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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숨이 되는 우음도와 시화간석지

  • Editor. 이수연
  • 입력 2020.03.0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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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큼 신비로운 모습의 각시당
이름만큼 신비로운 모습의 각시당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을 때, 
가까운 이의 날숨조차 신경 쓰일 땐 우음도로 간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갈대가 출렁이고 갯벌처럼 진득한 검은 흙엔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또렷한, 한때 섬이었던 뭍으로. 
 

백패커들은 ‘나홀로 나무’ 아래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백패커들은 ‘나홀로 나무’ 아래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섬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소 울음소리와 닮은 우음도는 해산물이 풍부한 곳으로, 조선 시대 임금님께 진상되는 맛 좋은 생선도 이곳에서 잡았다. 그러나 해수를 담수화해 공업용수로 이용하려는 시화방조제가 세워지자 섬은 육지가 됐고,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라 불릴 정도로 수질오염이 심각해졌다. 결국 시화호가 해수호로 남아 수질이 개선되자 사람들은 새로 생긴 땅에 도시를 만들려 했지만, 공사가 미뤄지면서 우음도 주변은 사람도 주인도 없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너른 벌판이 되었다. 인적 없는 광활한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나무가 사진동호회 사이에 출사지로 알려지며 색다른 경관을 찾아다니는 자전거 라이더들과 백패커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비가 오면 푹신푹신해진 땅에 동물들의 발자국이 패인다
비가 오면 푹신푹신해진 땅에 동물들의 발자국이 패인다
아무도 없는 벌판 위로 내려앉는 노을
아무도 없는 벌판 위로 내려앉는 노을

너른 벌판 중심에는 심상찮은 사연을 품은 각시당이 있다. 물때를 못 맞춰 죽는 이들이 많은 우음도에는 신령한 바위섬이 있었는데, 여기서 남편을 기다리던 각시가 밀물에 휩쓸려 죽자 마을 사람들이 각시의 한을 달래기 위해 각시당이라는 제당을 차렸다. 간첩선이 출몰하던 시기, 바위 위에 해안초소가 세워졌지만 병사들이 밀물에 휩쓸리는 사고가 잦아지자 군이 철수해 건물만 남았다. 사연이 으스스할 법도 하건만 각시당은 독특한 모습으로 인해 나홀로나무와 함께 이색적인 출사지가 됐다. 지금은 펜스로 둘러싸였어도 여전히 각시당은 갈대밭 중심에 우뚝 서서 바다였던 땅을 찾은 이들에게 지표가 되어 준다. 

꽃이 피기 전까진 구분이 어려운 삘기와 갈대
꽃이 피기 전까진 구분이 어려운 삘기와 갈대
걸음을 멈추면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걸음을 멈추면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초여름엔 흰색 솜털 같은 띠(삘기)꽃 물결이, 한여름엔 푸른 초원이, 가을엔 단풍 든 염생식물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벌판의 초봄엔 따스한 햇볕을 받은 금빛 물결이 출렁인다. 트랙터 바큇자국을 따라, 또는 갈대를 헤치거나 짧게 깎인 갈대를 자각자각 밟으며 삵, 고라니, 너구리, 멧토끼 등의 흔적 사이로 걷다 보면 저 멀리 손톱보다 작은 건물들이 귀엽게 느껴진다. 사람이 그리워진다.  

 

●place

공룡알화석산지 방문자센터 
약 1억년 전 백악기 공룡들의 집단 서식지로 세계 3대 공룡알 화석 중 하나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탐방로의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육지가 된 섬들과 해식동굴, 그리고 공룡알을 직접 볼 수 있고 방문자센터에서는 화성에서 발견된 한국 뿔공룡이라는 의미의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화석이 있다. 공룡알화석산지와 우음도는 생태적 가치가 재조명되어 생태계 조사 연구가 진행 중이며 3월부터 생태관광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또 화성시는 2020년을 목표로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주소: 화성시 송산면 공룡로 659 일원

송산그린시티전망대
우음도 산 정상에 있는 송산그린시티전망대는 시화호 물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형태다. 시화간석지에 조성될 송산그린시티 사업지구와 철새도래지, 공룡알화석산지, 시화호 및 주변 지역을 한눈에 돌아볼 수 있으며 서해 일몰을 감상하기 좋다.
주소: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산1-38

 

글·사진 이수연(자연형)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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