 개의 마을이 있다. 광활한 모래 해변과 풍성사구를 품은 2구 돈목마을에서 1구 진리마을까지는 좁은 산길을 걸어야 한다. 차도가 없는 섬에서 바닷길을 제외하고 섬 주민들이 왕래를 위해서 숙명적으로 선택해야 했던 연결고리인 셈이다. 산길 중간 쯤에서는 지금은 사라진 대초리 마을의 집터와 돌담을 만나게 된다. 지워져 가는 자취와 기억에 대한 애틋함 또한 걷는 자의 몫이다. 높이 361m의 상산봉 정상에서는 해안지형의 흐름이 뚜렷하고 비금, 도초를 포함한 주변 섬들 또한 360도 파노라마 속에 제각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정약전 유배지, 홍어장수 문순득 생가터 그리고 300년이 된 선창은 진리마을의 돌담길 사이를 건너 만나봐야 할 우이도의 흔적들이다. 

총 길이 5Km  
소요시간 3시간
난이도
코스 1구 돈목마을-돈목해변-대초리마을터-상산봉(왕복)-2구 진리마을

 

*섬여행가 김민수의 끝없는 섬 이야기. 섬이라니, 좋잖아요.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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