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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맛의 꽃길을 걷다

마포 미식로드-합정·서교동 편

  • Editor. 김예지 기자
  • 입력 2019.09.02 09:38
  • 수정 2019.11.07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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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 건너 한 집. 멀지 않은 데서 향이 난다.
꽃처럼 놓인 마포 맛집들을 훑었다.

예부터 유독 버들꽃이 많았다. 양화로, 양화대교 등 합정에 유독 양화(楊花)라는 지명이 많은 이유다. 꽃과는 전혀 상반된 이야기도 전해진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의 머리가 잘려 나갔던 탓에 잠두봉이 절두산(切頭山)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 ‘합정’이라는 지명 역시 머리와 관련이 있는데 조선시대 망나니들이 칼에 뿜는 물을 기르기 위해 팠던 우물이 조개우물(바닥에 조개껍질이 많아서 붙은 이름)이었다*. 

물론 지금 모습으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 합정의 레스토랑과 카페와 바를 생각한다면 더구나. 홍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합정은 맛있고 즐거운 것들로 꾸준히 채워졌다. 지하철 합정역 7번 출구, 성지길부터 양화로까지 꽃처럼 놓인 맛집을 훑었다. 시간을 막론하고 꽃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현재 합정(合井)은 일제시대 때 바뀐 한자표기로 쓰고 있다. 

●친숙한 프랑스의 맛
파사주 Passage

프랑스 요리가 다소 무겁고 부담스럽다는 편견을 버릴 것. 성지길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파사주는 캐주얼하면서도 소소한 프랑스 가정식 집이다. 주문과 동시에 오픈키친에서는 젊은 남자 셰프 2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뵈프 부르기뇽(Bœuf Bourguignon), 스테이크, 양배추 안에 돼지고기 속을 채운 사보이 양배추 등을 메인으로, 사이드로는 짭조름하게 호로록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프렌치 어니언 수프,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와 베이컨을 올린 아스파라거스가 특히나 인기다. 중앙에 큰 테이블 하나, 2~4인석 테이블 세 개 정도 놓인 레스토랑 내부는 아담하지만 벽 전체가 통 창문으로 뚫린 구조라 답답한 느낌이 없다. 저녁, 특히나 주말이라면 예약이 안전하다.

주소: 서울 마포구 성지5길 8
영업시간: 화~토요일 11:30~22:00(브레이크 타임 15:00~17:30), 일요일 12:00~15:00, 월요일 휴무
가격: 뵈프 부르기뇽 2만7,000원, 사보이 양배추 2만원, 아스파라거스 1만4,000원

●돼지로 만든 곰탕
옥동식

단 하나의 메뉴가 신선하다. 소가 아닌 돼지로 곰탕을 끓여 낸다. ‘미쉐린 가이드 2019 서울 빕 구르망’ 선정, <수요미식회>에도 등장한 옥동식의 비결은 우선 재료에 있다. 지리산 남원에서 기른 흑돼지 버크셔K* 품종을 사용해 맑고 깊은 국물을 우려낸다. 곰탕을 주문하면 뜨끈하게 데워진 유기그릇에 밥알을 정성껏 토렴해 내어준다. 살코기와 비계의 비율이 적당하게 갈린 돼지고기는 야들하면서도 쫄깃하고, 국물은 돼지국밥의 든든하고 묵직한 그것과는 달리 산뜻함에 가깝다. 단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 또한 옥동식의 정체성이다. 10명 남짓 앉을 만한 바 자리가 전부인 가게 구조는 1일 100그릇을 한정 판매하는 옥동식의 방식과도 어울린다.

*버크셔K│영국의 버크셔 지방에서 나는 흑돼지를 지리산 남원에서 우리나라 기후와 품질에 맞게 개량한 종으로, 육질이 탄력 있고 잡내가 적다.

주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7길 44-10
영업시간: 월~금요일 11:00~22:00(브레이크 타임 15:00~17:00), 토~일요일 11:00~20:30(브레이크 타임 없음)
가격: 보통 8,000원, 특 1만4,000원, 잔술 2,000원

●믿고 먹는 파스타
오스테리아샘킴 Osteria Sam Kim

요리 대결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샘킴 셰프의 레스토랑이다. 집이 층층이 쌓인 모양의 독특한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샘킴 셰프를 포함한 젊은 스태프들이 손님을 맞는다. 작지만 제대로다. 홀에 비해 넉넉하게 낸 오픈키친에서 파스타, 스테이크, 샐러드 등을 요리한다. 파스타로 알려진 샘킴 셰프의 명성에 걸맞게 흰살 생선을 넣은 파스타와 로브스터가 들어간 링귀니(Linguine, 납작한 모양의 파스타) 등이 인기로, 가격이 착하다고는 할 순 없지만 그 맛은 분명 보장된다. 이탈리아에서 오스테리아(Osteria)는 리스토란테(Ristorante), 트라토리아(Trattoria)보다 낮은 등급의 식당을 의미하는데, 압구정에 있는 샘킴 셰프의 또 다른 레스토랑 ‘보나세라’에 비해 오스테리아샘킴은 확실히 가볍고 경쾌하다.

주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3길 55
영업시간: 월~토요일 11:30~22:00(브레이크 타임 14:30~18:00), 일요일 휴무
가격: 흰살 생선과 안초비 오일 파스타 2만3,000원, 문어와 마늘종 스파게티니 2만5,000원

●안주 혹은 해장
합정옥

암소 한우를 포함해 모든 재료는 국내산을 쓴다. 시아버지가 직접 끓여 먹던 곰탕 레시피로 며느리에게 “곰탕집 한 번 차려볼까?” 제안한 데서 시작됐다는 합정옥은 ‘미쉐린 가이드 2019 서울 빕 구르망’으로 선정됐다. 곰탕의 맛은 깔끔함과 담백함 그 자체다. 보드라운 고깃살과 푸짐한 내장, 토렴을 거친 밥알이 맑은 국물에 아낌없이 들었다. 반면 속대국은 칼칼하고 얼큰함이 매력이다. 된장을 푼 육수에 배추속대로 시원한 맛을 내니 저녁 시간 곱창전골과 수육에 소주를 곁들이는 손님들의 속풀이용 메뉴이기도 하다. 곰탕에 들어가는 양(.. 소의 위)이 생소하다면 주문시 빼달라고 하면 된다. 

주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1길 21
영업시간: 월~토요일 11:00~21:00, 일요일 휴무
가격: 곰탕 1만1,000원, 속대국 8,000원

●챔피언의 한 판
스파카 나폴리 Spacca Napoli

새빨간 화덕에서 구워져 나오는 피자는 챔피언의 맛이다. 스파카 나폴리의 이영우 셰프는 2015년 나폴리에서 열린 ‘14회 나폴리 피자세계챔피언십’ 클라시코(Classico)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우연히 피자를 배우게 된 그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2011년 합정에 스파카 나폴리를 오픈했고, 뒤이어 신촌에도 매장을 냈다. 스파카 나폴리의 피자는 기교 없이 정직하다. 들어간 재료 그대로의 맛이 살아 있고, 소스가 발리지 않은 끝 부분까지 기어코 먹게 되는 쫀득쫀득한 도우가 특징이다. 매장 분위기는 편안하면서도 정열적이랄까. 따뜻한 오렌지색 조명이 은은하게 퍼지지만 배경음악과 소품이, 그 분위기가 이탈리아의 것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28  
영업시간: 화~일요일 11:30~22:00(브레이크 타임 15:00~17:00)
가격: 마르게리따 2만원, 루꼴라 2만3,000원  

●푸근한 동네 고깃집
양화정숯불갈비

특별한 날에 온 가족이 외식을 하곤 했던, 전형적인 동네 고깃집의 정겨움이 있다. 고기가 채 나오기도 전에 파 무침과 채소, 된장찌개와 각종 밑반찬으로 한상을 채우는 방식부터가 그렇다. 대표메뉴인 한돈양념구이는 이름 그대로 국산 돼지고기 ‘한돈’을 숯불 위에 굽는다. 두툼하게 썰어 낸 돼지고기에 촘촘하게 잡힌 칼집 사이로 간간하면서도 달달하게 스며든 양념의 맛은 어린아이도 좋아할, 호불호가 적은 맛이다. 서비스 역시 푸근하다. 숯불을 올릴 때부터 불판을 뺄 때까지 고기를 구워 주고 불판이 타진 않는지, 빈 반찬 그릇이 있진 않은지 테이블마다 세심하게 챙긴다. 대형모임이나 회식 장소로도 적합한 규모다.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길 17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가격: 한돈양념구이(250g) 1만6,000원, 소갈비(230g) 1만8,000원

 

*마포 미식로드에 등장하는 식당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블루리본 서베이, 트립 어드바이저 등의 평가를 기준으로 선정했습니다. <트래비> 10월호까지, 마포 구석구석을 맛보고 기록하겠습니다.
 

글 김예지 기자 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마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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