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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뗄까요, 말까요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9.10.31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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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차주가 되었습니다. 너도나도 있는 자동차를 마흔다섯 나이에 처음 소유하는 건 그만큼 오래 망설였다는 뜻이겠지요. 의외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여행작가 중에 운전을 못 하거나 안 하는 이들이 꽤 많고, 저희 트래비 기자들 중에도 절반쯤은 그러합니다. 서울시 한복판, 잘 구축된 대중교통 네트워크의 수혜자들이자, 항공여행 홀릭들이죠. 


아직 ‘내 차’라고 부르기 어색한 이 차의 첫 모습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트래비> 입사 다음 해에 구입한 ‘회사 차’입니다. 달리는 광고판이니 잘 꾸며야 한다면서 양쪽 도어는 물론, 지붕 위에도 ‘TRAVIE’ 로고를 큼지막하게 랩핑했죠. 어쨌든 면허를 꺼낼 이유가 없던 저는 8년 동안 이 차를 단 한 번도 운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여러 직원들의 손을 탔죠. 


그 소임을 적당히 마치고, 차는 회사 게시판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이왕이면 직원에게 기회를 주겠다고요. 첫차는 중고차라면서요. 24년차 장롱 면허의 어설픔을 너그러이 받아 줄 그런 베테랑 말입니다. 그래서 손을 들어 봤습니다. 나름 경매였지만 제가 입찰자가 되도록 선배들의 양보가 있었다는 건 나중에 안 일이죠. 양쪽 도어와 지붕에 ‘TRAVIE’라고 ‘엄청 눈에 띄게’ 쓰여 있는 차는 지금 제집 주차장에서 무위도식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운전을 못하니) 탈출구 없는 뚜벅이였던 셈이지만, 제주도 여행도 대중교통으로 척척 해내던 그 라이프스타일이 좋았거든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고,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오토캠핑이 아닌 백패킹을 하면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두 발의 자유를 알아버렸으니까요. 지구를 위하고 있다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그러니 한밤중에 훌쩍 차를 몰고 동해안으로 향하는 자유 정도만 더해지면 되겠는데, 사실 저는 잠을 더 사랑합니다. 


사족이지만, 고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뗄 거야?’ 부편집장이니 트래비 로고쯤 어떠냐는 것이죠. 애사심을 묻는 것인가요?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릴 뿐입니다. 혹시라도 도로에서 ‘TRAVIE’ 로고가 붙은 차량을 보신다면, 그냥 새로운 회사 차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운전이 영 서툴러 보인다 해도 결단코!! 저는 아닌 걸로.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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