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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가 품은 마을, 첼암제 - 카프룬

Zell Am See-Kaprun

  • Editor. 김선주 기자
  • 입력 2019.09.03 09:20
  • 수정 2019.11.07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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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은 첼 호수를 한 바퀴 순회하면서 산과 마을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선사한다
유람선은 첼 호수를 한 바퀴 순회하면서 산과 마을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선사한다

●호수를 감싼 알프스 마을


잠깐 잠든 사이 국경을 넘어 독일을 가로질러 왔다는 동행의 말보다 눈앞에 펼쳐진 호젓한 호변 마을의 풍경이 더 신기했다. ‘첼 호수를 감싼 마을’ 첼암제(Zell Am See)였다. 잘츠부르크 도심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만에 도시는 목가적인 알프스 마을로 변신했다.

해발 2,000m 슈미텐회에 정상에 오르면 저 아래로 첼암제와 호수가 아름답게 빛난다
해발 2,000m 슈미텐회에 정상에 오르면 저 아래로 첼암제와 호수가 아름답게 빛난다

가장 먼저 슈미텐회에(Schmittenhohe)에 올랐다. 첼암제를 감싸고 있는 해발 2,000m의 산이다. 케이블카부터 시선을 끌었다. 자동차 회사 포르쉐가 디자인한 매끈한 케이블카다. 포르쉐 가문이 첼암제에 뿌리를 두고 있었구나, 처음 알았다. 매끈한 포르쉐 디자인 케이블카가 내려준 곳은 더 매혹적이었다. 저 아래 첼 호수(Zeller See)와 첼암제 마을이 다소곳했고, 저 멀리 알프스 연봉이 파노라마로 장관을 연출했다. 잘츠부르크주의 최고봉인 키츠슈타인호른(Kitzsteinhorn, 3,203m)을 비롯해 3,000m 이상 되는 알프스 봉우리 30개가 한여름에도 하얀 만년설을 반짝이며 장관을 이뤘다. 


트레일은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다 흩어지고 합쳐지기를 반복하며 여기저기로 뻗어나갔다. 그 위에는     어김없이 여름날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의 상쾌한 발자국이 타박타박 찍혔다. 하이킹 코스 길이만 400km에 이른다니 걷지 않을 수 없겠다. 시씨(Sisi)라는 애칭으로도 친숙한 황제 프란츠 요제프(Franz Joseph)의 아내 엘리자베스 황후도 이 길을 산책했다고 한다. 황후의 산책을 기념해 1885년 8월 지은 엘리자베스 교회는 시씨 교회(Sisi Chaple)로 불리며 슈미텐회에 정상을 찾는 이들을 반겼다. 가끔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도 있다고. 알프스 산맥 전망을 가득 머금은 산정 레스토랑에서 스티글 생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활공하는 빨간 패러글라이더가 부러웠다.

첼암제 마을은 아담하지만 여름이면 축제로 흥겹다
첼암제 마을은 아담하지만 여름이면 축제로 흥겹다

첼암제 마을로 내려와서도 부러움은 가시지 않았다. 첼 호수에서 오리 배를 타는 연인들이 그랬고 카이트서핑이며 윈드서핑을 뽐내는 서퍼가 부러웠다. 호변 해수욕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이 샘났고, 굵은 바퀴 자전거로 호숫가 도로를 질주하는 라이더들에게도 질투를 느꼈다. 호수 둘레가 11km 정도라니 자전거로 한 시간 정도면 넉넉하겠다, 싶어  대여점을 찾았지만 시간이 맞지 않았다. 이 모든 아쉬움을 해소한 것은 호수 유람선이었다. 1시간 정도 호수를 한 바퀴 돌았을 뿐이었지만 평온하고 또 평온했다. 마을은 느린 걸음으로도 한두 시간 정도면 너끈할 정도로 아담한데, 밤이 되니 시끌벅적한 축제로 들썩였다. 여름철 매주 수요일 밤마다 나이트 페스티벌을 연단다. 호수에서는 매직 레이크 쇼도 펼쳐졌다. 동네 사람들 틈에 끼어 기꺼이 즐기니, 첼암제가 더욱 정겨웠다.  

잘츠부르크주 최고봉인 키츠슈타인호른에 오르면 알프스 고봉준령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잘츠부르크주 최고봉인 키츠슈타인호른에 오르면 알프스 고봉준령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높고 아름답다, 혼미하게


첼암제-카프룬 지역의 한 축은 카프룬(Kaprun)이다. 잘츠부르크주의 최고봉인 키츠슈타인호른(Kitzsteinhorn)이 솟아 있다. 해발고도 3,203m, 키츠슈타인호른 최정상은 전문 산악인이라도 준비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우니 일반 여행자들의 몫은 아니다.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기술과 자연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꼭대기 바로 아래 3,029m 지점까지 듬직한 케이블카가 오른다. 900m 지점에서 출발한 케이블카는 3~4개 구간을 거침없이 올라 결국 2,100m의 높이를 더했다. 급격한 고도 상승만큼이나 경치의 변화도 극적이었다.


케이블카 종착지는 깁펠벨트 3000(Gipfelwelt 3000)이다. 2개의 전망대와 레스토랑, 동굴 갤러리 등을 갖췄다. 3,029m 높이에 있는 파노라마 전망대 톱 오브 잘츠부르크(Top of Salzburg)는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기 좋은 명소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3,789m로 오스트리아 최고 봉우리인 그로스글로크너(Grossglockner)까지 보인다는데, 저 멀리서 은빛 자태를 뿜어내는 게 그곳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아니면 어떠랴, 이미 알프스 고봉준령들의 파노라마 장관에 기분이 한껏 들떴으니 말이다. 들뜬 기분에 반대편 전망대로 이어지는 360m 길이 동굴 갤러리를 잰걸음으로 내려가다가 그만 핑하니 어지러웠다. 이런 게 고산병인가 보군, 3,000m의 고도감은 그렇게 혼미하게 찾아왔다. 

지그문트 툰 협곡에서는 물과 바위와 시간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지그문트 툰 협곡에서는 물과 바위와 시간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멀미 같은 고산병 증세는 산에서 내려오며 고도를 낮출수록 가셨다. 정신이 들고 보니 좁다란 협곡으로 세찬 물줄기가 낙하했다. 알프스 고봉의 만년설과 빙하 녹은 물인 듯 차갑고 맑았다. 지그문트 툰 협곡(Sigmund Thun Gorge)이었다. 해발 50~200m 사이에서 가파르게 이어졌다. 물결은 거세게 휘몰아치고 굽이돌며 바위를 깎고 파고들었다. 둥그스름하게 파인 바위들이 협곡을 따라 즐비했다. 수만 년, 아니 수십만 년의 세월 동안 물길이 빚어낸 나이테나 다름없었다. 협곡 맨 아래부터 거슬러 올라가기를 20분쯤, 협곡이 끝난 자리에 옥빛 클람(Klamm) 호수가 잔잔했다. 호면 위로 잘츠부르크주 최고봉 키츠슈타인호른을 그려냈다. 

 

▶HOTEL
로만틱호텔 첼암제 
Romantik hotel Zell am See

고풍스런 외관과 인테리어가 아늑함을 선사한다. 4성급 호텔. 첼암제 마을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 광장이나 호수 등 주요 명소로 접근하기 좋다. 다양한 스파 시설도 갖추고 있어 휴양호텔의 색채도 강하다.  

 

글 김선주 기자  사진 김정흠 
취재협조 잘츠부르크주관광청, 터키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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