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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의 몰타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0.01.02 10:20
  • 수정 2020.01.02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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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에마에서 바라본 발레타
슬리에마에서 바라본 발레타
오렌지빛으로 물든 몰타의 어느 골목
오렌지빛으로 물든 몰타의 어느 골목

진해지는 때가 있다.
아침을 깨우는 6시의 몰타처럼,
밤을 앞둔 6시의 몰타처럼.
겨울을 앞둔 가을 같던 순간들.


맵고 짜고 달고 

몰타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한 일은 찻집에 들르는 것이었다. 발레타(Valletta)가 보이는 슬리에마(Sliema)의 어느 찻집. 주전자 속 펄펄 끓던 물을 티백이 든 유리잔에 가득 부었다. 긴 비행 끝에 누리는 첫 여유. 달아오른 찻잔을 바로 들 순 없으니 바라본다. 은은한 주황빛 감도는 것이 몰타와도 같다. 아직, 우러나지 않았다. 하필 오후 5시의 애매한 노을이 찻잔을 덮친다. 이왕이면 맵고 짜고 달았으면 했다. 맛이든 여행이든, 지중해라면 더더욱 바라고 있었다. 바다는 바다보다 더 파랗기를, 바질은 세상의 초록 중 가장 생기로웠으면 한다. 여유롭지만 외롭지 않길 바랐다. 해는 뜨겁지만 날씨는 시원했으면 좋겠고, 적당한 바람이 불길 원했다. 지중해에서 지중해의 낭만을 바랐건만 첫날의 몰타가 그랬냐는 질문에는 글쎄. 티가 좀 더 붉어진다.

라임스톤이 가득한 골목에서 가장 화려한 것은 사람이다
라임스톤이 가득한 골목에서 가장 화려한 것은 사람이다

돌아보면 몰타는 참 멀었다. 인천에서 카타르항공을 탑승해 도하를 지나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으로부터 지중해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93km, 그곳에 몰타가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과 더욱 가깝지만 행정적으로 유럽이다. 몰타는 크게 3개의 섬으로 분류한다. 몰타섬과 고조섬 그리고 그 사이의 코미노섬. 매력이 서로 다르니 어느 한 곳을 최고라 꼽기 힘들지만 공통점이라면 간단하겠다. 모든 섬이 유럽의 대표 휴양 섬이라는 점, 그리고 신화적이라는 것. 몰타는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세계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도시다. 물론 이 사실은 3개의 섬들 중 가장 큰 몰타섬이 제주도 6분의 1 가량의 크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노르만 양식으로 건축된 성당, 바로크 양식의 궁전들이 거리에 가득이다. 만약 이것들이 유럽의 흔한 풍경이라는 평가라면, 7개의 거석 신전은 다를 것이다. 몰타에 위치한 거석 신전은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Gobekli Tepe)’가 발굴되기 전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 건축물로 추정되어 왔다. 하자르 임(Hagar Qim), 임나드라(Mnajdra), 타르시엔(Tarxien) 신전은 독특한 형식의 건축학적 걸작들로 평가되며, 고조섬의 간티야(Ggantija) 신전은 청동기 시대의 구조물로 예측된다.

늦은 오후, 성당 앞 건널목
늦은 오후, 성당 앞 건널목
노부부의 디저트 타임
노부부의 디저트 타임

오랜 시간 넋 놓고 있었던 탓인지 티가 전부 식어 버렸다. 호록, 드디어 한 모금. 오래됐지만 낡지 않은 맛. 상쾌한 페퍼민트 향기는 지중해에서 바랐던 낭만이다. 잘 익은 오후 6시의 노을을 몰타의 라임스톤이 베어 문다. 세상이 오렌지빛이다. 맵고 짜고 단 오후 6시의 몰타.

 

●Valletta 발레타

여행의 크기

몰타는 대체로 노랗다. 수도 발레타(Valletta)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봄 닮은 개나리나 병아리를 상상할 건 아니다. 아무래도 늦은 가을 은행잎 정도가 적당하겠다. 라임스톤이 그 이유다. 대부분 몰타 건축물의 자재는 라임스톤이다. 라임스톤은 석회암이 재료인지라, 매끄럽게 잘라 사용했을지라도 질감이 꽤나 까칠하다. 발 꼬여 휘청거리며 벽이라도 짚는 날에는, 상처가 확정이다. 몰티즈(몰타의 사는 사람을 뜻함, 강아지가 아니다)가 그랬다. 벽 키스는 절대 금지라고. 그럴 만하다. 외관을 보고 있으면 마음은 유럽이라는데, 눈은 중동이란다. 노르스름한 자태는 예루살렘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발레타는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좀비영화 <월드워Z>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그 말인즉 두 도시가 닮았다는 뜻이다. 몰타와 이스라엘은 닮은 것 이상으로 관계가 깊다.

발레타 ‘어퍼 바라카 가든스’는 몰타 최고의 전망대다
발레타 ‘어퍼 바라카 가든스’는 몰타 최고의 전망대다

발레타는 1565년, 3만 대군의 오스만 투르크를 물리친 이후 1566년부터 계획적으로 설계된 요새 도시다. 발레타라는 지명은 당시 몰타 기사단장이었던 ‘장 파리조 드 라 발레트(Jean Parisot De La Valette)’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몰타 기사단, 그러니까 성 요한 기사단(Knights of St. John)은 과거 성지 순례자들을 위해 예루살렘에 세워진 아말피 병원에서 유래된 기사수도회의 이름이다. 지역에 따라 구호 기사단, 로도스 기사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1차 십자군 원정 당시 잠시 예루살렘을 기독교가 탈환하며 군사적인 기사단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슬람으로부터 기독교를 수호하는 역할을 자임하였다. 

꽃, 나무, 분수, 지중해. 낙원이다
꽃, 나무, 분수, 지중해. 낙원이다

몰타는 1530년부터 무려 268년 동안 성 요한 기사단의 통치를 받았으니, 발레타는 곧 성 요한 기사단의 모든 군사 유산을 전시한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발레타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발레타 어느 골목,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발레타 어느 골목,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가이드는 어느 커피숍을 지목했다. 그러곤 정확히 2시간 후 그곳에서 모일 것을 통보했다. 2시간은 한 국가의 수도를 둘러보기에 분명 적은 시간이지만, 발레타라면 모르겠다. 발레타의 면적은 0.8km2다. 근처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면적이 1,258km2임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작은 면적인지 체감할 수 있다. 가이드가 지목한 커피숍 앞에는 성 요한 대성당(St. John’s Co-Cathedral)이 자리했다. 사방으로 흩어졌다.

성 요한 대성당 내부, 신성하다
성 요한 대성당 내부, 신성하다

성 요한 대성당은 1577년, 세례자 성 요한을 기리기 위해 세운 대성당이다. 성당에 들어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을 뿐이다. 그러자 신이 함께했다. 성당의 천장에는 이탈리아 예술가 ‘마티아 프레티(Mattia Preti)’가 5년에 걸쳐 그려낸 성화가 가득하다. 성화는 성 요한의 일생을 담고 있다. 바닥은 채색한 것만 같은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다. 400여 명 기사들의 대리석 묘비들이다. 천연 대리석을 이용해 일일이 색 조합을 맞춘 것이다.

총 8개의 예배당 중 가장 북적이는 곳은 카라바조(Caravaggio)가 남긴 그림 앞이다. 카라바조는 살인자다. 또한 전 세계가 인정하는 화가다. 이탈리아 10만 리라 화폐의 앞면을 장식한 인물이기도 하다. 1606년, 그의 나이 35살 당시 로마 테니스코트에서 내기 경기를 하다 말싸움 끝에 상대를 칼로 살해했다. 살인 후 카라바조는 로마를 떠나 몰타로 도망쳤다. 몰타는 당시 이슬람 세력과 대치하고 있던 기독교의 최전선으로 일종의 휴전선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몰타에 있는 동안 <세례요한의 참수>를 그려냈고, 덕분에 몰타에 머물 수 있었다. 1608년 당시 그려진 그의 작품은 현재 성 요한 대성당에 보관되어 있다. 그가 남긴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며, 카라바조가 성 요한의 피로 직접 서명을 남긴 유일한 그림이기에 의미가 특별하다.

카라바조가 참수에 관련해 그린 그림은 대략 6편 정도인데, 이것들은 모두 카라바조의 살인과 연관이 깊다. 살인 후 도망친 카라바조에게 교황은 당시 최고형이었던 즉시 사살을 선고했다. 그러니까 누구든 그를 보면 목을 베어 가져오라고 명령한 것이다. 이를 전해 들은 카라바조는 심한 악몽에 시달렸고, 그림 속 참수에 처해지는 이들은 자신을 뜻한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약속했던 2시간이 훌쩍 넘었다. 그 작다는 발레타에서 성 요한 성당을 봤을 뿐이다. 여행의 크기는 면적과 비례하지 않는다.


●Mdina 임디나

침묵의 도시

중세를 걷는 중이다. <글래디에이터>, <트로이>, <왕좌의 게임> 등 중세 시대를 다룬다면 어김없이 이곳이다. ‘임디나(Mdina)’. 
임디나는 무려 3,000년 전부터 발레타가 건축되기까지, 몰타의 수도로 번영을 이뤄 왔다. 중세 시대 당시 임디나는 몰타의 고위 귀족과 성직자가 살던 곳이다. 반면 교외에 위치한 라바트(Rabat)는 서민들의 주거지역이었다. 라바트와 임디나는 중간에 도로를 하나 두고 행정상 구분할 정도로 가까운 위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어원에서 알 수 있다. 라바트는 아랍어로 ‘중심지 옆에 붙어 있는 도시’를 뜻한다. 반면 임디나는 ‘수도’를 뜻하며 이들의 이름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아랍 국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즉 몰타는 아랍권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디나는 9~10세기 당시 아랍의 통치를 받았다. 

임디나의 골목, 높은 벽이 특징이다
임디나의 골목, 높은 벽이 특징이다

임디나의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미로에 갇힌 것처럼 폐쇄적인 느낌이 들곤 한다. 벽은 높고, 길은 좁으며 굽이친다. 이것은 아랍 통치 당시 적들의 침략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앞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임디나의 통치권은 노르만이 이어받는다. 노르만의 통치로 시칠리아 풍 노르만 건축 양식으로 꾸며진 창문들이 임디나를 환기시킨다.

주기적으로 임디나를 관통하는 마차 덕분에 중세 느낌이 물씬 난다
주기적으로 임디나를 관통하는 마차 덕분에 중세 느낌이 물씬 난다

임디나로 입장할 수 있는 게이트 총 4개 중 가장 화려한 것은 단연 메인 게이트다. 1724년 성 요한 기사단장에 의해 지어졌다. 광장으로 들어서니 장엄한 ‘성 바울 대성당’이 자리한다. 무려 4세기에 건립된 몰타 최초의 성당이며 고난과 역경의 아이콘을 함께 담당 중이다. 9세기, 이슬람이 몰타를 지배하던 당시 파괴되었지만 13세기 노르만 지배 시대에 들어 재건축되었다. 1693년, 겹겹이 쌓인 임디나의 역사를 지진이 다시 한 번 뒤흔들었다. 이 지진으로 임디나의 3분의 1이 파괴되었으며 성당도 운명을 다했다. 지진 후, 임디나는 전부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되었으며 성당 역시 몰타의 건축가 로렌조 가파(Lorenzo Gafa)에 의해 재건되었다. 현재 임디나는 새로운 수도, 발레타의 부흥으로 거주자가 급격히 줄며 ‘침묵의 도시’라고 불린다.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침묵은 보통 롱런의 요소다.

 

●Vittoriosa 빅토리오사

동화의 낭만

동화 같은 낭만을 읊는다. 옅은 민들레 색 골목을 거닐고 싶다. 한없이 늘어진 채로, 마치 토요일 오후 2시처럼. 안정적이지만 특별했으면 좋겠다. 계단에는 덩굴이 걸려 있어 생기로웠으면 좋겠고, 햇살이 비치는 곳에 낮잠 자는 고양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 곳에선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공을 차다 엉켜 넘어졌으면 좋겠다. 살짝 까진 무릎 털며 다시 뛰었으면 좋겠다. 여리고 한적했으면 좋겠다, 몰타에서는. 

빅토리오사 골목에서 공을 차던 아이들
빅토리오사 골목에서 공을 차던 아이들

빅토리오사(Vittoriosa)가 그랬다. 발레타를 기준으로 오른쪽, 쓰리시티즈(Three Cities)가 위치한다. 이름 그대로 3개의 도시를 뜻한다. 비르구(Birgu), 센글레아(Senglea), 코스피쿠아(Cospicua). 빅토리오사는 비르구에 위치한다. 빅토리오사는 과거 몰타 기사단의 거주지였다. 또한 몰타와 오스만 제국 사이의 전쟁에서 승리한 곳이기도 하기에 ‘승리의 도시’라고 불린다. 이곳에 위치한 콜라키오 지역은 과거 프랑스, 스페인 등 외국인들이 거주했던 구역이다.

빅토리오사 초입, 마침 철인 3종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빅토리오사 초입, 마침 철인 3종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빅토리오사, 더 정확히 말하면 빅토리오사 콜라키오(Collachio) 구역의 풍경은 동화에 가깝다. 골목은 옅은 민들레 색이다. 해가 비치는 곳에는 정말 고양이가 있다. 어느 집을 보더라도 같지만 다르다. 창문의 색과 손잡이의 패턴, 베란다에 놓인 식물들이 그렇다. 마침 아이들도 만났다. 상상보다 훨씬 격한 몸싸움이었지만 결국 낭만적인 몸짓이었다.

 

●Gozo 고조

고지탄의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고조(Gozo)섬은 몰타(Malta)지만 몰타섬과는 다르다. 고조는 몰타 같았던 곳이다. 그러니까 예전의 몰타가 지금의 고조와 닮았었다는 뜻이다. 사는 사람도 다르다. 몰타 사람은 몰티즈(Maltese)라 부르며 고조 사람들은 고지탄(Gozitan)이라고 부른다. 서로 대화도 쉽지 않다. 고조 특유의 사투리가 꽤 심한 탓이다. 여러모로 제주도와 비슷하다. 한적한 들판, 느리게 흐르는 구름, 그리고 돌담까지.

고조는 선이 두껍다. 몰타에 비해 투박한 느낌이다
고조는 선이 두껍다. 몰타에 비해 투박한 느낌이다

몰타섬 북쪽에 위치한 치케와(Cirkewwa)항에서 페리를 타고 25분이면 고조섬에 도착할 수 있다. 몰타어로는 아우데시(Ghawdex)섬. ‘아우데시’는 아랍어로 기쁨을 뜻하는데, 이후 스페인 사람들이 카스티야 말로 옮기며 현재의 이름, ‘고조’라고 불리게 되었다. 고조섬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건 기원전 5,000년경부터다. 무려 중국에서 쌀 재배를 처음 시작했을 때이며, 메소포타미아와 인도에서 바퀴가 발명됐을 때이기도 하다. 기원전 3,800~3,000년경 사이 고조섬에 세워진 ‘주간티아(Ggantija) 거석 신전’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 1,0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시간과 흔적이 흐려지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 있다는 것은 고조의 시간이 더디다는 것을 증명한다. 어쩌면 기적일 수도 있겠다. 타피누(Ta’ Pinu) 성당의 전설이 그렇듯. 1833년 타피누 성당 근처를 지나던 농부가 성모의 목소리를 들은 후 사람들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교회 내부에는 기적의 목소리를 듣고 구원받은 내용의 감사 편지가 벽에 가득 붙어 있다. 아닐 걸 알면서도 뭐든 빌어 보게 된다. 기적은 그렇게 생기기 마련이라서.

기적의 장소, 타피누 성당
기적의 장소, 타피누 성당
타피누 성당의 내부
타피누 성당의 내부
몰타를 산책하다 만난 솔트판, 염전이다
몰타를 산책하다 만난 솔트판, 염전이다

바다 앞 펼쳐진 염전, 솔트판(Saltpans)을 지나 시타델(The Citadel)로 향한다. 시타델은 고조섬의 중심이며 과거의 피난 공방 장소다. 1551년, 고조섬은 해적의 침략을 받아 수많은 도민들이 납치를 당했었다. 시타델에 오르니 고조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라임스톤, 초록이 듬성한 들판, 그리고 선인장. 저 멀리 넘실거리는 것은 바다. 고조섬에서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아즈라 윈도우(Azure Window)가 유난히 아쉬운 이유다. 과거 아즈라 윈도우는 수천 년의 바람과 파도의 침식 때문에 생성된 거대한 아치 모양을 자랑했었지만 현재는 무너져 내렸다. 어느 한 동행이 아즈라 윈도우가 온전할 때 찍어 놓은 사진을 자랑한다. 그러곤 잘린 단면을 바라보며 아스라이 기억할 뿐이다. 참 여행 같은 일이다.

 

●Marasaxlokk 먀샤슬록 & Blue Grott 블루 그로토

루쯔와 눈이 마주친 순간

지중해의 낭만은 아무래도 바다니까, 먀샤슬록(Marasaxlokk)을 빼놓을 수 없었다. 먀샤슬록은 몰타섬 최대의 어촌 마을이다. 마침 일요일을 알리는 선데이 마켓이 한창이었다. 늦은 점심, 아침에 잡아 놓은 생선은 비릿해져만 가는데 주인장은 일찍이 판매를 접은 모양이다. 뱃머리 가득한 해안 쪽으로 남은 정어리를 던져 버렸다. 익숙한 일이라는 듯 고양이가 느릿하게 다가와 그것을 입에 문다. 그러곤 배 안쪽으로 사라진다. 한참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다. 그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배의 눈이었다.

마샤슬록에서 만난 강아지, 몰티즈는 아니지만
마샤슬록에서 만난 강아지, 몰티즈는 아니지만
루찌의 색이 매력적인 마샤슬록
루찌의 색이 매력적인 마샤슬록
블루 그로토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오후 2시다
블루 그로토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오후 2시다

몰타의 전통 어선, 루쯔(Luzzu). 과거 어부들은 루쯔에 이집트의   신인 호루스에 대한 믿음을 담았다. 배 앞머리에 그려진 호루스의 눈, 루쯔 아이가 그 믿음의 증거다. 마을 중심부에는 성묘 교회가 자리한다. 교회 지붕 위 성모상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녀 역시 루쯔를 타고 있다. 루쯔를 타고 바다로 나서 보고 싶다면 블루 그로토(Blue Grott)가 제격이겠다. 블루 그로토는 몰타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로 손꼽힌다. 햇살이 비치면 바다가 온통 푸른색으로 빛나 붙여진 이름이란다. 전통적인 루쯔는 아니지만, 그 색과 외형이 비스름하다. 절벽에 파도가 부딪혀 매섭기 때문에 젖어도 될 만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몰타 시타델
몰타 시타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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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LINE
몰타까지 편하게 모십니다 
카타르항공 Qatar Airways

카타르항공이 몰타 루카(Luqa)에 위치한 몰타 국제공항에 신규 취항했다. 카타르항공은 현재 230대의 항공기를 보유했으며 160여 개의 도시로 취항 중이다. 현재는 인천에서 몰타로 향하는 직항이 없다. 카타르항공을 이용할 경우 도하를 경유해 몰타로 환승할 수 있다. 카타르항공은 2003년 한국에 취항해 현재는 서울-도하 구간을 주 7회 매일 운항 중이다. 도하-몰타 구간은 주 4회(화·목·토·일요일) 운항하고 있다. 인천에서 도하까지는 10시간 40분이 소요되며 도하에서 몰타까지는 약 6시간이 소요된다. 

넉넉한 공간으로 편안함을 선사하는 이코노미 클래스도 매력적이지만 카타르항공의 진가는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발휘된다. 마사지 기능이 탑재된 180도 평면 침대형 좌석을 제공하며, 탑승 전 미리 선택 가능한 ‘알라 카르테’ 메뉴를 선보인다. 명품 브랜드로 구성된 어메니티 키트도 편안한 비행에 한몫을 더한다. 카타르항공을 이용하며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서 장시간 스톱오버를 할 경우 선택지도 다양하다. 하마드 국제공항은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단 6곳밖에 없는 5성급 공항이다. 90개가 넘는 디자이너 부티크 매장과 명품 매장, 30여 개의 레스토랑 및 카페가 있으며 공항 터미널 내부에 수영장과 스파를 갖춘 오릭스 에어포트 호텔이 위치한다. 카타르에서 12시간 이상 스톱오버를 하게 될 경우 카타르 투어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풀 데이 사막 사파리 투어, 하프 데이 도하 시티 투어, 도하 박물관 투어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투어 예약 및 자세한 내용은 카타르항공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Lounge
지치고 힘들 땐, 
알 무르잔 라운지 Al Mourjan Lounge

카타르항공의 서비스는 하늘뿐만 아니라 땅에서도 적용된다. 하마드 국제공항에는 카타르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전용 라운지인 ‘알 무르잔’이 자리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라운지로 손꼽히며 약 1만 평방미터에 달한다. 이는 한 번에 최대 1,000명의 승객을 맞이할 수 있는 규모다. ‘알 무르잔’은 아랍어로 진주라는 뜻이다. 라운지 중앙에는 다양한 좌석 공간과 티크 나무, 정원용 가구들로 장식된 정원이 자리하며 측면에는 인공연못과 물안개가 설치되어 있다. 라운지 내 이그제큐티브 좌석에는 소파마다 개인용 아이패드, 전원 플러그, 스피커 등이 장착되어 있으며 24시간 제공되는 뷔페에서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도 있다. 2층 레스토랑에서는 가벼운 간식부터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정식까지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공항에서 만날 수 있는 천국이다.

Weather
몰타는 지중해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좋은 날씨로 유명하다. 몰타 여행에 가장 적합한 달은 5~6월과 9~10월이다. 비 걱정도 할 필요 없다. 몰타는 365일 중 300일이 화창할 정도로 일조량이 풍부하다. 다만 지중해성 기후 특성상 겨울철 강수량이 많다. 겨울철 낮 기온은 15~20도로 온화한 편이며, 여름철 낮 기온은 30~35도 정도로 덥다.

Language
몰타어와 영어가 공용으로 사용된다. 무려 160년 이상 영국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문화적으로는 남부 유럽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90%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한다. 덕분에 어학연수지로 각광받고 있다.

Currency 
유로(EUR)를 사용한다. 1유로는 약 1,323원(2019년 12월 기준) 정도.

Food
몰타는 지중해에 위치하고 있어 전통적으로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카우라타(Kawlata), 페넥(Fenek), 파스티찌(Pastizzi) 등이 있다. 카우라타는 돼지고기, 강낭콩, 감자, 당근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몰타 전통스프다. 페넥은 토끼요리로 토끼고기에 소스가 잘 스며들고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아주 천천히 요리한다. 마지막으로 파스티찌는 몰타 사람들이 즐겨 먹는 페이스트리 빵이다. 으깬 완두콩을 반죽 속에 채운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카타르항공 www.qatarairways.com 몰타관광청 www.mta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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