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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아직 해 보지 않은 여행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20.05.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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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소현 팀장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놀랍지만, 적응이 되어 갑니다. 어색하기 짝이 없었던 온라인 수업도, 질의응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고, 혼밥도 혼술도 꽤 즐길 만하며, 여행 없는 나날도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조금 다행스럽기까지 한 것은,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서 놓여난 것입니다. 


이 시기는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을 겁니다. 새로운 시도들을 강요합니다. 준비한 적 없는 온라인 개학을 현실로 만든 것처럼요. 가상 현실 여행도 쑥 앞당겨질까요? 그러면 유채꽃밭이 확 갈아엎어지는 일은 없겠지만, 썩 달갑지는 않네요. 다들 조금은 그러하시겠죠. 오지 말라는 손사래를 뚫고 꾸역꾸역 꽃그늘로 모여드는 마음에서 읽힙니다.


‘격리’된 사회가 우리 여행에서 무언가를 꼭 바꿔놓을 거라면, 바라는 게 있습니다. 남들이 안 가는 여행, 지금까지 해 보지 않은 여행으로, SNS에도, 포털에도 없는 여행으로 우리를 보내달라고요. 여태 한 번도 만개한 윤중로 벚꽃, 광양 매화, 제주도 유채를 보지 못했습니다만, 아쉽다 생각한 적 없었습니다. 인파에 잠긴 벚꽃 군락보다는, 내가 독점할 수 있는 한 그루의 꽃나무가 더 좋았으니까요. 


여행이 실종된 초유의 시대에 창간 15주년을 맞이한 <트래비>도 지금까지 해 본 적 없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당대의 문제를 직면하려고 애썼고, 솔직하자는 원칙을 세웠고, 약속을 지키려 애썼습니다. 낯선 표지, 빼곡한 텍스트, 내밀한 이야기들. 아직 가 보지 않은 길을 걷느라 편집부에는 긴장이 가득했습니다. 그 텐션을 상쇄해 준 것은 여행작가 4인의 몰캉한 내공이었습니다. 그들의 그늘에서 에디터들은 좀 쉬었습니다. 


2020년 5월의 <트래비>가 아직 해 보지 않은 여행을 기다리는 모든 분께 영감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도록 여행자가 여행을 후원하는 첫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주신 후원자분들, 언제나 무한 신뢰를 보내 주시는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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