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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최대 국립공원, 호에타우에른

Hohe Tauern National Park

  • Editor. 김선주 기자
  • 입력 2019.09.03 09:30
  • 수정 2019.11.07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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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질의 숨은 보석 같은 호수 힌터제에서 한 가족이 야생동물을 관찰하면서 소풍을 즐겼다
미터질의 숨은 보석 같은 호수 힌터제에서 한 가족이 야생동물을 관찰하면서 소풍을 즐겼다

●혈관처럼 뻗은, 보석처럼 안긴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Hohe Tauern National Park)은 오스트리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잘츠부르크주와 티롤(Tirol)주, 케르텐(Karnten)주 3개 주에 걸쳐 있다. 해발 3000m급 고봉준령 30개가 서로 키를 재듯 굵고 높게 솟아올랐다. 오스트리아 최고봉인 그로스글로크너(3,798m)도 호에타우에른 산맥의 일부다. 면적 1,856km2로 오스트리아에서는 물론 중부 유럽을 통틀어서도 가장 큰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수 천 km에 달하는 하이킹 코스가 혈관처럼 흐르고 수 백 개의 계곡과 호수가 점점이 박혀 빛난다. 아기자기한 소도시들도 곳곳에 안겨 있다. 첼암제-카프룬에서 서쪽으로 30분 정도 더 달리면 호에타우에른에 안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와일드코겔은 하이킹을 비롯해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고산 휴양지다
와일드코겔은 하이킹을 비롯해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고산 휴양지다

티롤주와 맞닿아 있는 잘츠부르크주의 최서단 마을 크리믈(Krimml)은 인구라야 1,00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크다. 유럽에서 가장 넓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 크기라는 크리믈 폭포가 있어서다. 폭포의 총 높이는 무려 380m다. 한번에 낙하하는 게 아니고 삼단에 걸쳐 흘러내린다. 때문에 폭포 맨 아래에서 정상 폭포까지는 4km에 이를 정도로 길다. 유럽 최대, 세계 다섯 번째라는 타이틀은 아마 이 길이가 품은 광대한 넓이에서 비롯된 것 같다. 크리믈 마을에서 1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맨 아래 폭포에 닿는다. 폭포가 내뿜는 하얀 포말이 공간을 적셨고, 거침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는 시원했다. 크리믈 폭포는 알레르기와 천식 치료에도 효과가 있어 폭포 아래에서 2~3주짜리 치료 코스를 밟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하긴 폭포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뻥 뚫리니 치료 못할 리도 없을 것 같았다.


호에타우에른 산맥의 진면목을 감상하는 데는 와일드코겔(Wildkogel-Arena)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해발 2,224m로 꽤 높지만 소도시 노이키르헨(Neukirchen)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20분이면 족하다. 호에타우에른 산맥을 감상하는 전망 포인트로서는 물론 사계절 고산 휴양지로서도 명성이 높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니, 방목된 소들 사이로 하이커들이 한갓진 산책을 즐겼고, 스테인리스 철로 만든 원형 슬라이드가 산비탈 곳곳에서 각각의 기울기와 길이로 산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이들은 차라리 경이로웠고, 그럴 엄두가 나지 않으면 마운틴 카트를 타고 산길을 질주하면 그만일 것 같았다. 산 정상에서는 키즈파크 코겔모겔(Kogel-Mogel)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을 유혹했다. 여기저기 놀 거리 천지였다.   

미터질 마을
미터질 마을

미터질(Mittersill)에 있는 국립공원월드(Nationalpark Welten) 박물관에서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의 매력을 속성으로 체험했다.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의 야생동물, 빙하, 수중세계, 광물, 사계절 등을 10가지 테마시설을 통해 안내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다채롭고 흥미로웠다. 360도 원형 스크린 위로 국립공원의 사계절이 비쳐졌을 때는 다른 계절에도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미터질은 힌터제(Hintersee)라는 보석 같은 호수도 품었다. 호에타우에른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 바로 뒤편에 있어서인지 ‘뒤편 호수’라는 뜻을 지녔다. 좁다란 비포장 길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비밀의 호수나 다름없었다. 호숫가 산책로를 걷다 보니 아침 물안개가 호면 위로 흘렀다. 잔잔하고 평화롭고 아늑했다.    

 

●꿈으로 달리는, 꿈같은 길 


정작 길로 접어들고 나니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구름인지 안개인지 새하얗게 몰려왔다. 두텁고 탁한 순백의 공기는 시야를 가렸다. 몸이 한쪽으로 심하게 쏠릴 때마다 지금 급커브를 도는구나,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지만 이 도로의 굴곡이 얼마나 심하고 많은지, 또 얼마나 높이 오르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로스글로크너 하이 알파인 로드는 지그재그로 산맥을 넘는다
그로스글로크너 하이 알파인 로드는 지그재그로 산맥을 넘는다

잘츠부르크주와 케르텐주가 맞닿은 부근에 하이 알파인 로드(Grossglockner High Alpine Road)가 구불구불 알프스 산맥을 넘는다. 독일어로는 호흐알펜슈트라세(Hochalpenstrasse)다. 말 뜻 그대로 알프스 고산도로다.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의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옛날 이 길은 소금과 금의 교역로였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35년 경제 불황 극복을 위한 대규모 공공 토목공사로 지금의 고산도로가 태어났다. 벼랑길을 달리는 48km의 도로, U자형으로 굽은 급커브 길을 돌고 돌아 해발 2,571m의 전망대 겸 휴게소 에델바이스 스피체(Edelweissspitze)까지 오른다. 길의 끝자락에는 오스트리아 최고봉인 그로스글로크너가 솟아 있다. 겨울엔 눈이 많아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날씨가 좋을 때만 개방된다. 차량 1대당 35유로이니 부담되는 수준이지만 자전거로, 오토바이로, 자동차로 길을 오르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그야말로 동경의 도로이자 꿈의 도로다. 곳곳에 박물관과 휴게소, 전망대 등 볼거리도 많다.   


한참 구름 속을 달리다 보니 일순 구름이 걷히고 시야가 트였다. 저절로 탄성이 터졌다. 알프스 산맥을 오르는 지그재그 길은 알프스 고봉을 배경 삼아 신비롭게 굽이쳤다. 벼랑 급커브를 돌 때는 아찔했지만 금세 다음 급커브가 기다려졌다. 다시 구름에 갇힐라 조바심칠 때, 한 무리의 바이커들이 오토바이 엔진소리를 한껏 키우며 스쳐 지나갔다. 꿈같은 질주였다.  

▶HOTEL

호텔 슐로스 미터질 
Hotel Schloss Mittersill

미터질을 대표하는 호텔로 중세시대 성을 호텔로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 슐로스(Schloss)는 성이라는 뜻이다. 미터질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 전망이 뛰어나며, 고풍스러우면서도 럭셔리한 감흥을 선사한다. 

 

글 김선주 기자  사진 김정흠 
취재협조 잘츠부르크주관광청, 터키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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