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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두 시간, 홍콩 한 바퀴

  • Editor. 이은지 기자
  • 입력 2021.01.01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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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꿈꿀 수 있다면 
어디든 언제라도. 
우리나라 상공을 한 바퀴 돌며 
비행이 아닌 여행을 떠났다. 

●1년 만의 비행


버릇은 여전했다. 비행 전날 설렘에 잠을 설치다 알람 소리에 허겁지겁 일어났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무려 1년 만이었다. 일이든 쉼이든 두 달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던 일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쾌적한 공항철도가 이리도 낯설 수가. 공항으로 가는 내내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한없이 바라봤다. 캐리어 대신 백팩을 메고 두근대는 심장소리에 맞춰 가방끈을 꼭 말아 쥐었다. 


여행 실종 시대라지만 여행자들은 여전히 여행을 꿈꾼다. 어딘가 꽉 막힌 듯이 속이 답답한 건 습관처럼 떠나던 여행 대신 ‘집콕’ 생활을 이어 가고 있기 때문일 테다. 이토록 속상한 심정을 잘 아는지 최근 무착륙 관광비행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방구석 여행’이라는 말이 익숙해질 때도 됐다지만 역시나 직접 떠나지 않고서는 여행이라고 할 수 없을 터. 설령 목적지가 없어도, 향하는 곳이 하늘 그 자체일지라도.

●어서 오세요, 홍콩입니다


습관이 무섭다. 머리보다 발이 먼저 국제선 탑승동으로 향한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조금은 낯선 국내선으로 발길을 돌렸다. 엄마 손을 잡고 공항을 휘젓는 아이들부터 나란히 탑승수속을 밟는 연인들까지. 항공사 카운터가 가까워질수록 곳곳에서 기대가 모락모락 샘솟았다. 압권은 캐리어였다. 누군가 말했던가, 캐리어를 싸는 것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라고. 비록 인천에서 출발해 광주, 제주, 부산, 대구 상공을 비행하고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일지언정 캐리어로 기분을 낸 깜찍함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방역 또한 철저했다. 출국장과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마다 수시로 발열 체크를 해 안심하고 탑승할 수 있었다.


드디어 홍콩을 만나 볼 차례. 홍콩이 테마인 만큼 탑승수속을 밟자마자 홍콩을 미리 여행할 수 있는 선물이 한 아름 주어졌다.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진 대표 디저트 ‘제니쿠키’는 물론 홍콩관광청의 홍콩 가이드북과 맛집 안내서까지. 게다가 홍콩 기념 스티커와 컬러링북도 받고 보니 얼른 뜯어 보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해졌다. 인천공항에서 준비한 작은 음악회로 설렘은 배가 됐다. 

●잠이 달아난 자리에


깜깜했던 비행의 기억에서 눈을 뜨니 비행도 여행이라는 말이 오롯이 와 닿았다. 그동안 내게 비행은 단지 여행의 한 과정일 뿐이었다. 안전벨트를 매고 몸을 기대면 눈이 스르르 감기며 페이드아웃. 그리고 다시 눈을 뜰 때쯤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 단순한 과정의 반복이었으니 비행 하면 온통 까만색이 떠오를 수밖에. 하지만 이번에는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비행이 아닌 여행을 즐겼다. 


무릇 모든 처음은 생경하다. 동시에 긴장과 설렘을 선물한다. 활주로를 질주하기 전 창 너머로 손을 흔들며 온갖 종류의 감정을 꼭꼭 눌러 담았다. 안정기류에 접어들자마자 진에어 이벤트 특화팀 딜라이트 지니의 엔터테인먼트가 펼쳐졌다. 시작은 OX 퀴즈. ‘홍콩 디즈니랜드는 디즈니의 11번째 테마파크다?’ 망설임 끝에 허공에 X자를 그렸더니 정답은 O였다. 아뿔싸, 일찌감치 탈락한 홍콩 무식자(?)는 가이드북을 열심히 살펴보며 우승자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다음은 가위바위보. 져서도 비겨서도 안 되고 무조건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운의 힘이라도 빌어 볼까 했더니 또다시 첫판에 탈락. 이번 여행 자체가 선물이어서일까? 괜히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스스로 다짐 해 본다. 이어 승무원이 부르는 영화 <첨밀밀> 주제가로 기내 이벤트는 다음을 기약했다.

●발아래 제주, 다음은 홍콩


“홍콩원정대 여러분, 저는 기장입니다. 우리 비행기는 현재 제주 상공을 비행하고 있습니다. 왼쪽으로는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보실 수 있고, 오른쪽으로는 한라산을 끼고 부산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풍력발전기가 빼곡히 들어선 김녕부터 움푹 들어간 우도봉 분화구까지, 제주 동쪽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푸른 산맥, 제주의 푸르름이 발아래 펼쳐졌다. 그저 눈으로만 담고 기억에 의존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절경이다. 다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제주의 모습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통로에 앉은 이들도 고개를 내밀었다. 슬슬 출출해지던 차에 기내식이 나왔다. 콘셉트에 충실한 중화요리였다. 소고기 주먹밥에 탱글탱글한 칠리 새우, 중화요리 하면 빠질 수 없는 짜사이와 상큼한 과일까지 든든한 한 상 차림이 배달됐다. 눈으로는 제주를 맛보고 입으로는 홍콩을 맛봤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가며 여정의 마지막을 알렸다. 부드러운 휘핑크림처럼 두텁게 하늘을 덮은 구름이 서서히 붉게 물들었다. 주황과 빨강과 분홍 그 사이 어딘가. 한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색감이 번져 갔다. 구름이 바람을 맞은 가을의 들판처럼 출렁거렸다. 이글이글 태양이 타오르며 바다로 떨어질수록 필연적으로 어둠도 따라붙었다. 노을빛 융단 위로 빛과 그림자가 공존했다. 


다시 인천으로 향한다. “홍콩 디즈니랜드에 데려가겠다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여했어요”, “올 초 가족들과 첫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취소돼 아쉽던 차에 손녀의 깜짝 선물로 오게 됐어요.” 탑승객들은 모두 저마다의 추억을 지녔다.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다 클룩에서 준비한 미리 써 보는 출입국 신고서를 꺼냈다. 이름과 목적지를 또박또박 적으며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클룩(KLOOK)은?  
2014년 설립된 여행 액티비티 및 서비스 예약 플랫폼이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여행지 현지에서 즐길 거리를 발견하고, 쉽게 예약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편리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인기 어트랙션, 투어, 교통 서비스, 맛집, 특별한 액티비티 등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로컬 투어 예약이 가능하다. 현재 전 세계 400여 개 도시에서 10만 개 이상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클룩은 전 세계 29개 지사가 있으며 현재 14개 언어 및 41개 통화를 지원하고 있다. 
 www.klook.com

 

글·사진  이은지 기자   취재협조 클룩 www.kl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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