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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에서 놀아볼까, 양구 배꼽마을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20.08.01 11:00
  • 수정 2020.08.1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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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정중앙으로 갔다. 이름하여 배꼽마을. 그 안으로 들어가니 아늑하고 편안했다. 배꼽이 닮은 사람들, 정선에서 온 9팀의 가족들도 1박 2일 동안 편안하게 놀고, 먹고, 쉬었다.

양구 한반도섬의 야외 조각공원. 폐기된 공중전화박스가 예술이 됐다
양구 한반도섬의 야외 조각공원. 폐기된 공중전화박스가 예술이 됐다
한반도섬 조각공원의 셀카 포인트
한반도섬 조각공원의 셀카 포인트

●국토의 배꼽에는 배꼽마을


“배꼽마을로 가 주세요.” 양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택시 기사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아! 도촌리요.” 도촌리가 배꼽마을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반도 영토 네 개의 끝점(독도 동단, 평북 마안도 서단, 제주 마라도 남단, 함북 유포면 북단)을 기준으로 중앙경선과 중앙위선의 교차점, 즉 정중앙 점이 바로 이곳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 48번지 일대에 있기 때문. 마을 숙소에서 국토정중앙천문대까지는 3.3km 남짓이고, 여기에서 국토정중앙에 위치한 휘몰이탑까지는 걸어서 700m 거리의 고즈넉한 산책길이다. 

양구 배꼽마을의 다목적 뜰. 캠핑, 족구, 놀이 등등 전천후다
양구 배꼽마을의 다목적 뜰. 캠핑, 족구, 놀이 등등 전천후다

양구는 여러 번 방문했지만 배꼽은 처음이었다. 장마철이 무색하게 맑고 뜨거운 여름의 정중앙에서 정선군에서 온 9팀의 다문화가정을 만났다. 코로나 시국인지라 외지인들의 방문에 대한 걱정도 없진 않았지만, 언제까지나 문을 닫고 살 수는 없는 일. (사)양구군농촌체험관광협의회의 구성원뿐 아니라 주민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탰고, 손님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머물 수 있도록 마을의 온 숙소를 열었다.

보통 배꼽마을에 오면 지척에 있는 국토정중앙천문대, 안보관광지(두타연, 을지전망대, 제4땅굴) 생태탐방을 진행하기에 최적이 되지만, 이번 여행 기간에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통제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은 정성껏 준비한 프로그램과 환대의 마음 덕분이었다.

첫 밥상부터가 그랬다. 양구 하면 떠오르는 특산물 시래기가 상에 올랐다. 막 지어 낸 시래기밥에 간장을 얹어 척척 비벼 한입 먹으니 부드럽게 씹히는 초록의 식감이 일품이다. 양구군이 자랑하는 시래기요리 전문점 ‘시래원’도 바로 이곳 배꼽마을에 있다. 

국토의 정중앙에서 별바라기가 가능한 양구 국토정중앙천문대
국토의 정중앙에서 별바라기가 가능한 양구 국토정중앙천문대

●놀면서 발견하는 가족의 힘


체험프로그램은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정이 함께 즐기며 서로 협동하고 즐거움도 쌓아 갈 수 있는 것들로 섬세하게 준비됐다. 첫 번째는 스트링 아트. 나무판에 밑그림을 그리거나 붙인 후 외곽선을 따라 못을 박아 세운 후, 실을 촘촘히 감아 면을 채우면 근사한 작품이 하나 완성된다. 요령이 간단해서 시간 내 마치지 못하면 집으로 가져가서 완성할 수 있다. 다음 체험을 시작하기 전에는 즉석에서 얼음을 갈아, 근처 농장에서 딴 블루베리와 양구 사과로 만든 잼을 넣은 건강한 빙수로 더위를 식혔다. 

배꼽이 아름다운 소년, 배꼽마을 조형물
배꼽이 아름다운 소년, 배꼽마을 조형물

그 사이 인공연못이 있는 너른 잔디 마당에는 이미 적당하게 자른 나뭇가지와 노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기 위한 준비물들이다. 얼룩덜룩한 호피 무늬 튜닉까지 맞춰 입으니 원시인 가족이 됐다. 각자의 창의성이 담긴 아지트를 완성한 후에는 활비비로 붙을 피우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한참을 낑낑댔지만 결국 파이어스틸이 긴급 투입된 후에야 화로에 불이 올랐고, 달콤한 마시멜로 꼬치를 맛볼 수 있었다. 이렇게 땀 흘린 후의 밥맛은 꿀맛이 아닌가. 야외에서 먹는 바비큐는 신선하고 선선한 공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배로 맛있었다. 요즘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던 참가자들은 저녁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원 없이 웃을 수 있었다. 

시간가는 줄 몰랐던 스트링 아트
시간가는 줄 몰랐던 스트링 아트
나만의 아지트를 만드니 나만의 그늘이 생겼다
나만의 아지트를 만드니 나만의 그늘이 생겼다

다음날 체험프로그램의 테마는 요리! 양구 사과 주스로 만든 시원한 사과물김치와 김 대신 향이 짙은 곰취로 말아 낸 곰취김밥은 모두를 셰프로 만들어 주었다. 집으로 돌아가 가족이 함께 먹으면 양구의 추억이 더욱 새록새록 한 선물이기도 했다. 여행의 마무리를 장식한 것은 대나무 채반을 가득 채운 10첩 반상, 마을 밥상이다. 부녀회 어머니들이 정성껏 무쳐낸 신선한 나물과 전, 돼지고기볶음, 시원한 수박까지, 모든 것이 좋았다. 

시원한 물장구 시간
시원한 물장구 시간
곰취로 만든 김밥
곰취로 만든 김밥
땀 흘려 피운 화롯불에 구워 더 꿀맛 나는 마시멜로
땀 흘려 피운 화롯불에 구워 더 꿀맛 나는 마시멜로
이것이 가족의 힘
이것이 가족의 힘

 

왼쪽부터 (사)양구군농촌체험관광협의회 신현숙 사무국장,약수산채마을 김대훈 사무장, 배꼽마을 김선혜 사무장
왼쪽부터 (사)양구군농촌체험관광협의회 신현숙 사무국장,약수산채마을 김대훈 사무장, 배꼽마을 김선혜 사무장

▶배꼽 빠지게 해드립니다
양구로 농촌체험 어벤저스


양구군의 농촌체험관광 마을들은 전성기와 쇠퇴기를 거쳐 올해 다시 재도약을 꿈꾸는 중이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다 간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될 1박 2일간의 배꼽마을 여행은, 양구군에 있는 8개의 농촌체험마을(오미마을, 엄마품마을, 지게마을, 약수산채마을, 광치마을, 학마을, 발효구들마을, 배꼽마을)을 모두 궁금하게 만들었다. 일당백의 내공을 보여 준 배꼽마을의 김선혜 사무장은 늘 뛰어다니며 모든 준비를 척척 해냈고, 이웃 약수산채마을에서 달려온 김대훈 사무장도 매끄러운 진행으로 참가자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8개 마을의 체험관광을 이끄는 신현숙 사무국장은 양구군 해설사 출신답게 양구에 대한 무슨 질문이든 척척 응답했다. 살기 좋은 곳이 여행하기도 좋은 법. 세 사람과 마주한 티 타임 동안 별은 얼마나 많고, 공기는 얼마나 좋은지 등등 양구군에 대한 ‘찐’ 애정이 넘쳐났다. 

▶국토정중앙 배꼽마을  
배꼽쉼터 펜션 & 마을밥상 


배꼽마을은 수영장, 족구장, 캠핑장, 바비큐장, 식당, 세미나실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알짜배기 체험 마을이다. 특히 수영장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지만,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운영을 보류 중. 하지만 마당의 연못물이 맑아 물장구 정도는 문제없다.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머물기 적당한 배꼽쉼터 펜션, 녹색농촌체험관(40명), 마을사랑방(20명, 10명, 10명) 등 다양한 숙소를 갖추고 있어 최대 80명도 수용할 수 있다. 단체라면 부녀회에서 정성껏 차린 마을밥상도 꼭 주문할 것. 이 밖에도 농가 체험, 을지전망대 안보 체험, 두타연 생태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양구 배꼽마을
주소: 강원 양구군 남면 봉화산로 425
전화: 010 6379 0136

(사)양구군농촌체험관광협의회
전화: 033 482 1427
홈페이지: www.ygfarmtour.com

파로호 가운데 한반도섬을 향해 날아가는 짚라인 체험
파로호 가운데 한반도섬을 향해 날아가는 짚라인 체험

●한반도 하늘을 날아서


양구에는 한반도섬이 있다. 지도 앱을 열어서 한반도섬을 검색하면, 신기하게도 한반도가 화면을 채운다.  파로호에 인공으로 만든 한반도섬이다. 그 모양을 제대로 보려면 한반도섬 전망대에 올라가는 방법이 있지만, ‘한반도 스카이’ 짚라인을 타면 날아서 한반도섬에 도착할 수 있다. 색다른 체험의 기회인 동시에 국토의 정중앙에서 한반도섬으로 날아간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남다른 곳이다. 양구와 화천에 걸쳐 있는 파로호는 6·25전쟁 화천전투 때 북한군과 중공군 수만명이 수장(水葬)된 곳이라 하여 파로호(破虜湖, 오랑캐를 깨뜨린 곳)로 불린다고. 


대부분 짚라인이 처음이라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안전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65m 높이의 타워에 올라갔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탄다, 못 탄다’ 반복하던 아이들은, 결론적으로 단 한 명도 빠짐없이 하늘을 날았다. 엄마나 아빠의 품에 안겨서라도 말이다. 유난히 청명한 하늘을 담은 파로호의 맑은 물이 그 모든 과정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었다.

꼬마들이 좋아하는 투명보트
꼬마들이 좋아하는 투명보트
한반도섬의 레저 보트 선착장
한반도섬의 레저 보트 선착장

가장 먼저 짚라인 시범을 보인 ‘한반도 스카이’ 김덕중 대표는 선유도 짚라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양구에 왔는데, 인지도와 이용률이 너무 낮아서 지난 1여 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한반도섬에 레저보트 운영 허가를 취득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저렴한 짚라인 이용요금에 태양열 보트까지 무료 셔틀처럼 운행하니,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다.

섬으로 오는 방법은 짚라인, 나가는 방법은 태양열 보트다
섬으로 오는 방법은 짚라인, 나가는 방법은 태양열 보트다

750m의 허공을 날아서 안전하게 한반도섬에 착지한 후에는 레저보트를 골라 탔다. 누군가는 페달을 밟고 나가는 수상자전거를 선점했고, 투명카약은 꼬마들도 물 바깥을 잘 내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더 큰 아이들은 혼자서도 용감하게 카약을 타고 항해에 나섰다. 만사 귀찮아하던 어른들은 한국에서 단 한 대밖에 없다는 태양열 보트에 몸을 싣고 한반도섬을 휘휘 한 바퀴 유람하고 왔다. 제주도, 울릉도, 독도까지 15분이면 족했다. 

한반도섬 카페 옆 조각광장의 폐 공중전화부스를 재생한 조형물
한반도섬 카페 옆 조각광장의 폐 공중전화부스를 재생한 조형물

이제 돌아갈 시간. 같은 강원도지만 정선까지는 3시간이나 걸리는 길이다. 하지만 전날 올 때와 다른 점 하나는, 함께 이야기할 추억이 가득 생겼다는 것. 부쩍 말이 많아진 아이들이 조잘대는 목소리가 마을을 떠나는 버스와 함께 멀어져 갔다.  

 

한반도스카이(짚라인 & 수상레저)
주소: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파로호로869번길 195
전화: 033 482 1113
요금: 1인 1회 성인 2만원, 어린이 1만6,000원
홈페이지: hanbandosky.co.kr

꿈을 만들고 희망을 나눕니다
꿈희망여행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익법인 GKL사회공헌재단의 후원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가족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국 각지의 농산 어촌 마을로 떠나는 가족여행 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4~5일에 진행된 꿈희망여행에서는 정선의 다문화가정 9팀이 1박 2일 동안 양구 배꼽마을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가족의 화합을 다졌다. 한편 GKL사회공헌재단은 공기업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100% 출연으로 2014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익법인이다. 관광문화 생태계 조성, 국제사회 동반자로서 책임을 이행하는 해외 공헌사업,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및 문화 지원 등 활발한 사회 공헌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행 참가 신청은 재단 홈페이지에서 받고 있다.  
GKL사회공헌재단 www.gklfund.org

 

글·사진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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