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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여행자의 암묵지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21.06.0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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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소현 팀장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지난봄 한국관광공사 대학생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여행 글쓰기 강의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나요?”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에 얼버무린 말을 한 것 같은데, 대답은 사라지고 질문만 맴돕니다. ‘아름다운 문장이 뭐지?’, ‘문장은 아름다워야 하는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누구인가?’ 등으로 확장되어 가면서요. 새삼 묻는 사람, 묻는 행위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지난달부터 <트래비> 편집부는 ‘에디터를 위한 암묵지(暗默知)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소소한 대화의 시간입니다. ‘에디터는 갑인가, 을인가’, ‘필자의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어떻게 대처하는가?’ 등을 묻고 개인의 경험으로 답하는 것이죠. 암묵지(暗默知)는 ‘학습과 경험을 통하여 개인에게 체화되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이랍니다. 다시 말하자면 암묵지는 경험의 세계이고, 경험치의 만랩이 되는 지름길은 여행이 되겠네요. 

 

소크라테스의 지혜를 빌려 말하자면, 암묵지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질문을 주고받는 대화일 텐데요, 대화가 부족한 이 시대에 그 대안은 글쓰기입니다. 그래서 여행자의 글쓰기는 여행의 암묵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겠죠. 6월호에 실린 암묵지를 위한 힌트를 드립니다. 곽서희 기자의 엉덩이가 교동도에서 편해진 이유, 강화송 기자가 인터뷰에서 퇴사에 집착하는 이유(농담입니다), 제가 자꾸 광주 양림동에 가는 이유입니다. 아, 이우석 작가의 나이트 라이프 흑역사에 담긴 암묵지는 뭘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P.S. 
이 자리를 빌려 질문을 던져 준 학생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아름다운 문장’에 대한 나름의 대답은 ‘아름다운 생각’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최갑수 선배의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이라는 책 제목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행’이나 ‘사랑’이라는 단어가 아름다워서가 아닙니다. 여행과 사랑을 등치하고, 우리를 여행과 사랑이 가득 찬 존재로 만드는 작가의 생각, 그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니까요. 당신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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