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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캐내디언의 휴양이란, 무스코카 & 알곤퀸

호수 위에 멈춘 시간, 온타리오

  • Editor. 김예지 기자
  • 입력 2019.09.03 09:35
  • 수정 2019.11.07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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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koka 무스코카 &  Algonquin 알곤퀸

화려한 시절의 항해

언젠가 캐나다의 한 기자는 ‘캐나다에서는 사람과 어울리려면 집으로 가고 혼자 있고 싶을 땐 밖으로 나간다’라는 문장을 쓴 적이 있다. 캐나다의 인구밀도*는 1km2당 4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러시아의 인구밀도는 9명, 미국은 34명, 중국은 145명이다. 517명이라는 한국의 밀도에 실감은 배가된다. 

자연을 몸으로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 알곤퀸 공원
자연을 몸으로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 알곤퀸 공원

무스코카에서 가장 먼저 와 닿는 건 사람보다도 훨씬 빽빽한 나무들이었다. 1,600여 개 호수를 가진 무스코카가 마냥 야생으로만 남지 않은 데는 알렉산더(Alexander Peter Cockburn, 1837~1905년)의 존재가 컸다. 온타리오주 의회의 초대 멤버였던 그는 1865년 가을 친구들과 무스코카를 찾았고 이후 정부의 지원을 끌어 도로와 운하 건설을 추진할 정도로 아주 푹 빠졌다. 그는 급기야 무스코카 내비게이션 컴퍼니(Muskoka Navigation Company)라는 선사를 세워 북미 최초로 호수에 대규모 증기선을 띄웠다. 무스코카는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의 별장지로 떠올랐다. 

무스코카 디스커버리 센터에는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증기선인 세그운(Royal Mail Ship Segwun)과 자매호인 위노아 2호(Wenonah II)가 있다
무스코카 디스커버리 센터에는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증기선인 세그운(Royal Mail Ship Segwun)과 자매호인 위노아 2호(Wenonah II)가 있다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과 28대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그 시절 항해에 가담했던 라인업이 빵빵하다. ‘왕년’을 들먹이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힘이 없는 것과는 달리 무스코카는 여전히 캐나다 사람들 사이에서 ‘럭셔리 여행지’로 통하고 있다. 셀러브리티가 아니라도 우아하게. 하이웨이 11을 타는 동안 나무의 밀도는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없다. 한적함이 좋았지만 만나게 될 사람에 대한 기대 또한 없지 않았다. 


*각 국가의 공식 인구통계 사이트를 참고했다. 러시아는 2018년 기준, 다른 국가는 모두 2019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무스코카 디스커버리 센터(Muskoka Discovery Centre)
주소:  275 Steamship Bay Road, Gravenhurst, Ontario P1P 1Z9

알곤퀸 공원의 호수에서, 유하고 순한 기억들
알곤퀸 공원의 호수에서, 유하고 순한 기억들

크리스마스 같았던 날

알곤퀸 공원(Algonquin Park)의 한 작은 오두막에서는 점심식사 준비가 한창이다. 집에 비해 제법 큰 테이블에 음식이 하나둘 오르기 시작했다. “Oh! Sweet Canada~” 창밖에서 들려오는 짹짹 소리를 해석하는 주인아주머니의 방식이 신박하다. 늘 먹던 치킨이 유별나게 부드럽고 단단한 감자가 참 잘도 으깨졌고 와이파이는 터지지 않았다. 오붓하다 못해 고소하기까지 하다.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오두막에서.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오두막에서.

낮잠 대신 카누를 택한 건 마냥 게을러지기에 아까운 자연이었기 때문이다. 알곤퀸 공원이 캠핑뿐 아니라 카누와 하이킹 장소로도 유명하다는 사실에는 어떤 이견도 있을 수 없었다. 난생 처음 타 본 카누는 정확하게 고통과 아름다움을 맞바꾸는 행위랄까. 요령 없는 팔은 욱신대는데 호수는 갈수록 비경인 것이다. 느리고 서툴러도 멈출 수 없었다. 멈추고 싶지 않았다. 

카누를 타기 전의 평온했던 상태
카누를 타기 전의 평온했던 상태

결국에 정박한 곳은 또다시 오두막, 이번엔 블루베이 파이와 허브티. 나른한 테이블 위에 오른 주제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저은 만큼 아름다워진 우리는 칼로리를 다시 채우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떠나온 만큼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여행 후에 돌아올 일상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주기만 하는 이들의 존재에 안도할 뿐이었다. 자꾸만 빈 잔을 채워 내던 주인아주머니처럼 자연은 그렇게 살갑기만 했다.  

보야저 퀘스트(Voyageur Quest)
주소: Round Lake, Algonquin Park Access Point #1, South River, Ontario P0A 1X0

 

▶travel info

RESORT
디어허스트 리조트 Deerhurst Resort

무스코카의 전성기를 함께한 리조트다. 1896년 처음 지어질 때만 해도 단 2명이 묵을 만한 작은 별장 형태였으나 무스코카가 유람선 휴양지로 인기를 끌면서 골프 코스를 낀 대규모 리조트로 확장됐다. 캐나다 출신의 컨트리 팝가수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이 즐겨 찾았고, 2010년 무스코카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의 숙소였다. 
주소: 1235 Deerhurst Drive, Huntsville, Ontario P1H 2E8

WINERY
무스코카 레이크스 팜 & 와이너리 
Muskoka Lakes Farm & Winery

농장에서 키운 크랜베리로 만든 와인이 단연 대표적이다. 1950년대부터 아버지가 운영해 온 크랜베리 농장에 아들이 양조장을 만들었고, 무스코카에서 꼭 가 봐야 할 명소가 됐다. 바디감과 달기가 제각각인 여러 종류의 크랜베리 와인을 테이스팅해 볼 수 있으며 말린 크랜베리, 크랜베리 초콜릿도 알이 실하다.   
주소: 1074 Cranberry Road, Bala, Ontario P0C 1A0

PARK
애로헤드 주립공원 Arowhead Provincial Park

자연을 몸으로 경험하는 장소다. 캠핑, 카누, 카약,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겨울 시즌에는 숲을 관통하는 인공 스케이트 트레일이 특히나 인기다. 몸으로 경험하지 않더라도 꼭 봐야 할 것은 빅 벤드(Big Bend). 1만2,000년 전부터 물과 모래가 서서히 만들어 온 장관이다. 
주소: 451 Arrowhead Park Road, Huntsville, Ontario P1H 2J4

 

글·사진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캐나다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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