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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그대의 마음을 보살피는 시간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1.05.26 10:45
  • 수정 2022.05.24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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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 외나무다리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담담함 속에서 평온함이 찾아왔다.
선비의 고장 영주에서 말이다.

 

●내면이 편안함으로 채워질 때
부석사


국내를 비롯해 수많은 외국 도시들이 관광의 큰 주제로 힐링을 앞세운다. 그럼에도 머무는 걸음마다 쉼이 되고, 마음이 치유되는 여행지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영주는 다르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제 옷처럼 잘 어울리는 곳이 영주다. 여행의 중심은 부석사와 소수서원, 무섬마을이다.

무량수전으로 유명한 부석사. 소백산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무량수전으로 유명한 부석사. 소백산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영주=부석사’라고 단언해도 될 정도로 부석사(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 창건)의 입지는 단단하다. 영주 시내 구경은 나중으로 미루고 자연의 소리만 들리는 부석사로 향한다. 부석사 초입의 빽빽한 은행나무 숲길 앞에 서자 나도 모르게 차분해진다. 무량수전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수록 내면이 온전히 편안함으로 채워지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가파른 108계단을 지나면 부석사의 하이라이트이자 목조건축 기술의 정점이라고 평가받는 무량수전이 우리를 반긴다. 기둥 중간 정도의 직경이 크고, 위아래로 갈수록 직경을 점차 줄여 만든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에 등을 대고 소백산과 사찰 일대의 풍광을 한없이 즐기는 게 포인트다. 국보 제17호인 무량수전 앞 석등, 국보 제19호 조사당 등 볼거리가 풍부하고, 속세를 초월해 이곳에서 멍하니 보내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2시간 정도 여유를 둬야 한다. 이런 공간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는 전 세계에 통했고,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소수서원
소수서원

●소소함 속 영주의 기품
소수서원


극락을 봤다면 다음은 소수서원과 선비촌에서 만나는 선비 정신이다. 영주는 예로부터 학문과 예를 숭상했던 선비문화의 중심지로, 선비촌이 있는 순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성리학자였던 회헌 안향 선생의 고향이다. 소수서원도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조선시대 국왕으로부터 편액·서적·토지·노비 등을 하사받아 그 권위를 인정받은 서원)으로 조선 중종 37년(1542년) 풍기 군수 주세붕이 안향 선생을 기리고자 백운동서원을 건립한 것에서 비롯됐다. 그 후 퇴계 이황선생이 풍기군수로 부임해 조정에 건의, 소수서원으로 자리 잡았다.

부석사와 마찬가지로 숲과 건축물이 조화를 이룬 분위기가 돋보인다. 부석사가 웅장하면서 담담하다면 소수서원과 선비촌은 소소함 속에서 영주의 기품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어느 시간에 오더라도 좋겠으나 아침과 해질녘의 고요함이 유독 인상 깊다. 선비촌에서는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한옥스테이는 물론 전통혼례, 다도예절 등 우리 선조들의 삶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선비촌 입구의 영주 선비상
선비촌 입구의 영주 선비상

 

●여전히 숨 쉬는 400년 한옥마을
무섬마을  


소박하지만 옛것을 고이 간직한 무섬마을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태백산에서 이어지는 내성천과 소백산에서 흐르는 서천이 만나, 산과 물이 태극 모양으로 돌아나가는 모양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섬과 같다고 해서 ‘무섬’이라 불렸다. 이곳은 여전히 400년 전, 마을의 역사가 시작했던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진짜 한옥이 주는 예스러움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다. 졸졸 흐르는 내성천을 보며 한껏 여유를 부리는 건 덤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한옥마을이 있다지만, 주민들의 삶에 온전히 스며든 무섬마을 한옥의 고풍스러움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여행자들도 어느 고택이든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숙박 체험을 준비해뒀다. 마을 풍경에 한 번,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 모습에 두 번, 넉넉하고 후덕한 인심에 세 번 반하게 된다니, 하루는 오롯이 이곳에서 보내고 싶은 생각이 커져만 간다. 

무섬마을에 조성된 옛 가옥
무섬마을에 조성된 옛 가옥
호젓환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호젓환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꼭 밟아보고 가야 하는 것도 있는데, 바로 외나무다리다. 30년 전까지 마을과 외부를 이어주던 유일한 통로란다. 예전의 외나무다리는 최단 거리를 위해 일직선의 모양이었지만 지금은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해 S자 곡선으로 만들어졌다. 또 폭이 10cm밖에 안 될 정도로 좁았지만 우리나라가 발전함에 따라 폭도 점차 넓어져 현재는 30cm에 이른다. 주민들은 이를 두고 고속도로가 됐다고 우습게 표현한단다. 이밖에 350년의 역사를 지닌 만죽재 고택, 경상북도 민속자료로 지정된 김덕진 가옥, 김뢰진 가옥, 무섬자료 전시관, 무섬의 식재료를 맛볼 수 있는 무섬식당 등도 있다.


영주 글=이성균 기자, 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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