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대구 열혈 강변 캠핑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20.09.01 08:50
  • 수정 2020.09.08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캠핑이, 차박이 유행이다. 그걸 증명하듯 주말 대구 금호강변의 캠핑장에는 알록알록한 텐트와 캠핑카가 여름의 무늬를 수놓고 있었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금호강오토캠핑장은 위생과 안전 관리가 철저해 믿고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금호강오토캠핑장은 위생과 안전 관리가 철저해 믿고 이용할 수 있다

●새삼, 대구를 여행할 이유 


캠핑 친구들이 있다. 찬밥도 나눠 먹고, 은하수 이불 아래 노숙도 같이 한 식구들이다. 주로 오지로, 섬으로 떠나기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도시, 그것도 대구였다. 한동안 여행지 목록에서 소외되었던 대구를 여행한다는 것은, 반쯤 여행에 미쳐 있거나 여행업에 생을 걸고 있는 우리에게 적잖이 선언적인 선택이었다. ‘어쨌든 여행을 계속되어야 한다’는 선언 말이다. 대구가 고향이거나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거나 대구가 처음이거나…, 어느 쪽이든 모두 대구에서는 처음인 방식으로 여행하기로 했다. 캠핑이었다. 

대구관광뷰로의 여행 이벤트에 당첨 되어 생애 첫 캠핑카 여행을 경험한 참가자들
대구관광뷰로의 여행 이벤트에 당첨 되어 생애 첫 캠핑카 여행을 경험한 참가자들

●대구 시민도 몰랐던 초록 


웬만한 캠퍼들은 다 배낭을 내려놓는 계절이 여름이다. 그런 계절에 대구로 캠핑을 가자는 계획에는 용기 대신, 면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캠핑카 혹은 차박 텐트다. 그 모두를 넉넉하게 받아주는 곳이 금호강오토캠핑장이었다. 금호강오토캠핑장은 대구 북구 검단동의 금호강변에 지난해 오픈했다. 16면의 사이트 사이 간격이 넓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포토존, 그늘 쉼터 등 넉넉한 놀이공간을 갖추고 있다. 

차박 텐트 설치 후 그늘을 만끽하는 중인 초보 차박러
차박 텐트 설치 후 그늘을 만끽하는 중인 초보 차박러

체온 체크와 QR코드 스캔을 마치자 차단기가 올라갔다. 가장 안쪽에는 대구관광뷰로의 SNS 이벤트를 통해 선발된 팀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보니 어머니와 세 딸, 2명의 친구로 구성된 이들은 우연히도 모두 대구 사람이었다. “대구에 살면서도 여기는 처음인데요, 제가 사는 곳과 너무 다르네요. 엄청 초록초록한 자연 느낌이에요.”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 지난 몇 달이 무척 답답했다는 대학생 당첨자의 말이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그늘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강바람이 아쉬움을 채워 준다. 포항 인근에서 시작하는 금호강은 금호평야에 이르러 유속이 느려지고, 덕분에 도시인들의 속도도 조금 느려진다. 강변 산책로를 따라 라이딩과 조깅을 즐기는 시민들이 물결처럼 하루 종일 흘러갔다.
캠핑카와 차박 여행이니 땀을 뻘뻘 흘리며 설영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초보 ‘차박러’들은 차박 텐트에 적응하느라 꽤 애를 쓰고 있었다. 말은 힘들다고 하면서도 재미있어 하는 표정, 그게 캠핑의 아이러니다. 돕는 척은 잠시, 캠핑카 에어컨을 팡팡 틀어 놓고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맥주부터 한 깡 해치웠다. 강 너머 도시의 실루엣 사이로 해가 가라앉고 있었다. 

금호강 오토 캠핑장의 포토존
금호강 오토 캠핑장의 포토존

●경험에서 배운 것 


저녁 만찬을 위해 특별한 메뉴나 식당, 요리를 고민하지 않았다. 6명의 입맛이 제각각인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녁은 당연히 시내 관광 겸 테이크아웃! 멀지 않은 곳에 야식 야시장이 선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도시 캠퍼들의 전략이다. 세상 시름을 잊고 캠핑카 안에서 누워 있던 자세 그대로 20분 만에 시내로 실려 나왔다. 신천 둔치 다리 아래 칠성야시장이었다.  


야호! 와! 오우! 등등의 감탄사가 마스크 밖으로 삐져나왔다. 멀리서부터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야시장의 조명은 정성스레 꾸민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영롱했다. 침을 꼴깍 삼킨 후 두 줄로 오와 열을 맞춘 음식 부스 쪽으로 내려가자 그동안 억눌렸던 후각이 되살아나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자자, 정신들 차리시고, 각자 먹고 싶은 메뉴 한 가지씩만 사서 30분 후에 다시 모입시다!” 지령이 떨어지자마자 마음이 바빠졌다. 대구에 왔으니 막창을 먹어야 할 것도 같고, 매콤한 반고개무침회에 납작만두도 곁들이고 싶고, 오랜만에 태국 볶음국수 파타야도 먹고 싶었다. 결정 장애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야시장 인기 코너인 칠성 수제맥주 한 모금. 그 시원한 IPA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음식을 봉지씩 챙겨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간편하긴 하지만 음식이 다 식지 않았냐고? 문제 없다. 캠핑카에도, 캠핑장의 세척실 안에도 전자레인지가 있고, 냉장고에는 차가운 맥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의 일이야 상상 그대로다. 각자 선택한 메뉴를 하나씩 공개하고, 맛보고, 품평하는 소소한 재미들로 밤이 깊어 갔다. 

사이트의 간격이 넓어서 자동차와 텐트를 놓아도 공간이 넉넉하다
사이트의 간격이 넓어서 자동차와 텐트를 놓아도 공간이 넉넉하다

성숙한 캠핑문화를 실감할 만큼,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고성방가 같은 건 없었다. 적절하게 배를 채우고 밤늦도록 깊이 회포를 푼 사람들은 차박으로 모기와 더위를 피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늘 그러하듯 특별히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화장실과 샤워장을 오가며 느릿느릿 철수 준비를 하는 우리 일행에게 의아하게 비친 것은, 2배속 동영상을 틀어 놓은 것처럼 빠르게 철수해 사라지는 이웃들이었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해가 뜸과 동시에 빠르게 풀가동되는 달구벌의 천연 집열 시스템. 잊고 잊었던 열기가 득달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다행히도 대충 트렁크에 짐을 쟁이는 것으로 철수 과정은 간단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캠핑장의 관리 체계였다. 화장실, 샤워장, 세척실은 마치 대청소날이라도 되는 것처럼 대대적인 물청소를 마친 상태였다. 전국 어디에서도 이렇게 깨끗하게 관리되는 캠핑장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 대구는 이제 피서와 방역 모두 전문가가 된 것이다. 깔끔한 피서 문화와 함께 철저한 방역 습관까지. 대구 사람들은 치고 빠져야 할 때를 잘 알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경험을 자산으로 만드는 안목, 여행에서 또 하나를 배웠다. 

 

금호강오토캠핑장 
주소: 대구 북구 검단동 458-4
요금: 1일 2만5,000원~3만5,000원 
전화: 053 719 3300 
대구광역시통합예약시스템 yeyak.daegu.go.kr 
캠핑카대여 | 다온티앤티  www.daontnt.com 

침산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호강과 대구 북구의 풍경
침산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호강과 대구 북구의 풍경

●여기가 핫하다
대구 북구 새명소 


대구는 요즘 야경관광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도시의 자원과 첨단 기술 그리고 상상력을 더한 미래 여행의 밑그림이다. 

구암서원 미디어 파사드
구암서원 미디어 파사드

밤마다 스토리가 빛나는
구암서원 

구암서원(龜巖書院)의 밤이 달라졌다. 지난 6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미디어 파사드가 옛 서원을 새로운 야경관광 힐링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미디어파사드란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것으로, 전통서원을 배경으로 상영되는 것은 처음이다. 대구시 문화재자료 2호인 구암서원 일대는 많은 서당과 강학소가 있어서 ‘서당골’로 불리웠다. 이런 역사를 배경으로 구암서원의 전면을 수놓은 영상은 ‘연암 서당골’ 스토리와 영남의 선비문화를 담고 있다. 사원 곳곳을 비추는 사자성어 영상, 디지털 방명록, 사진 촬영 체험공간 등 다양한 인터랙티브 아트도 신기하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감동의 실사는 구암서원 처마 너머로 펼쳐지는 대구의 야경이다. 
 

주소: 대구광역시 북구 연암공원로17길 20(산격동)
전화: 053 959 7202 
홈페이지: www.sunbicamp.co.kr

별별상상 칠성야시장
별별상상 칠성야시장
불맛 가득한 야시장 요리
불맛 가득한 야시장 요리

비대면 주문 가능합니다  
별별상상 칠성야시장 


지난 연말 오픈한 칠성야시장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코로나를 맞았다. 문을 열지 못했던 기간에 절치부심, 다시 돌아온 칠성야시장은 야시장 최초로 비대면 주문 서비스를 선보이며 야간관광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모바일로 ‘칠성시장 야시장’을 검색하면 누구나 쉽게 전통먹거리 25여 가지, 창작(퓨전)먹거리 30여 가지를 스마트오더로 주문할 수 있다. 줄을 서서 대기할 필요 없이 300여 석의 테이블 중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스케줄 따라 진행되는 디제잉, 전통공연, 밴드연주, 뮤지컬 등을 감상하면 된다. 주말(금, 토요일)에는 프리마켓도 열린다고. 
 

주소: 대구 북구 칠성동 신천둔지 공영주차장 일원(1호선 칠성시장역에서 도보 5분) 
운영시간: 18:00~23:00(주말 24:00까지)
 

대구 침산공원 전망대
대구 침산공원 전망대

인생숏을 찍는 기술  
대구 침산공원


대구 앞산 야경만 근사한 줄 안다면, 침산(오봉산)에 한번 가 보시라. 제1경 금호강하중도, 제2경 꽃보라동산, 제3경 운암지수변공원, 제4경 팔달대교야경, 제5경 경북대학교캠퍼스, 제6경 함지공원, 제7경 구암서원과 함께 대구 북구 8경의 제8경이 바로 침산정이다. 금호강과 신천이 합류하는 대구 북부의 풍경은 밤에도 낮에도 찬란하다. 게다가 최근 침산정 옆 전망대 바닥에 침산만조(아름다운 침산의 저녁 노을)가 트릭아트로 조성되어 새로운 포토스폿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완공된 전망대는 시야를 막지 않는 강화유리 난간으로 탁 트인 전망을 선사하는데, 여기에 트릭아트까지 더해져 붉은 노을이 드리워진 침산정을 향해 흔들다리를 건너가는 재미있는 사진까지 연출할 수 있게 된 것.  

주소: 대구 북구 침산남로9길 118  
전화: 053 665 4131

대구관광뷰로  
대구관광뷰로는 달라진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며 언택트, 야경관광 등 새로운 여행의 길을 모색해 널리 알리고 있다. 이번 캠핑 여행도 지난 특별여행주간을 위한 언택트 여행 이벤트의 하나였다. 달라진 대구 여행 소식과 쏠쏠한 이벤트를 인스타그램(@daeguvisit) 등 SNS 채널을 통해 시시각각 실어 나르고 있으니, 팔로우 클릭 한 번에 몰랐던 정보와 행운이 쏟아질지도.
대구관광뷰로 www.dtb.or.kr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민수(아볼타)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