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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잃은 여행기자들의 '집콕 라이프 '

  • Editor. 김예지 기자
  • 입력 2021.04.0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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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서, 기다림의 시간이 무료해서.
여행을 가지 못하는 <트래비> 기자 3인이
각자 여행을 추억할 만한 취미 키트를 주문해 봤다. 
 

●미련한 튤립 

그날은 마침 4월이었고, 마침 암스테르담에서 환승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또 마침 암스테르담은 튤립 축제가 한창이었다. 도시 곳곳이 이제 막 얼굴을 내민 튤립으로 가득할 것을 상상하니 암스테르담이 벌써 사랑스러웠다. 불행히도 스키폴 국제공항에 갇혀 한 발자국도 나서지 못했지만. 튤립으로 채워진 공항에서 13시간을 떠돌며 내린 결론은 ‘다시 오자’. 그때 그 계획을 아직 실행하지 못해서인지 4월이면 자꾸만 튤립에 미련이 생긴다.

그래서 주문했다. 튤립 컬러링 키트. 골드 체인이 달린 동그란 아크릴 액자와 튤립 그림 도안, 물감과 붓 등이 담긴 키트가 집으로 배달됐다. 투명 아크릴 액자를 도안에 덧대고 붓을 잡았다. 칠하고 마를 때까지 잠시 기다리고 또 칠하고 기다리고. 도안만 따르면 어느 색을 어느 곳에 칠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또 길을 잃고 다른 색을 쓰면 좀 어떤가. 가끔은 길을 잃고 헤매다 만난 여행의 어느 순간이 더 멋스럽지 않았나. 어느덧 방에는 노란색 튤립 세 송이가 생겼다. 이제 어찌 잊을까. 4월, 튤립.

키트: 플라워 컬러링 아크릴 원형 벽걸이 액자 키트
한줄평: 지지 않는 꽃이 여기 있다. 

-손고은 기자

●두 손 안에 이탈리아

때는 2015년 여름,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가죽 시장. 질 좋은 가죽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없으리라곤, 당시엔 미처 몰랐다. 잃고 나서야 깨닫는 지금. 아쉬움을 달래고자 가죽 지갑 만들기에 도전했다. 본드부터 가죽까지 전부 ‘메이드 인 이탈리아’다. 특히 가죽은 최상급 이탈리아 베지터블 가죽(식물성 태닝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가죽)답게 표면이 매끈하고 컬러감이 깊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품 브랜드에서도 동일한 가죽을 사용한다고. 재료가 좋으니 손 기술이 없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가죽판에 슥슥 본드를 칠하고 새틀 스티치 방식으로 바느질을 이어갔다. 한 땀 한 땀. 애꿎은 땀만 한 바가지를 흘리고 나서야 비로소 2시간 만에 완성. 뿌듯한 마음에 만지작거리다 그만 꾹꾹 눌러 왔던 바람이 터져 나왔다. 머지않은 날, 이 작은 지갑 안에 이탈리아 열차 티켓이 꽂혀 있기를. 달달한 피스타치오맛 젤라토엔 얼마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으니 말이다. 


키트: 카드 지갑 만들기 가죽 공예 키트
한줄평: 곁에서 1:1로 설명해 주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친절한 유튜브 영상이 준비돼 있으니 똥손들이여, 용기를 내시라. 

-곽서희 기자

●어느 날 문득, 여행 향수병

후각이 꽤 예민한 덕에 특정 장소를 향으로 기억할 때가 있다. 달큼한 꽃 향과 끈덕진 피자 치즈 냄새로 피렌체를, 차오프라야 강변에서 맡았던 쿰쿰한 물 냄새로 방콕을 연상한다. 그렇게 여행 ‘향수’병이 짙어질 대로 짙어진 어느 날, 향수(perfume) 키트를 주문했다. 조향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없지만 아는 게 없으면 더 용감한 법. 키트에 든 총 10가지 향을 모두 맡아 본 후 그저 마음과 코가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섞어 봤다.

그렇게 완성된 첫 향수는 이름하야 ‘My Little Forest’. 나무향과 머스크향으로 나만의 작은 숲을 구현했다(는 건 꿈보다 해몽 격이지만). 두 번째 향수에는 얼마 전 받은 ‘생일 케이크’처럼 달달한 바닐라향에 시트러스의 상큼함을 더했고, 마지막으로 신선한 꽃향에 약간의 발삼(balsam)을 첨가해 ‘노란 튤립’을 탄생시켰다. 그래서 여행 향수병은 좀 달랬냐고? 캐나다 온타리오의 숲길과 LA에서 맞았던 생일이 몹시 그리워진 것도 모자라 본 적도 없는 암스테르담의 튤립까지 보고 싶어지니, 놓고 추억할 밖에. 코끼리를 가장 빠르게 생각나게 하는 방법은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라고 이르는 것이다.

키트: 도센트 향수 디자인 키트 문구 에디션
한줄평: 정답이 없고 간혹 길을 잃기도 하지만 그것이 결국엔 더 좋은 향으로 남기도 하더라. 여행처럼. 

-김예지 기자

 

▶HOBBY in the BOX
세상의 모든 취미, 하비인더박스 

‘세상의 다양한 취미를 소개한다’라는 슬로건 아래 재료, 도구, 설명서가 포함된 DIY 키트를 제공하는 취미 키트 쇼핑 플랫폼. 250개가 넘는 업체의 2,000개 이상의 취미 키트를 선보인다(2020년 12월 기준). 전 연령대가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부담 없는 가격대의 상품을 선별하며 다른 플랫폼에서는 볼 수 없는 하비인더박스 단독상품 또한 제공한다.  hobbyinthebox.co.kr

 

글·사진 김예지 기자, 곽서희 기자,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 하비인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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