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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밀어 주자, 웃음유발자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20.12.01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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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소현 팀장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반가운 12월입니다. 2020년쯤 되면 유토피아가 되어 있을 줄로 믿었는데, 이토록 달력을 빨리 넘기고 싶어질 줄을, 11개월 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2020년이 인류의 역사에 어떤 의미로 기록될지 한 생만 사는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기묘한 일 년이었던 건 분명합니다. 많은 것에서 결핍을 느꼈지만, 무엇보다 부족했던 건 웃음이었습니다. <개그콘서트>가 21년 만에 폐지된 해이기도 했네요. 

 

개그 프로그램의 원조 격이라고 할 만한 조상님으로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MBC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TV도 귀했던 70~80년대 이웃들이 한집에 모여 배꼽을 잡고 웃었던(진짜 배가 당길 정도로 웃겼습니다)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웃음소리가 섞여 와글거렸죠. 글을 쓰지 않으면 문장력이 줄고, 말을 하지 않으면 화술이 줍니다. 그렇다면, 웃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힌트는 이미 드렸습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남을 웃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기 자신을 웃기는 것이라고요. 전문 예능인의 도움 없이, 내가 나에게 웃음유발자가 되어 주라니,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꽤 웃음에 인색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실없는 농담은 썰렁한 것이라고, 철 지난 농담은 아재 개그라고, 집요하게 핀잔을 주죠. 좀 같이 웃어 보자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자꾸 실패의 낙인을 찍으면, 정말 웃을 일 없는 사회가 될 겁니다. 

 

어려웠던 한 해를 잘 버텨 줘서 고맙다는 독자들의 격려에 <트래비>는 웃습니다. 눈만 마주쳐도 행복한 사람, 생각만 해도 흐뭇한 일, 상상만 해도 즐거운 장소 등 그 모든 것의 ‘알집’이었던 여행은, 조심스럽지만 슬슬 작동하고 있습니다. 웃음도 녹슬지 않도록 작동시켜야죠. 실없이 웃으면 어떻습니까. 마스크가 모두 가려 줄 텐데요. 끝이 좋으면, 다 좋다잖아요. 한 해가 한결 밝게 기억될 겁니다.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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