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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예술 여행

  • Editor. 이수연
  • 입력 2020.02.03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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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에 전시된 작품이 여행자를 향해 묘한 시선을 보낸다
샤워실에 전시된 작품이 여행자를 향해 묘한 시선을 보낸다

세상이 무채색으로 느껴질 땐 강원도로 떠난다.
산과 바다가 아닌 한 층 다른 세계로.

카페 아래층, 기획전이 열리는 현대미술관 CAM
카페 아래층, 기획전이 열리는 현대미술관 CAM

●광산과 예술의 조우
삼탄아트마인

삼탄아트마인은 4층에서 출발한다. 회색 계단을 따라 한 층 한 층 땅 깊은 탄광으로 내려가는 듯하다. 아늑한 카페 아래로는 현대미술 전시가, 그 옆으로는 탄광에 관한 수만 장의 서류가, 그 아래로는 전 세계의 유물이 놓여 있다.

산업 현대화를 이끌었으나 폐광된 후 흉물스러워진 삼척탄좌는 세계를 여행하며 10만여 점의 예술품을 수집한 김민석 관장을 만나 이색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수집을 계속해 국내 최고의 컬렉터에 오른 그는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인 산업과 천연색으로 펼쳐진 예술을 깊은 산 속에서 조합해 냈다. 이로써 삼척탄좌의 삼탄, 예술의 아트, 광산의 마인을 딴 삼탄아트마인은 이름 그대로 예술이 담긴 광산이 됐다.

조차장 그대로 보존된 레일바이뮤지엄에서는 삼척탄좌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조차장 그대로 보존된 레일바이뮤지엄에서는 삼척탄좌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원초적 본질을 드러내는 원시미술
인간의 원초적 본질을 드러내는 원시미술

300여 명의 광부들이 동시에 몸을 씻던 광활한 샤워장과 20톤의 석탄을 끌어올리던 수직갱 엘리베이터도 흥미롭지만 원시미술관에서는 삼탄아트마인의 정수를 마주할 수 있다. 자연, 출생, 성장, 결혼, 죽음, 내세, 소망 등 사람의 삶과 욕망을 자유롭게 표현한 원시미술의 직접적이고 강렬한 형태 및 색채는 중앙 압축기실의 폐기계와 어우러져 한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소: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홈페이지: samtanartmine.com

삶의 현장은 (동해인)과 비슷하나 서글서글한 눈망울이 돋보이는 (영원의 초상)
삶의 현장은 (동해인)과 비슷하나 서글서글한 눈망울이 돋보이는 (영원의 초상)
미술관 4층에서는 이상원화백의 발자취를 마주할 수 있다
미술관 4층에서는 이상원화백의 발자취를 마주할 수 있다

●눈빛을 다듬는
이상원미술관

손을 뻗으면 거칠게 만져질 듯한 주름 속에서도 그들의 눈은 각자 다른 빛을 띤다. 서리가 내려앉은 듯 허연 머리카락 아래로 감정만이 바래지 않은 채 형형하게 빛난다.

이상원의 <동해인>은 한지 위에 먹과 유화물감으로 표현한 한국 사람이다. 막막하고 거친 삶을 헤쳐 나가는 평범한 사람이 동해 어부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반면 인도 바라나시 거리의 사람을 그린 <영원의 초상>은 평온한 눈망울과 웃음으로 삶을 다르게 마주한다.

이상원의 사람들은 캔버스 밖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화가 이상원의 이력엔 한 시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영화 간판을 그리다 실력을 인정받아 최고의 상업 초상 화가가 된 후 불쑥 성공을 포기하고 순수미술로 전향한 그는 뛰어난 묘사력과 극사실주의로 삶의 본질을 그려냈다.

미술관 앞 최은경 작가의 작품 (대지위의 사과)는 겨울에도 싱그럽다
미술관 앞 최은경 작가의 작품 (대지위의 사과)는 겨울에도 싱그럽다

이상원미술관에서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와 브런치, 미술관 관람과 공방 체험을 포함한 뮤지엄스테이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으니 하룻밤 화악산 자락에서 휴식을 취하며 삶에 대한 눈빛을 다듬기 좋다. 

주소: 강원 춘천시 사북면 화악지암길 99 
홈페이지: www.lswmuseum.com

사람을 상징하는 삼각코트의 고요한 하늘
사람을 상징하는 삼각코트의 고요한 하늘
물 없는 워터가든은 겨울에만 볼 수 있다
물 없는 워터가든은 겨울에만 볼 수 있다

●작품 속으로, 자신 속으로
뮤지엄 산

소통을 위한 단절. 뮤지엄 산의 지향점은 안도 다다오의 의도와 맞닿는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단숨에 모든 걸 보여 주지 않는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웰컴센터,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뮤지엄 본관과 스톤마운드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제임스터렐관과 명상관은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뮤지엄 산의 모태가 된 페이퍼갤러리, 기획전과 상설전이 열리는 차분한 청조갤러리, 본관 내부 파주석 옆을 걷다 보면 아른거리는 윤슬, 건물 안도 밖도 아닌 공간에서 마주하는 삼각형 하늘. 뮤지엄 산은 미로처럼 이어진 복도를 따라 건축의 미를 펼쳐 낸다.

그러나 뮤지엄 산의 진정한 매력은 제임스터렐관과 명상관에 있다. 빛과 공간의 예술가인 제임스 터렐의 대표 작품 5개가 전시된 제임스터렐관에서는 현실의 번잡함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무한한 공간을 체감할 수 있다. 안도 다다오가 뮤지엄 산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완성한 명상관은 경주의 고분을 모티브로 한 돔 형태의 공간이다. 노출 콘크리트 내부엔 아치형 천창(天窓)이 있다. 가늘게 비치는 자연광 아래에서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안내에 따르다 보면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듯하다. 


주소: 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홈페이지: www.museumsan.org

 

글·사진 이수연(자연형)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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