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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굿바이, 여행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20.03.01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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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소현 팀장
천소현 부편집장

놀라셨나요? 제목이 좀 미끼 같죠. (아직) 퇴사는 아닙니다. 요즘 부쩍 ‘작별’을 고하는 여행업계 지인들의 메일이 늘었습니다. 길게는 20년 동안 ‘일’삼아 교류하며 제법 우정 비슷한 정까지 쌓아 온 이들인데, 서운함과 놀라움이 적지 않습니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다거나, 이제 좀 쉬고 싶다거나. 무거운 고민 끝에 내린 결단들이니 응원만이 남습니다.


여행을 ‘일’로 삼는다는 것이 쉽지 않죠.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습니다. 지난여름 다녀온 일본 여행 기사를 (우리가 다 아는 그 이유로) 아직도 싣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봄 시즌만을 기다렸던 크루즈 여행 기사의 발이 묶였습니다. 사실, 기사가 보류되는 건 가벼운 문제죠. 단축 근무, 무급 휴직 등등 여행업 근로자들의 곤경에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천재지변이 아닌, 그러나 천재지변만큼 난감한 위기를 다들 담담히 버텨 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여행을 중단하기도 하고, 여행업계를 떠나기도 하지만, 여행으로부터 영영 멀어지지는 못할 겁니다. 오래전 ‘여행이 지긋지긋하다’며 사표를 던지고 여행업계와 여행을 동시에 떠난 저도, 결국 몇 달 후 먼 나라의 골목길을 걷고 있었더랬죠. 우리 삶의 가장 좋은 날들은 대부분 여행에 속해 있지 않은가요. 관광청에서 오래 일하다 퇴사한 지인의 이름을 몇 달 후 여행책의 저자로 발견한 날도, 그 좋은 날에 포함됩니다. 


다시 좋은 날들이 올 겁니다. 봄이 잊지 않고 우리를 찾아오는 것처럼요. 다섯 명의 필자가 풀어놓은 포르투갈 여행이 언젠가 나의 여행이 되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서울, 인천, 우음도, 울진, 맹골도, 부산, 제주까지 이만큼 풍성하게 국내 여행을 담았던 <트래비>도 드물겠네요. 10페이지 넘게 수록한 추천 호텔과 리조트 리스트도 기억해 두시죠. 


‘굿바이, 여행’은 역설입니다. 잠시 보류될지언정 중단될 수는 없는 우리의 여행을 환기시키려는 장치라고 해 두죠. 취소되고 보류된 모든 여행에게, 힘이 빠진 여행업계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굿바이’ 다음에 주고받았던 그 인사말요. 그대에게, “본 보야지(Bon Voyage)!”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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