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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도의 행복한 생일여행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0.07.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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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 섬, 그리고 그 뒤쪽으로 가물거리는 또 하나의 섬. 
뿌연 해무에 둘러싸였던 하늘과 바다가 서서히 그 경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리와 모습을 가늠할 수 없었던 섬들 사이로 생일도가 태어났다.

생일축가를 상징하는 생일도의 명물 생일송
생일축가를 상징하는 생일도의 명물 생일송

●생일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약산 당목선착장에서 생일도까지는 불과 20분 정도의 거리, 여객선이 생일도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서성항 구석구석이 더욱 또렷해졌다. 선착장 대합실 지붕에 얹혀 있던 낡은 생일케이크가 사라진 대신 주차장 한쪽에 희고 커다란 새 케이크가 세워졌다. 공사 중인 대합실이 완공되었을 때 케이크가 다시 지붕 위로 올라갈 것인가는 알 수 없었지만, 여전히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이 심성 고운 섬 생일도의 환영 인사는 언제나처럼 특별하다.

대합실 옆으로 설치된 나무계단을 오르면 크고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날 수 있다. 섬은 생일케이크를 선물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노래까지 불러 줄 요량이다. 그래서 소나무의 이름은 ‘생일송’, 이래봬도 전국공모를 통해 얻은 귀한 이름이다. 수령 200년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보호수는 맑고 파란 초여름 하늘 아래 한껏 자태를 뽐내며 탐방객들의 포토 파트너로 활약 중이다. 

용출리과 금곡리 사이 임도에서 바라본 백운산
용출리과 금곡리 사이 임도에서 바라본 백운산
멍 때리기 좋은 곳 1호, 너덜겅 돌 숲길
멍 때리기 좋은 곳 1호, 너덜겅 돌 숲길

●걷다가 멍 때리고


섬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는 일단 높은 곳에 올라가 보는 것이 상책이다. 백운산(483m)은 완도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며 섬 산 중에서 최고봉이다. 육지에서도 산세를 통해 쉽게 생일도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위용이 두드러진다.

사계절 특색있는 여행을 만들어 주는 생일 섬길
사계절 특색있는 여행을 만들어 주는 생일 섬길

생일도 탐방은 유서리 뒤편에서 백운산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탐방로는 총 15km에 달하지만 코스와 시간 그리고 난이도는 걷는 자의 마음에 달렸다. 종주가 부담스러우면 임도길을 따라 편안하게 걷다가 막바지에 산정상으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고 금곡리나 용출리로 내려와도 좋다. 섬과 바다의 수려한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임도길 곳곳에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으니 말이다.

백운산 머리에 구름 한 덩이를 얹어 놓은 생일도의 아침
백운산 머리에 구름 한 덩이를 얹어 놓은 생일도의 아침

생일도 해안도로는 금곡리와 용출리 양방향에서 멈춰 선다. 순환도로를 만들지 않은 까닭은 바로 두 마을의 해안을 잇는 너덜겅 길 때문이다. 금곡해수욕장 해변에 설치된 데크 로드를 지난 해안 탐방로는 울창한 상록수 숲으로 들어선다. 한동안 숲으로 가려졌던 바다가 다시 시야에 들어왔을 때 ‘하늘나라에 궁궐을 짓기 위해 가져가던 큰 바위가 땅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는 전설의 ‘너덜겅 돌 숲길’이 나타난다. ‘너덜겅은 돌이 많이 깔린 비탈’의 순우리말이다. 중세의 성벽 길을 연상시키는 ‘너덜겅’은 생일도가 자랑하는 ‘멍 때리기 좋은 곳’ 중 하나다. 

백운산 탐방로 쉼터에서 바라본 생일송과 유서리 전경
백운산 탐방로 쉼터에서 바라본 생일송과 유서리 전경

●전복과 다시마의 섬


유서리는 선착장이 있는 서성마을과 부근의 유천마을을 포함한다. 대개의 작은 섬들처럼 행정, 편의 시설은 선착장 부근에 밀집해 있다. 서성항 부근 식당에 들러 백반을 주문했다. 보통 섬 식당은 민박과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지나가는 손님이 식사를 주문해 먹기가 어렵다. 비수기나 주중에는 특히 그러하다. 다행히 서성항 부근에는 일반식당이 몇 곳 있어서 아무 때고 편안하게 섬 밥상을 즐길 수 있다. 8,000원짜리 백반은 해물이나 채소 등 식재료들의 신선도가 좋고 손맛이 더해져 밥 두 공기는 기본으로 뚝딱이다. 서성항 하나로마트는 민박이나 야영을 계획했다면 반드시 들러가야 할 곳이다. 상품도 다양하고 정가로 운영되어 바리바리 챙겨 섬에 들어오는 수고를 덜어 준다. 공정여행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얼음을 사서 보냉병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섬 트레킹은 더욱 행복해진다. 

양식장에 전화 한 통이면 값싸고 싱싱한 전복이 내 앞으로
양식장에 전화 한 통이면 값싸고 싱싱한 전복이 내 앞으로

생일도는 완도에서도 최상급 전복 생산지로 유명하다. 양식장에서 질 좋은 전복을 값싸게 구매해서 먹거나 포장해서 돌아갈 수 있다. 마트나 식당을 통해서도 양식장을 소개받을 수 있으며 있는 곳까지 직접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싱싱한 전복은 껍질을 떼어내고 내장을 분리해서 통째로 베어 먹어야 제맛이다. 전복은 클수록 더욱 진한 바다 향이 느껴진다. 내장으로는 전복죽, 날것으로 먹다 지겨우면 그다음은 버터구이다. 

다시마와 미역도 생일도 주민의 주요 소득원이다
다시마와 미역도 생일도 주민의 주요 소득원이다

우리나라 다시마의 70~80%는 완도권역에서 생산된다. 그중에서도 금일도와 생일도는 대표적인 다시마 산지다. 섬 곳곳에 넓게 펼쳐 놓은 녹색의 그물은 다시마를 널어 건조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마침 1톤 트럭이 적재함 가득 다시마를 싣고 나타났다. 사람들이 재빠른 솜씨로 그물에 다시마를 널기 시작했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다시마에 윤기가 좔좔 흘러내린다. 해풍에 직접 말린 생일도 다시마는 두껍고 맛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해서 철갑다시마로 불리며 그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용출리 갯돌해변의 일출은 머무는 자에게 주는 특별 선물
용출리 갯돌해변의 일출은 머무는 자에게 주는 특별 선물

●생일도에서는 누구나 생일


생일도에서는 누구나 생일이다. 그래서 생일도가 차려준 생일여행은 2박 3일 정도는 되어야 한다. 1일차 탐방은 학서암을 거쳐 백운산 정상을 찍고 금곡으로 내려오는 코스, 2일차는 금곡해수욕장에서 너덜겅 돌 숲길을 돌아 용출리 갯돌해변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섬 여행은 느릿느릿 걷다가 때때로 멈춰 서서 바라보고 음미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곳에는 고스란히 남겨진 자연과 독특한 문화 그리고 그것을 지켜온 순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탐방객의 방문을 환영하는 서성항 대형 케이크 조형물
탐방객의 방문을 환영하는 서성항 대형 케이크 조형물
용출리 뒷산 길로 접어들면 마을과 도룡량도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용출리 뒷산 길로 접어들면 마을과 도룡량도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생일도에는 펜션과 민박이 많아 숙박의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최근에는 용출리에 게스트하우스가 생기고 금곡리에 금곡마을 펜션식당이 오픈하면서 더욱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금곡해수욕장과 용출리 갯돌해변에서의 야영 또한 추억으로 남기기에 훌륭한 여행 테마다. 전복과 다시마의 섬 생일도, 맛있는 먹거리로 한 상을 차려내니 생일잔치는 더욱 즐거울 따름이다.  

 

●생일도의 선물들

여객선
약산 당목항 → 생일도 서성항 06:30~18:00(1일 8회)
완도항 → 생일도 용출항 08:30(1일 1회)


▶NAVIGATOR

금일도 화전항
섬 여행을 하다 보면 섬과 섬을 거치고 싶을 때가 있다. 약산 당목항에서 금일도 일정항으로는 하루 21차례나 여객선이 다닌다. 금일도 해당화 해변과 월송리 해송림 등을 탐방한 후 약산으로 돌아가는 대신 곧바로 생일도로 옮겨가고 싶을 때는 금일 화전항에서 매일 10시 20분, 16시 20분 두 차례 운항하는 여객선 완농페리호를 이용하면 된다. 화전항에는 별도의 매표소가 없으며 운임은 생일도 도착 후 지불한다.

 

생일도 마을버스
금곡마을 최석두 전 이장(현 개발위원장)의 마을버스는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서성항을 출발 금곡리와 용출리를 오가는 노선버스로(8회/1일, 요금 1,000원), 3시 이후에는 부름(CALL)버스로 운행된다. 스타렉스로 다소 비좁았던 버스는 최근 솔라티로 업그레이드되어 안락함을 더했고 최석두 전 이장의 구수한 섬 이야기가 서비스로 제공된다.  010 6602 3716


▶PLACE

아늑하고 깨끗한 금곡해수욕장
섬의 서남쪽에 위치한 금곡해수욕장은 폭 100m, 길이 1.2km로 완만하게 만입된 가족형 해수욕장이다. 깨끗한 관리동에 화장실, 샤워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키 높은 해송 아래 야영도 가능하다. 해수욕장의 모래는 오랜 시간 조개껍데기가 부서져 쌓인 것으로 그 입자가 다소 굵은 대신 바람에 쉽게 날리지 않으며 몸에 묻어도 털어 내기가 쉽다. 때때로 낚시 배가 에어보트를 끄는 모습과 방목 염소들이 바닷가를 몰려다니는 재미있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멍 때리기 좋은 용출리 갯돌해변
용출리 마을 앞 해변은 특이하게도 납작하고 작은 갯돌로 이루어져 있다. 갯돌밭은 편평하게 층을 이루고 있으며 해수면보다 지대가 높아 야영지로도 제격이다. 남향의 해변은 한나절 내내 밝고 화사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맑고 투명한 바다 위에 햇살이 춤을 추는 듯한 모습과 파도에 갯돌이 구르는 달달한 소리는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생일도는 용출리 갯돌해변을 멍 때리는 장소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바다 풍경의 절정 백운산 정상
백운산은 어느 곳에서 오르든 시간이 제법 걸리는 대신 중턱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오름세로 이어진다. 정상까지 치고 오르는 마지막 30분 정도만 애를 쓰면 섬 산이 주는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해안지역과는 완전히 다른 강한 바람과 공기, 해발 483m에 불과하지만, 육지 산과는 완전히 다른 거친 매력을 뽐낸다. 정상 능선에는 스폿마다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완도와 신지도, 약산도 그리고 금일도, 덕우도 또 멀리 청산도와 초도까지 완도군 동부권역 대부분 섬이 발아래 펼쳐진다. 

 

조망하기 좋은 곳 학서암
백운산 중턱에 자리한 암자로 300년 전 승려 화식이 창건했다. 백운산의 기운이 너무 강해 생일도와 주변 섬들에 크고 작은 사고가 잦았는데 섬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지어졌으며 주변 산세가 학을 닮아 학서암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전해진다. 사찰의 수려함은 뛰어나지 않지만,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바다 건너 금일도의 곳곳이 또렷하게 내려다보이는 등 조망이 탁월해 반드시 탐방해야 할 명소로 손꼽힌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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