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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위로, 위스키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1.04.01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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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위스키 한 잔.
어른의 맛과 시간, 짙은 밤. 

롤스로이스
더 맥캘란 12년 파인 오크   
The Macallan 12 Fine Oak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 위스키계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이 ‘맥캘란 1926’이다. 한 병에 대략 17억원. 강남은 못 가도, 어느 서울 아파트 정도면 살 수 있다. 다행히 맥캘란 12년 파인 오크는 10만원대면 즐길 수 있다.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와 비교하자면 파인 오크가 색이 훨씬 밝고 달콤하며 순하다. 제품 자체가 위스키가 가진 특유의 진한 풍미를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층을 겨냥한 위스키이기 때문이다. 총 3가지(유럽산 셰리 오크통, 미국산 셰리 오크통, 미국산 버번 오크통)의 오크통에서 숙성된 원액을 위스키 장인이 직접 조합하는 트리플 캐스크 기법으로 만든다. 부드럽고, 꽃향기가 나며 건과일의 진한 풍미가 깔끔하게 떨어진다.

깨끗하고 맑게
글렌킨치 12년   
Glenkinchie 12  

글렌킨치는 스코틀랜드 로우랜드(Lowlands) 증류소 중 한 곳이다. 오큰토션과 블라드녹이 로우랜드 출신. 로우랜드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는 맛과 향, 촉감이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더군다나 글렌킨치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증류기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것 중 하나를 사용한다. 증류기가 크면, 증기가 위로 올라가다 식기 때문에 크고 무거운 향과 맛은 다시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가벼운 것이 안 좋은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은은하고 깨끗한 맛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섬세하고 부드럽다. 시트러스한 풍미가 주로 느껴지고 마지막엔 입이 바짝 말라 온다. 그럼 다시 위스키를 마시게 된다.

버번의 재탄생
우드포드 리저브  
Woodford Reserve   

우드포드 리저브를 처음 세상에 선보였을 때, 위스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버번의 재탄생’이라며 극찬했다. 버번은 옥수수와 호밀로 만든 위스키다. 보리나 오트밀로 만드는 위스키보다 알코올 향기가 많이 올라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드포드 리저브 역시 잔에 담은 뒤 바로 향을 맡아 보면 알코올 향이 찌릿하게 올라온다. 버번답게 진한 달콤함과 알싸함이 코와 입에 번진다. 직선적인 단맛은 아니다. 강하지만 크리미한 바닐라 향기, 향신료의 알싸함, 건포도, 너트, 당밀의 달콤함이 입 안에 오래 남는다. 버번의 본고장, 켄터키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슈퍼 프리미엄 버번으로 꼽힌다. 

균형의 미학
하이랜드 파크 18년   
Highland Park 18 

하이랜드 파크 12년산은 입문용으로 좋다. 스모키한 풍미, 시트러스, 특유의 달달한 맛. 여러 가지 향과 맛이 골고루 균형이 잡혀 있다. 하이랜드 파크 18년산은 12년산의 풍미를 강화한 버전이다. 하이랜드 파크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위스키. 첫 모금은 시트러스 풍미와 알싸함, 그리고 달큰한 헤더꿀을 메인으로 단짠의 조화, 스모키함이 치고 나온다. 동 가격대 글렌드로낙 18년산과 함께 베스트라고 꼽을 수 있을 정도의 맛. 균형감이 장점이지만, 역설적으로 위스키를 자주 즐기는 이들에게는 그다지 특색이 없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하이랜드 파크는 병에 바이킹 무늬가 있는 신형과 간단하고 투박한 라벨의 구형으로 나뉜다. 구형이 신형보다 더 맛이 좋다고들 평가한다. 

취하고 싶을 때
리튼하우스 라이   
Rittenhouse Rye 

부드러운 위스키를 즐기다가도, 가끔은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할 때가 있다. 속 답답한 그런 날, 리튼하우스 라이 위스키가 최고다. 라이 위스키는 아메리칸 위스키다. 발아시키지 않은 호밀과 맥아 또는 발아 호밀을 혼합해서 만드는데 스카치, 버번 위스키보다 맛이 강력하다. 리튼하우스는 한 모금 마실 때부터 계피향, 육두구향, 바닐라향, 다크초콜릿 등 다양한 향이 퍼진다만, 그보다 우선은 강력한 알코올이 지배적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독하기 때문에 주로 달콤한 안주와 같이 곁들여 먹곤 한다. 병 디자인도 아주 심플하다. 조금 취해 잠들고 싶을 땐, 이보다 좋은 위스키가 없다. 

제대로 된 한 모금
히비키 재패니즈 하모니  
Hibiki Japanese Harmony 

일본 산토리사의 블렌디드 위스키다. 히비키의 주력 제품은 17년, 21년산 등인데, 현재 구하기가 힘들고 가격도 많이 치솟은 상태다. 히비키 재패니즈 하모니는 무연산위스키(NAS)다. NAS는 몇 년산의 구분 없이 제품을 발매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히비키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자연이 하모니를 이룬다’라는 산토리의 기업 이념을 담아 만든 위스키다. 밝은 금빛의 히비키는 바닐라향과 같은 달짝지근한 향기가 부드럽게 풍긴다. 아주 농익은 과일, 꿀의 단맛, 우유가 섞인 화이트 초콜릿의 부드러운 단맛. 전반적으로 달콤하고 부드럽다. 잔향이 정말 길어 오랜 시간 공들이며 음미할 수 있다. 퇴근 후 마실 수 있는 단 한 잔으로는 히비키가 최고다. 

 

글 강화송 기자  사진 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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