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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재발견 '쌍리단길'

서울 쌍문동

  • Editor. 유의민
  • 입력 2021.04.01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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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 소란해졌다. 
하나둘씩 가게가 들어서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쌍문동 로컬이 알려주는 ‘쌍리단길’ 힙 플레이스.

▶MAP
쌍리단길 가는 길

쌍문역 2번 출구로 나와 창동시장 입구에서 도봉로 114길 방향으로 계속 직진. 이디야 커피가 보인다면 쌍리단길 도착이다.


쌍문동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추억이 있다. 윗 세대에게는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의 동네다. 둘리가 빙하에 갇혀 표류하다 도착한 곳이 바로 쌍문동이다. 때문에 둘리 테마역으로 지정된 지하철 4호선 쌍문역 안에서는 곳곳에서 둘리를 만날 수 있다. 다음 세대에게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덕선이의 동네다. 쌍문동에서 촬영을 하지는 않았지만 극중에 등장한 가게 이름이나 학교는 실제로 쌍문동에 존재했던 곳들이다. 그중 몇몇은 여전히 쌍문동을 지키고 있다.


이런 동네가 언젠가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골목 상권이 점점 활성화되며 이른바 ‘리단길’의 열차에 올라탄 것. 그렇게 불려진 ‘쌍리단길’은 쌍문역 2번 출구 부근 도봉로 114길 일대 골목길을 가리키지만, 실제 행정구역상으로는 쌍문동이 아니라 창1동에 속한다. 그러니 사실상 ‘창리단길’이 되어야 하지만 대중에게 친숙한 드라마와 만화영화의 배경이 되면서 ‘창리단길’ 대신 ‘쌍리단길’이란 이름이 붙은 것 같다는 게 도봉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무튼 다행스러운 건 급행이 아닌 완행이었다는 사실. 오랜 골목의 추억과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동네는 적당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어느덧 힙 플레이스로 불리고 있는 쌍리단길 골목골목을 찾아가 봤다. 먹고, 마시고, 소소한 우리네 일상을 나누기에 충분했다.

●Cafe

정원에서의 달달한 시간
카페 작약


마치 실내 정원에 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정집을 개조한 아늑한 공간에서는 구석구석 비치된 화분과 벽에 축 늘어진 드라이플라워,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난 천장이 빈티지한 분위기를 더한다. 카페 작약의 시그니처 메뉴는 진한 커피 위에 크림과 소금을 더한 ‘소금커피’. 단짠단짠한 크림이 먼저 입 안을 한가득 메우면 진하게 내린 고소한 커피가 쭉 밀고 들어와 크림과 조화롭게 뒤엉킨다. 음료를 주문하면 디저트 한 가지를 덤으로 주는, 인상만큼이나 인심도 좋은 주인장의 마음씨도 달달하다.

주소:서울 도봉구 도봉로 118길 10 2층
전화: 070 7740 0259
영업시간: 매일 11:00~22:50, 수요일 정기휴무
가격: 소금커피 5,300원, 달고나 얼그레이 밀크티 5,500원, 아메리카노 4,300원

앤티크와 유기농의 조합
카페 고르


문을 여는 순간 유럽의 한 응접실로 들어서게 된다. 고풍스러운 테이블과 의자, 벽에 걸린 그림과 장식품들,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구석구석 센스 넘치는 소품을 갖춘 카페 고르는 그야말로 ‘앤티크’하다. 여기에 주인장표 수제 디저트가 품격을 더한다. 모든 디저트에는 비정제 유기농 설탕이 사용되니 단 걸 먹어도 왠지 죄책감이 덜한 느낌. 건강한 디저트와 어울리는 건강 음료로는 ‘쑥비엔나’를 추천한다. 커피를 뺀 쑥 라떼에 크림을 얹은 음료로, 꼭 쑥떡을 갈아 만든 것 같은 맛이랄까. 직접 경험할 필요가 있다.

주소: 서울 도봉구 도봉로112길 38
영업시간: 매일 12:00~22:00(매월 첫째 주 월~화요일 휴무)
가격: 쑥비엔나 6,000원, 말차 테린느 5,500원

취향의 발견 
쌍문동 커피


쌍리단길이 생기기 전부터 쌍문동에선 나름 유명 인사였던 쌍문동 커피는 드라마 <봄밤>에 등장하면서 ‘봄밤 카페’로 알려졌다. 정해인과 한지민, 두 주인공이 앉았던 창가 쪽 테이블은 인증숏 스폿이 되어 이제는 쉽게 차지할 수 없는 명당이 되었다. 지어진 지 40년 된 주택을 직접 개조한 주인장 부부의 취향이 카페 곳곳에 녹아 있다. 그 취향은 ‘유레카’, ‘쌍커커피’, ‘쌍커브뤠페’, ‘타이타닉’, ‘쌍리단길’ 등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시그니처 메뉴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주소: 서울 도봉구 도봉로116길 5
영업시간: 월~금요일 10:00~23:00, 토~일요일 11:00~23:00
가격: 아메리카노(콜롬비아/ 에티오피아)3,500원, 쌍커커피(ICE) 5,000원

●DINING

마음까지 든든하게
나드리 슈니첼


오스트리아 대표 음식인 슈니첼(Schnitzel)은 송아지고기, 돼지고기 등을 망치로 두들긴 후 밀가루와 달걀 등을 묻혀 튀긴 음식이다. 나드리 슈니첼에서는 주인장이 직접 만든 귤레몬에이드 잼과 딸기블루베리 잼에 빠진 달콤 상큼한 슈니첼을 선보이며,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밥도 함께 제공한다. 국물이 필요하다면 굴라시(Goulash, 헝가리식 쇠고기 스튜)를 시키면 된다. 한국 식재료가 들어간 굴라시는 고추장찌개처럼 얼큰한 맛이 나, 후후 불어가며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온몸에 온기가 퍼지면서 입 안이 개운해진다. 슈니첼에 굴라시, 애피타이저로 치즈 샐러드까지 주문해도 2만원을 넘지 않으니 가성비로 따져도 옳은 ‘나드리’. 허전한 배는 물론 마음까지 채워 준다. 

주소: 서울 도봉구 도봉로110바길 32
전화: 070 8111 1016, 방문 전 전화로 확인 필요
가격: 슈니첼 8,000원, 굴라시 7,500원, 치즈 샐러드 4,000원

특별한 평범함
노말키친 


삼겹살과 파스타의 만남, 면과 고기는 언제나 진리다. 바싹하게 구워진 삼겹살 스테이크 한 점을 파스타로 칭칭 감아 입에 넣으면 고소한 육즙이 파스타 소스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맛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넓적한 접시에 아기 주먹만큼 파스타가 올려 나오는 집과는 차원이 다르니 1인 1접시면 충분하다. 애피타이저와 식사의 중간쯤 되는 샐러드도 양을 무시하고 주문했다가는 못 움직일 만큼 배가 터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평범한 재료들로 구현해 내는 특별한 맛과 양, 저렴한 가격까지. 결코 ‘노말’하지 않다.
 

주소: 서울 도봉구 도봉로114길 29  
전화: 070 4244 3899
영업시간: 매일 11:00~재료 소진시까지(브레이크 타임 월~금요일 15:00~17:00, 토~일요일 14:00~16:00)
가격: 삼겹살 스테이크 파스타 1만500원, 노말키친 샐러드 1만500원

생선이 밥을 덮쳤다
하이쿠


혼밥하기 좋은 곳으로 추천. 시그니처 모둠 해산물 덮밥인 ‘하이쿠 카이센동’에는 고등어, 연어, 방어, 도미, 새우, 참치 등 그때그때 신선한 제철 생선이 올라간다. 밑에 깔린 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두툼하게 썰린 회가 가득 담긴 것이 특징. 웬만해선 회로는 배가 부르지 않을 것 같지만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후식조차 생각나지 않을 만큼 배가 찬다. 1인 사시미 메뉴도 인기다. 모둠 사시미와 생선조림, 미니 카이센동을 코스처럼 즐길 수 있다. 순수하게 계란만을 구워 만든 후식 빵도 별미니 끝까지 미각을 놓지 말 것. 


주소: 서울 도봉구 도봉로114길 40  
전화: 0507 1323 0613
영업시간: 월~토요일 12:00~21:00(브레이크 타임 14:30~17:00), 일요일 휴무
가격: 하이쿠 카이센동 1만8,000원, 사시미 정식(디너) 3만원

 

*유의민은 직장을 다니며 여행하는 출근하는 여행자다. 주말과 휴일, 연차를 털어 여행하고 퇴근 후에는 글을 쓰며 브런치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yooym2000

글·사진 Traviest 유의민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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