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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그렇게 맛있더라, 마포 맛집 5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1.06.0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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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포 맛집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마포 이곳저곳을 일로 맛봤다는 뜻이다.
그중 입이 기억해, 사적으로 다시 찾아간 곳이 있다.

돼지곰탕 한 그릇  
옥동식  
 

단 하나의 메뉴. 소가 아닌 돼지로 끓여 내는 곰탕이다. 맛의 비결은 돼지에 있다. 지리산 자락 남원에서 기른 흑돼지 버크셔K(영국 버크셔 지방에서 나는 흑돼지를 우리나라 기후와 품질에 맞게 개량한 품종)를 사용해 맑고 깊은 국물을 우려낸다. 버크셔K는 육질이 탄력 있고 잡내가 적은 것이 특징이라 곰탕으로 끓이기에 제격이다. 주문이 들어가면 뜨끈하게 데워진 유기그릇에 밥알을 토렴해 내어 준다. 밥이 질지 않아 입 안에서 밥알이 하나하나 느껴진다. 돼지국밥의 든든하고 진득한 맛과는 전혀 다르다. 좀 더 상쾌하고 가볍다. 소고기뭇국의 경쾌한 넘김, 은은한 감칠맛, 입 안에서 휘휘 도는 밥알, 너무 시다 싶은 김치의 마무리. 내부는 단출하면서 고급스럽다. 10명 남짓 앉을 수 있는 바가 가게 자리의 전부다.

주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7길 44-10

소개팅 장소 찾으세요?  
파사주

데이트할 때 좋다. 소개팅도 좋다. 파사주는 캐주얼하면서도 소소한 프랑스 가정식 집이다. 오픈 키친으로 되어 있어 음식 하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뵈프 부르기뇽’, 스테이크, 양배추 안에 돼지고기로 속을 채운 ‘사보이 양배추’ 등을 메인으로, 사이드 메뉴로는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프렌치 어니언 수프’,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와 베이컨을 올린 ‘아스파라거스’가 인기다. 가볍게 와인 한 잔 마시며 기분 낼 수 있는 곳. 음식도 맛있다. 레스토랑 내부는 아담하지만, 벽 전체가 통 창문으로 뚫린 구조라 답답한 느낌이 없다. 저녁, 특히나 주말이라면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 식당 자체 느낌이 반듯하고, 구김살 없이 자란 고운 도련님 느낌. 맛도 그렇다.

주소: 서울 마포구 성지5길 8

비가 오는 날, 저녁  
랑빠스 81  

샤퀴테리(Charcuterie, 유럽식 가공육) 전문점이다. 야성적이다. 각각 영국과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운 두 셰프의 공간. 연트럴파크 주변 골목에 자리한 랑빠스 81은 15여 종의 ‘수제’ 샤퀴테리를 캐주얼한 방식으로 선보인다. 시그니처 메뉴는 ‘샤퀴테리 보드’. 돼지다리와 등심, 오리가슴 등 갖가지 샤퀴테리를 한 플레이트로 맛볼 수 있고 이외에도 양고기 소시지, 뵈프 부르기뇽, 라따뚜이 등 다양한 프랑스 요리가 있다. 밥집보다는 선술집, 근사한 2차를 대접하기에 최적이다. 비 오는 저녁, 여기서 와인을 마시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어두컴컴한 게 왠지 섹시한 분위기는 덤.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30길 17-1

배민에 지친 당신에게  
굴다리식당  

‘맛있다’라고 단언하긴 애매하고, 참 좋다. 40여 년 전, 경원선 마포 굴다리 밑에서 시작한 ‘굴다리 식당’은 주변 공사장 인부들이 저렴한 가격에 배를 불리던 식당이었다. 김치찌개와 제육볶음, 지극히 일상적인 밑반찬을 곁들인 그 밥상이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주문한 지 몇 분 되지 않아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오는 김치찌개는 그때그때 만든 것이 아니라 장시간 푹 끓여 낸 맛이다. 제육볶음은 비계가 적은 목살과 다리 살을 두툼하게 숭덩숭덩 썰어 양념한 게 특징이다. 계란말이 한 토막과 감자조림, 오이무침 등 갈 때마다 조금씩 다른 반찬을 내준다. 거의 5일 정도 끓인 듯한 흐물흐물한 김치찌개는 살짝 누른 맛이 감돈다. 배민에 지친 직장인들에겐 든든하게 한 끼 챙길 수 있는 밥집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새창로 8-1

삼삼한 회색 그릇  
을밀대  
  

평양냉면으로 워낙 유명한 집이라서, 굳이 써야 하나 고민 많이 했다. 근데 어쩌나, 맛있는걸. 1976년 ‘염리분식’으로 시작한 을밀대의 맛은 거의 육수에 있다. 육수는 한우 사골과 사태를 푹 고아 만든다. 다른 평양냉면에 비해 훨씬 맛이 잘 느껴진다. 물론 삼삼하긴 하다. 평양냉면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을밀대로 입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야만 평양냉면은 감칠맛으로 먹는 음식임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반죽해 뽑은 메밀 면도 담백하고 쫄깃하다. 겨자도 넣고, 식초도 넣고, 설탕도 넣어 봤는데 그냥 먹는 게 좋다. 다만 식전에 주전자에 담겨 나오는 면수에는 후추 조금 뿌려 먹으면 맛있다. 녹두전도 있는데 그래도 을밀대는 회색 그릇 평양냉면이다. 뭔가 맛있는데 아쉬운 맛, 혀는 못 느끼는데 코가 느끼는 맛. 

주소: 서울 마포구 숭문길 24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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