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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벌레를 믿어요, 무주 반딧불이 생태관광지

전북생태관광 | 무주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21.05.02 11:09
  • 수정 2022.05.2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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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반디랜드 반딧불이자연서식지. 여름이 되면 발광을 시작할 유충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무주반디랜드 반딧불이자연서식지. 여름이 되면 발광을 시작할 유충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덕유산 옆 백운산에 갔다. 이제 막 세상에 공개되려는 편백숲의 피톤치드를 먼저 마시고, 남대천 물에서 자라는 반딧불이 서식지도 다녀왔다. 보이지 않지만 느껴진다. 믿는다.  

진평마을 초입의 소나무숲과 백운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진평마을 초입의 소나무숲과 백운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개봉박두, 백운산 편백숲


덕유산과 적상산, 금강과 남대천. 무주의 어디에 내려놔도 자연이 수려하다. 추석이면 덕유산 향적봉에 올라 만월을 보고 잠들었다가 운해를 뚫고 올라오는 새벽 일출을 즐겼던 몇 해가 있었다. 쓰레기를 모아 내려오며, 이 정도면 충분히 자연과 교감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여행자의 마음일 뿐이고, 자연관광과 생태관광은 동의어가 아니다. 그 방법도 지향도 다르다. 

방풍림 역할을 하는 자작나무
방풍림 역할을 하는 자작나무

무주의 생태관광육성 사례가 그러하다. 이미 상업적 개발이 진행되었거나 생태관광을 끌고 나갈 마을 공동체가 없는 곳을 제외하다 보니 33경을 품은 무주구천동도, 대한민국 삼도(전라북도 무주군, 경상북도 김천시, 충청북도 영동군)가 만나는 ‘오지 중의 오지’ 삼도봉 권역도 탈락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생태관광지는 백운산 기슭에 비스듬히 앉아 남대천을 바라보는 설천면 청량리 진평마을이다. 

황토로 벽을 메운 담배건조장이 남아 있다
황토로 벽을 메운 담배건조장이 남아 있다

솔숲 아래 멋진 농구장, 울타리가 처진 정자 등 마을 초입의 정비된 모습과 마을 안쪽 담배건조장과 농가의 아슬아슬한 흙벽은 개발과 쇠락이 혼재한 진평마을의 속내를 대조적으로 보여 준다. 생태마을로의 전환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개암나무가 많아서 개암 진(榛), 진평(榛坪)마을은 앞으로 편백나무의 덕을 보게 됐다. 국유림으로 묶여 있던 3헥타아르의 백운산 편백숲이 진평마을 주민들의 관리하에 일반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어릴 적 여기에 편백묘목이 심어지던 광경이 아직도 기억나요. 40년도 넘은 일이죠. 여름이면 마을 주민들끼리 숲에 와서 물놀이도 하고, 개구리도 구워 먹고 그래요.” 안내를 맡은 서병국 이장이 추억을 더듬었다. 

마을 주민의 관리하에 일반에게 공개된 백운산 편백숲
마을 주민의 관리하에 일반에게 공개된 백운산 편백숲
편백숲에서 멀지 않은 대흥폭포
편백숲에서 멀지 않은 대흥폭포

현장 조사를 마친 숲은 적당히 간벌하고 너른 데크를 띄엄띄엄 설치해 손님맞이 준비를 하게 된다. 숲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시원한 물줄기가 바위 위로 떨어져 하얗게 부서지는 대흥폭포가 있고, 백운산 정상 깃대봉까지 이어지는 탐방로 데크길도 정비 중이다. 숲의 관문이 되는 마을에도 활기가 넘치게 될 것이다. 추가로 숲의 생태자원를 꼼꼼히 조사하고, 양성된 에코매니저까지 합류하면, 내년쯤엔 편백 열매로 만든 목걸이를 걸고 폭포수처럼 마을길로 뛰어 내려오는 아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볼거리가 많은 반디랜드 곤충박물관
볼거리가 많은 반디랜드 곤충박물관

●그래도 ‘자만추’가 좋겠지요


“반딧불이가 실제로 보면 참 못생겼죠(웃음). 대부분 늦반딧불이고, 크기가 작은 애반딧불이도 많아요. 암컷은 발광기가 1개, 수컷은 2개라서, 수컷이 더 밝죠.” 무주반디랜드 곤충박물관 로비에 있는 반딧불이 모형은 실로 적나라했다. 노란 불빛을 발사하는 꽁무니 안쪽으로 털이 송송 난 6개의 다리가 보였다. 어느 여름밤 산중 계곡에서 발견한 반딧불이에 홀려 황홀했던 기억은 그렇게 ‘해부학적으로’ 다시 써졌다. 

나비 표본으로 장식된 나무
나비 표본으로 장식된 나무
첨성대가 된 4만여 마리 비단벌레에게도 애도를
첨성대가 된 4만여 마리 비단벌레에게도 애도를 

박물관이라는 곳이 그렇다. 속속들이 알게 해 주지만, 즉각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진 않는다. 그래도 서로 알아 감이 인연의 시작이 아닌가. 곤충관, 아쿠아존, 수달관 등을 이동하여 나비와 나방의 구분법을 배우고, 등 무늬가 사람 얼굴을 닮아 희한한 인카나투스노린재도 보고, 첨성대 조형물의 재료가 된 4만여 마리 비단벌레를 애도했다. 아쿠아존의 수중 터널에선 숨은 가오리를 금방 찾아냈고, 한 쌍의 수달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반딧불이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조성한 자연서식지
반딧불이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조성한 자연서식지

그래도 만남은 역시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가 아닌가. 반딧불이 서식지에 가 보자는 백경순 학예사의 제안이 반가웠다. 무주 일원에는 애반딧불이와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세 종류가 서식하는데, 서식지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무주군 설천면 일대는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에서 해제됐고, 2002년부터 설천면 장덕리 수한마을(애반딧불이), 무주읍 가옥리 가림마을(운문산반딧불이), 무풍면 금평리 88올림픽숲(늦반딧불이)이 보호구역으로 각각 새롭게 지정된 상태다. 반디랜드에서는 반딧불이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인공연못을 조성하고 반딧불이 유충의 먹이인 다슬기를 뿌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개체수가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반딧불이는 환경에 매우 민감한 곤충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름밤 어둠을 뚫고 오솔길을 넘어 서식지에 접근하면 반딧불이는 은은한 불빛으로 보답해 준단다. 

반디랜드 온실 식물원
반디랜드 온실 식물원

내려오는 길에 동물체험장 앞에서 목이 멘 양 울음소리를 만났다. 태어난 지 이틀째, 아픈 어미에게 초유를 얻어먹지 못해 비실거리는 아기 양이었다. 사람이 어미인 줄 아는지 졸졸 따르며 코를 부빈다. 짠해서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방문객이 사라지는 밤이면 외로운 개똥벌레(반딧불이의 다른 이름) 한 마리가 조용히 숲길을 타고 내려와 가여운 아기 양을 빛으로 감싸 주는 상상을 하며 겨우 돌아섰다. 아직도 반딧불이를 착한 요정이라 믿고 싶은 것이다.  

태어난 지 이틀째인 아기양
태어난 지 이틀째인 아기양

무주 반딧불이 생태관광지 

무주 진평마을 
주소: 전북 무주군 설천면 진평리  


반디랜드 
주소: 전북 무주군 설천면 무설로 1324

백운산 편백숲 
주소: 전북 무주군 설천면 청량리 261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민수(아볼타) 
취재협조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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