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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도의 10가지 보물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0.08.0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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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꼭 물어 본다. 외연도에 가 보셨냐고. 10가지 보물을 가진 아름다운 외연도. 가장 사랑하는 섬이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 주고 싶은 섬이다. 

빨간 등대는 섬의 안과 밖을 나누는 상징적 표식이다
빨간 등대는 섬의 안과 밖을 나누는 상징적 표식이다

●10가지 선물을 찾아서


여객선이 들어서자 외연도항은 북적이기 시작했다. 승객들이 내리고 나면 뭍에서 건너온 생필품들이 주민들에게 건네질 차례다. 선원들의 익숙한 손놀림에 리어카나 카트가 가득 채워지면 뭍으로 나갈 물건들도 여객선 앞머리로 옮겨진다. 하루 중 가장 기다리던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설레고 풍요롭다.

노랑배에서 바라본 외연도의 북쪽 해안
노랑배에서 바라본 외연도의 북쪽 해안

외연도는 충청남도의 유인도 중 육지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며 대천항에서 쾌속선에 오르고 두 시간가량 바닷길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섬이다. 서해의 짙은 해무 끝을 지나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하고 아득한 섬이라 해서 예로부터 외연도라 불렀다. 고요한 새벽, 잔바람에 실려 온 닭 울음소리를 중국에서 들려오는 것이라 믿었을 만큼 섬사람들의 심리적 거리 또한 까마득했다. 외연도의 모습은 동쪽의 봉화산과 서쪽의 망재산을 우뚝 세워 놓고 그사이 안부에 당산이 자리하고 있는 형국이다. 마을은 당산의 자락을 따라 이어져 항구에 닿을 즈음 집단촌을 이룬다. 그 얼마 안 되는 면적에 초등학교, 보건소, 여객선 대합실, 공동 작업장 등이 자리하고 부두 앞에는 식당과 슈퍼, 민박들도 늘어서 있다. 

사람도 기다리고 물건도 기다리고 섬 주민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사람도 기다리고 물건도 기다리고 섬 주민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외연도는 일명 ‘10가지 보물섬’으로 불린다. 10가지란, 안개, 하늘, 태양, 바다, 몽돌, 바위, 무인도, 상록수림, 풍어당제와 아이들이다. 외연도의 자연은 육지와 가까운 섬과는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 안개는 깊고 그것이 걷힌 하늘, 태양, 바다는 더욱 진하고 또 선명하다. 오랜 세월, 거센 파도가 다듬어 낸 몽돌과 바위는 유난히 크고 둥글다. 햇살에 반짝이자 금이라 불렀다. 고라금, 누적금, 작은명금, 큰명금이란 예쁜 이름이 붙여진 까닭이다. 대청도, 중청도, 횡경도, 황도 등 10여 개의 무인도는 모섬 외연도와 더불어 외연열도를 이룬다. 하루해가 수평선 너머 발갛게 사라질 즈음, 봉화산에서 바라본 외연열도는 가히 장관이다. 그 아름다움에 벅차오른 마음 한편으로 왠지 모를 외로움이 스며든다. 먼 섬에서 맞는 저녁 정서는 참으로 미묘하다. 

선착장은 언제나 생동감 가득한 섬 일상의 중심축이다
선착장은 언제나 생동감 가득한 섬 일상의 중심축이다

외연도 상록수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작은 동산으로 이뤄진 숲에는 동백나무, 후박나무, 생달나무 등의 상록 활엽수와 팽나무, 상수리나무, 찰피나무 등의 낙엽활엽수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10여 년 전까지 섬의 대표적 볼거리로 사랑받았던 연리지 나무는 2010년 태풍 곤파스 때 가지가 부러졌고 이후 또 다른 태풍에 의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그 자리에 연리지를 추억하는 작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을 뿐이다.

정비 및 후계목 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외연도 상록수림
정비 및 후계목 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외연도 상록수림

매년 닥쳐오는 태풍들을 견뎌 내며 많은 생채기가 생겨났지만, 숲은 여전히 푸르고 울창하다. 매년 음력 2월15일 열리는 외연도 당제는 풍어와 뱃길의 안전을 기원하는 전통행사로 치러진다. 풍어당제는 외연도 상록수림 내 전횡장군(제나라가 멸망하자 수하 500명을 이끌고 외연도로 도망을 왔다가 자결했다고 전해짐) 사당에 장군의 위패를 모셔 놓고 제를 올리는 ‘당제’와 산신에게 제를 올리는 ‘산제’, 용왕에게 제를 올리는 ‘용왕제’로 진행된다. 외연도 당제는 충남도 무형문화재 54호로 지정되어 있다. 

학생 수가 적어도 육지학교 부럽지 않은 외연도초등학교
학생 수가 적어도 육지학교 부럽지 않은 외연도초등학교

10가지 보물 중 마지막은 아이들이다. 섬 학교는 재학생이 없으면 휴교 조치하고 일정 기간 입학생, 전학생이 없으면 폐교가 된다. 젊은 사람들이 육지로 나가 생활하다 보니 자연 아이들도 모습을 감추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외연도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귀한 섬이다. 마을 복판의 외연도초등학교는 꾸준히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현재도 무려 5명의 아이가 재학 중이다. 아이들은 섬을 밝게 만드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외연도 탐방로 곳곳에 전망대와 휴식공간이 있다
외연도 탐방로 곳곳에 전망대와 휴식공간이 있다

 

●외연의 둘레를 돈다는 것


외연도 둘레길은 선착장을 시작으로 망재산을 오르내리고 북쪽 해안길과 봉화산 아래의 데크길을 돌아 원점으로 회귀하는 6km의 코스를 기본으로 한다. 망재산이 거칠고 투박한 자연미를 가지고 있다면 고라금에서 노랑배까지 약 3km의 거리는 공원길과 같은 정갈함이 있다.

길은 잘 닦여 있으며 바다와 숲은 걷는 이의 호흡과 시선에 일치한다. 둘레길에 봉화산을 등산하거나 노랑배에서 북서쪽 해안을 따라 마당배를 찍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추가해 봐도 좋겠다. 단,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과 시계가 좋지 않은 날에는 자칫 길을 잃을 수가 있다. 또한, 만조시 갯바위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물이 차오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출발하는 방향은 달라도 섬 길은 어디서든 만나게 마련이다
출발하는 방향은 달라도 섬 길은 어디서든 만나게 마련이다

외연도는 새들의 천국이다. 관찰된 조류만 해도 1,200개체가 넘을 정도다. 그것을 담기 위해 해마다 많은 조류사진작가가 섬을 찾는다. 트레킹이 끝나 갈 무렵 높고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작은 새 한 마리를 만났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노래를 부르며 날고 또 멈춰 섰다. 나그네 새로 알려진 유리딱새였다. 여름 철새가 날아드는 이 계절엔 분명 섬을 찾는 재미가 하나 더 있다.

기암괴석과 고래섬이 어우러진 외연도 북서해안길
기암괴석과 고래섬이 어우러진 외연도 북서해안길

몇몇 주민들이 선착장에 앉아 바닷물로 무언가를 씻고 또 다듬고 있었다. 궁금해서 다가가 물어보니 해삼내장이란다. “젓갈을 담기도 하고 바로 무쳐 반찬으로 먹어요.” 외연도는 이름난 해삼 산지다. 해녀들이 물에 들어가 1g이 채 안 되는 어린 해삼을 방류하고 1~2년 후에 수확한다. 외연도는 수심이 깊어 해삼 양식에 유리하며 품질이 좋아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된다고 한다. 어촌계에서 직접 해삼 가공공장을 만들어 효율성을 높인 것도 그 때문이다.

해삼 내장 손질은 정성과 인내가 필요한 작업
해삼 내장 손질은 정성과 인내가 필요한 작업
주민들이 직접 가공해 반출하는 외연도 해삼
주민들이 직접 가공해 반출하는 외연도 해삼

선착장 바로 앞의 추억식당은 이름 그대로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몇 년 전 일행들과 백패킹을 왔다가 기상악화로 섬에 갇히는 일이 있었다. 식량을 아끼기 위해 식당에서 하루 한두 끼니를 해결해야 했는데 그곳이 추억식당이다. 욕실을 신세 지고 밥과 김치 등을 넉넉하게 얻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주인 내외분의 인자함 덕분이었다. 식당 수족관의 생선이 사라질 때까지 여객선이 결항되자 결국 두 분의 도움으로 사선을 불렀고 뭇 여행객의 부러움을 받으며 대천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저 기억 못 하시겠죠? 하도 오래돼서. 예전에 섬에 갇혔을 때 신세 많이 졌어요.” 무언가 팔아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생선회를 주문했다. “아이고, 생선회는 기본이 5만원인데 혼자 먹기는 너무 비싸요. 내가 맛있게 만들어 줄 테니 백반 먹어요.” 이윽고 밥상이 차려졌다. 큼지막한 생선조림 그리고 잘 익은 총각김치와 좋아하는 달걀 프라이도 상 위에 올랐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탄했던 것은 해삼 무침이었다. 삶은 해삼의 쫀득한 식감과 야채의 시원함을 손맛 양념으로 자박하게 버무려 낸 절묘한 ‘맛있음’이었달까?

느리지만 꾸준했던 달팽이 걸음에서 섬을 보았다
느리지만 꾸준했던 달팽이 걸음에서 섬을 보았다

외연도엔 쉬고 노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선착장에 정박한 큰 고깃배들도 주민들의 소유라 했다. 일거리가 생겨나고 소득이 있으면 젊은 사람들도 다시 섬으로 들어오게 마련이다. 아이들이 뛰노는 섬, 흐뭇하게 바라보는 노인. 섬의 역사는 달팽이처럼 진행 중이다.  


▶외연도 찾아가기
대천항여객선터미널 → 외연도(08:00, 14:00)
외연도 → 대천항여객선터미널(10:15, 16:15)
휴가철과 주말엔 증편되며, 선박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음
신한해운 www.shinhanhewoon.com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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