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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설악산에 남아

  • Editor. 김선주 기자
  • 입력 2019.11.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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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에 올랐다. 권금성에 올라 내려다봤고, 내려다봤던 산자락 품에도 안겼다. 그렇게 설악산 추억의 결을 하나 더 보탰다. 

권금성 정상에서 바라보면 공룡능선, 만물상, 나한봉, 마등령, 세존봉, 장군봉, 황철봉 등 설악산의 고봉준령들이 겹겹이 얼굴을 내민다
권금성 정상에서 바라보면 공룡능선, 만물상, 나한봉, 마등령, 세존봉, 장군봉, 황철봉 등 설악산의 고봉준령들이 겹겹이 얼굴을 내민다

●가장 빠르고 손쉬운 설악산 


만추의 설악산에 올랐다.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 세월 따라 겹겹의 추억을 쌓은 산, 이번에는 가장 쉽고 대중적인 방법을 택했다. 설악산국립공원 소공원에 있는 설악케이블카를 탔다. 1971년 운행을 시작했으니 2020년이면 50년째다. 중고교 시절 당연한 일처럼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던 40대 중후반 중년들보다 나이가 많다. 예상보다 훨씬 긴 설악케이블카의 역사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케이블카 매표를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었다. 가족이든 일행이든 제발 대표 한 명씩만 줄을 서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줄은 구불구불 방향까지 틀어가며 계속 뻗어 나갔다. 일부러 단풍 절정기를 피해 왔건만 허사였다. 하긴 설악산의 가을이 어디 일주일 또는 이주일 만에 반짝 피었다 사그라질 일이었던가! 실제로 소공원은 여전히 화려했다. 빨갛고 노랗게 반짝이니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절대 짧아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기다란 줄을 견뎌낸 인내의 결과물은 무려 4시간 뒤에나 탑승할 수 있는 탑승권이었지만, 가을 끝자락의 알록달록한 소공원이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50명까지 태울 수 있는 설악케이블
50명까지 태울 수 있는 설악케이블

설악케이블카는 2002년 스위스 기술을 도입해 케이블카를 전면 리뉴얼하고 전자동 시스템을 갖췄다고 한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케이블카는 지금도 말끔한 맵시로 탑승객들을 맞았다. 50명까지 태울 수 있는 케이블카 2대가 해발 699m에 위치한 도착지와 222m의 출발지를 교차로 오르내리며 연결했다. 운행거리는 1,128m로 제법 길었다. 오르는 데 어느 정도 소요될지 시간을 재보겠다던 다짐은 케이블카를 빼곡히 채운 50명이 제각기 내던지는 탄성과 재잘거림, 웃음소리에 밀려 잊혀졌다. 4~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지만 확신은 없다. 아무렴 어떠랴, 케이블카가 아니었다면 2~3시간은 족히 걸렸을 등산길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누구나 만족할 수밖에 없는 편리함이다. 왕복 탑승요금 1만원(2019년 12월16일부로 성인 기준 1만1,000원으로 인상)이 아깝지 않았던 이유다.

케이블카 매표소 앞의 옛 케이블카 전시물
케이블카 매표소 앞의 옛 케이블카 전시물

케이블카 도착역은 해발 699m의 가파른 지대에 앉아 있어 그 자체로 아찔하지만, 전망대부터 카페까지 갖출 것은 다 갖췄다. 그래서인지 탑승객 대부분 케이블카 역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이곳저곳을 누비며 한참을 보낸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 동해 바다가 아득하게 내달렸고, 조금 전 인파로 북적였던 설악산 소공원도 눈 아래서 그저 조그맣게 고요했다.   

권금성은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의 바위 봉우리다
권금성은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의 바위 봉우리다

●권금성에 올라, 신흥사에 안겨


설악케이블카의 진면목은 다른 데 있다. 바로 권금성이다. 설악산 봉우리 중 하나다. 케이블카 역에서 이어진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를 10분 정도 오르니 시원스레 펼쳐졌다.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의 거대한 바위 봉우리였다. 바위 봉우리는 꽤 높고 또 넓어 케이블카가 토해낸 수많은 인파를 너끈히 품고도 남았다. 수평의 바위가 끝나는 지점에서 절벽은 아찔하게 시작됐다. 그 아찔함 뒤로 이미 스산한 겨울옷으로 갈아입은 설악산 고봉준령들이 겹겹이 몸을 포갰다. 공룡능선, 만물상, 나한봉, 마등령, 세존봉, 장군봉, 황철봉…. 권금성의 시야는 탁 트여 후련했다. 권금성의 높고 너른 바위 정상은 하나의 거대한 전망대였다. 이리저리 쏘다니다 보니 어느새 온몸에 더운 기운이 퍼지고 송골송골 땀도 솟았다. 몸과 마음이 개운했다.

신흥사 극락보전
신흥사 극락보전
신흥사 사천왕상
신흥사 사천왕상

권금성 정상에서 봤을 때, 아담하기만 했던 신흥사 통일대불은 막상 가까이서 보니 거대했다. 높이 14.6m로 1997년 10월 완성 당시 세계 최대 청동불좌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었다고 하니 당연했다. 통일을 염원하며 만든 것이어서 통일대불로 불린다. 신흥사 일주문을 통과하면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온화한 자태로 관람객을 끌어들이는데, 절을 올리거나 청동불상 주위를 도는 불자부터 기념촬영하기에 바쁜 속세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흥사는 그 북적함에서 다소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인기 스폿이기는 마찬가지다. 652년(진덕여왕 6년) 신라의 승려 자장이 창건했다고 한다. 매년 만우절이면 원래 있던 자리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가짜뉴스가 나오곤 하는 설악산 흔들바위로 향하는 길 초입에 있어 들르는 사람이 많다. 그래도 천년고찰의 위엄은 대단했다. 설악산 자락에 안긴 고찰의 힘이랄까, 경내에 들어서면 누구랄 것 없이 차분해졌다.

신흥사는 흔들바위와 울산바위로 오르는 길 초입에 있다
신흥사는 흔들바위와 울산바위로 오르는 길 초입에 있다
통일을 염원하며 만든 통일대불
통일을 염원하며 만든 통일대불

글·사진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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