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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난 섬에서 잔다

  • Editor. 김민수
  • 입력 2019.10.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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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캠핑은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여정을 계획하고 만들어 가는 작업이며 텐트 밖을 나서면 가장 넓은 하늘을 만날 수 있는 순수한 자연으로의 회귀다. 
꼭꼭 숨겨 두었던 다섯 개의 섬, 배낭을 짊어지고 떠나는 가을 이야기.

재원도 예미해변의 저녁풍경
재원도 예미해변의 저녁풍경

1. 재원도 예미해변
단절과 호젓함의 사이에


튤립 축제와 민어로 잘 알려진 임자도 뒤편에 재원도라는 작은 섬이 숨어 있다. 80년도 후반까지 민어, 부세, 병어 파시로 성황을 이루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고즈넉한 섬이 되어 남아 있다.

이곳에는 예미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일반인들의 왕래가 적은 까닭에 해변은 여전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넓은 백사장에 완만한 수심 그리고 맑은 바닷물, 유명 해수욕장이 될 만한 조건은 모두 가지고 있으나 철이 지난 해변은 섬 주민조차 찾지 않는 오지 중의 오지다. 선착장에서 남쪽 해안의 임도를 따라 4km 정도를 걸어야 예미해변에 닿을 수가 있다. 모래언덕에 설영을 하면 해변 전체가 조금의 남김도 없이 시야에 찬다. 핸드폰이 안 터지고 방해받을 것이 없으니 캠핑에 집중하고 장시간 사색에 잠겨 볼 수도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자그마한 풀등도 생겨나고 서쪽을 향해 있어 낙조 풍경도 기대할 수 있다. 

여객선 | 점암선착장(신안군 지도읍, 1일 2회) → 재원도 
*재원도선착장에서 도보 이동(4km)

잔잔한 바다를 텐트 앞에 펼쳐 놓다
잔잔한 바다를 텐트 앞에 펼쳐 놓다

2. 도초도 가는게해변 
섬 주민의 숨겨 둔 휴양지

신안군 도초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시목해변이다. 그리고 서남문대교를 건너 비금도에도 원평, 명사십리, 하트해변 등등 크고 잘 알려진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하지만 도초도에는 섬 주민들이 꼭꼭 숨겨 둔 그들만의 휴양지가 있다. 옆으로 가는 게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가는게해변’. 폭이 100m가 채 넘지 않는 곱고 작은 백사장과 평온한 물결, 더구나 해변의 대부분은 만입된 형태라 여느 바다와는 사뭇 다른 특별한 오붓함이 있다. 그리고 ‘가는게’에는 섬사람들만 안다는 보물이 있다. 그것은 해변 숲 뒤의 우물. 지하에서 솟는 단물이라 음용이 가능하고 그 시원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또한 해변 뒤편의 능선을 따라가면 문바위, 아편바위 등 형상석의 절경과 비금도 서쪽 해안, 비금도, 우이도를 띄어 놓은 선명한 바다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여객선 | 목포항 여객선터미널(1일 4회), 북항(전남 목포시, 1일 5회) → 도초도 
*도초도 화도선착장에서 택시 이용(061 275 9993, 061 275 1508)

대야도해변에 설영을 하다
대야도해변에 설영을 하다

3. 대야도 대야도해변 
오롯한 섬 하루를 보내려면?

대야도는 신안군 하의면에 속해 있으며 커다란 산봉우리 하나가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는 형상의 섬이다. 예스러운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마을 뒤편, ‘목너머’란 이름의 고개 하나를 넘으면 탄성이 절로 나는 바다와 아름다운 백사장을 마주하게 된다. 남쪽의 U자형의 해변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뭇 다른 감성을 자아낸다. 아침과 저녁의 아늑한 분위기 사이에는 눈부신 태양의 시간이 놓였다. 그리고 어둠이 파랗게 내리고 나면 쏟아지는 별빛, 멀어졌던 바다는 새벽녘이 되어야 다시 돌아온다. 언덕 위 그늘에는 알파인 텐트 한 동씩은 올라갈 크기의 평상이 5개 설치되어 있다. 마을 이장님이 방문객의 도우미를 자처하는 섬. 대야도는 캠핑으로 즐기기에 참 좋은 섬이다.

여객선 | 목포항 여객선터미널(1일 5회) → 하의도 웅곡항(1일 2회) → 대야도
*대야도선착장에서 도보 이동(1.2km)

캠핑하기 좋은 상낙월 해변
캠핑하기 좋은 상낙월 해변
상낙월해변의 낙조
상낙월해변의 낙조

4. 낙월도 상낙월해변 
백패커의 로망

전라남도 영광군의 낙월도는 상낙월, 하낙월 두개의 섬이 방조제로 연결되어 하나의 섬이 되었으나 두 섬을 합쳐 봐야 면적은 2km²가 간당하다. 상낙월도(갈마골) 해변은 선착장에서 700m 정도 떨어져 있다. 텐트 30여 동은 너끈히 들어설 너른 잔디밭, 탁 트인 바다 경관에 개수대와 화장실 시설까지 잘 갖춰 놓아 여느 섬에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캠핑입지를 자랑한다. 덕분에 예전보다는 꽤 많은 캠퍼가 찾는 섬이 되었지만 그래도 여름 시즌이 지난 해변은 한적하고 여유롭다. 섬의 최고점은 91m, 시원한 바다 풍경과 함께하는 하낙월까지의 능선 트레킹은 낙월도 캠핑의 또 다른 묘미이다. 해 질 무렵 데크 쉼터에 서면 하루의 화려한 피날레를 경험할 수 있다. 

여객선 | 향화도선착장(영광군 염산면, 1일 3회) → 상낙월선착장
*상낙월선착장에서 도보 이동(700m)

텐트 안에서 바라본 개도 모전해변 전경
텐트 안에서 바라본 개도 모전해변 전경

5. 개도 모전해변
차르르 흐르는 몽돌의 노래

개도는 전남 여수시에 속해 있으며 우리에게는 개도막걸리로 친숙한 섬이다. 너무도 잔잔하고 고요해서 마치 호수를 연상시키는 모전 앞바다, 해변을 둘러싼 몽돌은 작고 둥글어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밀물 때 물이 닿지 않는 지점을 확인하고 바닥을 편평히 고르면 멋진 사이트가 만들어진다. 모전해변의 참매력은 세상이 어둠으로 뒤덮인 시간에 존재한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멀어지고 다가오는 바다, 차르르 흐르는 몽돌의 노래, 소리는 듣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닮아 있다. 개도는 예전 섬 주민들이 망태 지고 지게 지던 비탈길을 연결하여 총 3코스, 7.5km의 트레킹 코스를 조성했는데 난이도가 높지 않아 누구든 쉽게 걸을 수 있다. 

여객선 | 여수항 여객선터미널(1일 3회) → 개도 화산선착장
*화산선착장에서 도보 이동(3.7km)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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