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초록의 힘, 플랜테리어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1.06.01 07:30
  • 수정 2022.05.24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삭막한 공간을 생명으로 칠하는 초록의 힘.
<트래비>가 서울의 초록 공간을 한곳에 모았다.

‘잘’ 관리되고 있는 초록 공간


갑갑한 도심 속에서 종종 초록을 마주할 때면 숨통이 틔곤 한다. 햇살 받는 초록은 생명의 색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활에 밀접한 공간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플랜테리어의 시작이다. 플랜테리어는 식물을 뜻하는 플랜트(Plant)와 인테리어(Interior)가 섞여 만들어진 합성어다.

미세먼지가 대표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공기 정화의 목적으로 식물을 집에 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무미건조한 실내를 자연스러운 생기로 채우고 생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도 플랜테리어 유행의 중요한 이유다. 어느 집의 안방, 거실은 물론 카페, 도서관, 심지어 백화점까지 식물이 가득하다.

여기서 잠깐, 식물이 자라는 공간에는 반드시 빛과 물이 따라야 한다. 공간의 일조량, 습도를 파악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지속적인 관리도 필수다. 그저 식물을 공간에 들이는 것이 플랜테리어의 끝이 아니다. 쉽지만 쉽지 않다. 무턱대고 식물을 공간에 들이기 전, 우리는 플랜테리어로 꾸며진 다양한 공간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트래비>가 나섰다. 서울 구석구석 푸릇하고 산뜻하지만, 숲이 아닌 공간. 무엇보다 ‘잘’ 관리되고 있는 플랜테리어 공간을 소개한다.

 

●폭포와 정원이 있는 곳 
 

더현대 서울
The Hyundai Seoul


‘#더현대서울’ 최근 가장 많이 보이는 해시태그다. 하루에도 수백 장의 인증숏이 올라오는 곳. 이쯤 되면 나만 빼고 다 가는 듯하다. 그래서 다녀왔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그 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란 타이틀을 달고 올해 2월에 문을 열었다. 개관 첫 주말에만 무려 100만명 이상이 다녀갔으니, 여의도 공식 핫 플레이스 반열에 당당히 오른 셈. 신인치곤 엄청나게 화려한 데뷔다. 

소문난 잔치엔 다 이유가 있다. 더현대 서울은 ‘빛’이 난다. 돋보인다는 뜻이 아니라 실제로 빛이 들어온다. 실내에 창문이 없는 건 백화점의 국룰(불문율) 아닌가.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어야 고객들이 매장에 오래 머물 수 있기 때문. 그런데 더현대 서울은 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창문으로 설계했다. 유리로 제작된 천장에 1층부터 천장까지 건물 전체를 오픈시키는 보이드(Void) 건축 기법까지 더해져 전 층에서 자연 채광이 사정없이 쏟아진다. 햇빛 쨍쨍한 오후면 실내가 야외 같고, 야외가 실내 같다. 그 중심에는 폭포가 쏟아진다. 1층 워터폴 가든에 위치한 12m 높이의 인공 폭포는 햇빛을 받으면 순식간에 백화점 전체를 어느 깊은 숲속으로 변모시킨다. 인공적인 자연이지만, 자연스럽다. 채광의 힘이다. 

더현대 서울의 플랜테리어는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정점을 찍는다. 인증숏 속 그 장소다. 3,300m2 크기의 실내 녹색 공원으로, 여의도공원을 1/70로 축소했다. 줄이긴 했지만 알차다. 천연 잔디에, 30여 그루의 나무에, 다양한 꽃들로 가득한데 스피커에선 새 소리까지 울려 퍼진다. 대부분의 나무는 우리나라 남부 자생 수종을 활용했다. 통창이기 때문에 정원에 쏟아지는 일조량이 많으며 직접적인 바람이 통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것이 그 이유다. 더현대 서울은 일종의 대형 온실을 재현했기 때문에 내부 식물들은 잎 처짐 없이 모두 파릇파릇하게 유지되고 있다. 언젠가 지구가 멸망한다면 인류는 분명 이렇게 꾸며 놓은 우주 정거장에서 자연을 즐길 것만 같다.

6층 포토존 단상 위에 올라서면 사운즈 포레스트의 전경을 파노라마로 담을 수 있다. 고백하자면 포토존의 의미가 옅다. 6층 양쪽의 휴게 공간과 식당가 곳곳이 푸릇푸릇하게 플랜테리어로 꾸며져 있으니(자리싸움이 꽤 치열하다), 눈 닿는 곳이 곧 포토존이다. 가벼운 운동화와 색감 좋은 사진 앱만 잘 챙겨도, 더현대 서울을 즐길 준비는 충분하다. 

▶Editor’s Pick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다. 지하 1층 식품관과 6층 식당가는 필수 코스.

주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영업시간: 월~목요일 10:30~20:00(식당가 10:30~22:00), 금~일요일 10:30~20:30

 

●잎과 커피가 숨 쉬는 공간


초록의 상쾌한 공기, 고소한 커피콩 향기.
서울 플랜테리어 카페 3곳.

성수동 숲 
천상가옥

성수동은 회색으로 낡았다. 초록과 가장 대조되는 색을 가진 동네. 낡았던 폐공장, 신발공장은 현재 카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천상가옥은 성수 복합문화공간인 성수연방 3층에 위치한다. 성수연방 역시 1970년대 화학 공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이다. 공장 단지를 음식점, 서점, 카페, 팝업 스토어 등으로 개조했다. 천상가옥은 통유리로 되어 있다. 천장에 흰 천을 붙여 햇빛을 한 번 거른다. 식물이 직광에 너무 오래 노출되면 오히려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자리 중간중간 놓인 거대한 화분에는 흙이 있고, 그곳에서 여인초, 고사리, 야자 등 푸릇한 것들이 그야말로 무성히 자라난다. 작은 화분에서 자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다. 커피를 시키며 물었다. “관리 너무 힘들지 않아요?” 천상정원에 있는 모든 식물은(천장에 매달린 고사리 조화를 제외하고) 살아 있다. 그래서 일주일에 2번씩은 꼭 물을 줘야 한단다. 

▶Editor’s Pick
식물도 예쁘고 좋은데, 빵이 맛있다. 플레인 슈크림, 초코 크루아상. 다 맛있다. 믿을 만한 정보다. 에디터가 성수동 주민이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14길 14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가격: 딥초코라떼 6,000원, 아메리카노 4,300원

동양의 미
적당 

‘적당’은 일터에 있다. 광화문과 서울시청, 을지로 그 어디쯤. 점심시간이면 목 조이던 넥타이를 살짝 풀어 맨 회사원들로 가득 찬다. 팥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양갱, 모나카, 팥 라떼가 대표 메뉴다. ‘적당’은 적당한 플랜테리어를 지향한다. 말장난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햇살이 살며시 스며드는 창을 따라 작은 잎의 고사리류 식물이 바닥에 심어져 있고, 키 작은 대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정제된 푸릇함, 동양적인 정갈함을 누릴 수 있다. 초록 가득했던 다른 카페들의 공간이 생기로움과 활력을 전했다면 적당의 초록 공간은 마음에 평온을 선물한다. 잔잔하고 안정된다. 음료와 디저트도 작은 전통 소반 위에 차려진다. 둥근 아치형 문, 어두운 조명, 곧은 대나무의 푸릇함, 살짝 비추는 햇살. 과하지 않은 것이 적당의 매력이다. 


▶Editor’s Pick
적당 지하에는 서점 ‘아크앤북’이 위치하니 같이 돌아보면 좋다. 책 한 권과 달콤한 양갱의 조화.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29
영업시간: 매일 10:00~21:30  

식물 박물관
식물관 PH

지금 당장 아무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서울 식물 카페’를 검색하면, 첫 번째 페이지에 여지없이 식물관 PH가 뜬다. 플랜테리어 카페의 대표 주자인 격. 1층부터 압도적이다. 모르긴 몰라도 꽤나 더운 나라에서 왔을 법한 키 큰 야자수들이 유리 온실을 꿰차고 있다. 오픈 시간에 맞춰서 올걸. 한낮의 태양보단 아침 햇살을 받은 식물들의 모습이 더 궁금해진다.

이곳의 식물은 발이 달렸다. 식물관 PH에서는 바퀴를 단 화분을 사용해 자주 공간의 변화를 준다. 반복해서 방문해도 매번 다른 인증숏을 남길 수 있다는 건 식물관 PH만의 분명한 장점이다. 어쩐지 초행도 아닌데 낯설더라니. 수시로 바뀌는 건 식물들의 위치만이 아니다. 3층과 4층 갤러리에서는 사진, 미술, 체험 예술 등 다양한 기획 전시들이 때마다 다채롭게 열린다. 구석에 무심히 놓인 돌멩이마저 너무도 예술적이다. 식물관 PH는 카페보단 복합문화공간이란 수식이 더 잘 어울린다. 


▶Editor’s Pick
역시 카페보단 식물 박물관 정도로 표현하는 게 맞겠다. 입장료가 있다. 입장권에 입장 팔찌까지 준다. 음료가 포함된 가격이니, 전시 공간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괜찮은 편.

주소: 서울 강남구 광평로34길 24
운영시간: 월~금요일 10:00~19:00, 주말 10:00~21:00
입장권: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8,000원

 

●당신에게 건네는 꽃 한 송이 

잎만 식물이냐, 꽃도 식물이다. 꽃이 밝히는 공간들.

꾸까 향이 난다
꾸까 광화문점 

꾸까는 일단 향부터 꾸까다. 가게 반경 5m에서부터 꾸까 향이 그윽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역시 온통 꾸까들이다. 큰 꾸까, 작은 꾸까, 노란 꾸까, 풍성한 꾸까, 말린 꾸까까지. 꾸까(발음이 좀 귀여운 구석이 있다)는 핀란드어로 ‘꽃’이다. 상호에는 일상에서 꽃을 가볍게 즐기는 핀란드의 문화를 한국에도 전파하고 싶다는 소망이 담겼다. 그 소망을 담아, 꾸까에서는 음료나 디저트를 주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꽃 한 송이를 선물한다. 꽃은 모름지기 특별한 날이 아닐 때 받아야 더 좋은 법.

좀 더 욕심이 난다면, 빈티지한 유럽의 플라워 마켓을 본 딴 매장 한가운데 공간에서 마음에 드는 꽃을 골라 구입해 봐도 좋겠다. 이왕이면 샛노란 장미에, 자리는 볕드는 창가로. 오후 두 시, 꾸까의 큰 창엔 경복궁 동십자각이 햇살과 함께 한가득 담긴다. 오션 뷰 부럽지 않은 ‘궁 뷰’다. 케이크 옆에 장미를 눕혔다. 햇빛을 받으면 더 피어날까 싶어서. 보드라운 여름 바람에 꾸까 향이 진해진다.
 
 

▶Editor’s Pick

꾸까 홈페이지에서는 꽃을 정기구독할 수 있다. 2주에 한 번, 그 계절 가장 예쁜 꽃으로 정성스레 만들어 배송해 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다양한 플라워 클래스도 열린다.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1 2층
영업시간: 매일 10:00~21:30
가격: 아메리카노 4,000원, 카페 라떼 4,500원

●아침부터 저녁까지
몬틸나잇 

서울교육대학교 옆 작은 골목길, 몬틸나잇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아는 사람만 알고, 가는 사람만 간다는 ‘찐’ 동네 카페. 그렇담 한적해야 할 것 같은데, 어쩐지 갈 때마다 만석이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 때문인 것 같다. 몬스테라, 야자수, 유칼립투스, 장미, 거베라, 튤립…. 온갖 싱그러운 것들로 촘촘하다. 계산대 옆자리도 제철 꽃이 차지하고 있다. 누구나 한 송이씩 가져갈 수 있다는 말에 가장 붉은 것으로 데려왔다.

디저트 라인업도 훌륭하다. 특히 티라미수가 그렇다. 비결은 손맛. 티라미수 크림과 빵은 모두 카페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만들어 준다. 티라미수가 신선할 수 있다는 건 몬틸나잇에서 알게 된 행복 중 하나다. 꼭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로투스 티라미수. 비주얼도 비주얼인데, 달지 않아 좋다. 요즘 같은 여름 날씨면 동그란 테이블에 장식은 사치다. 햇살이 만드는 그림자가 곧 인테리어 소품이 되니까. 바람에 너울거리는 그림자를 보니 더 확실해진다. 이름대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제고 오고 싶은 카페다. 

▶Editor’s Pick
늦은 오후에 방문하면 꽃병이 텅 비어 있을 확률이 높다. 부지런한 이가 예쁜 꽃을 얻는다. 

주소: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18길 23
영업시간: 매일 10:00~21:00
가격: 바닐라자네 5,300원, 로투스 티라미수 8,500원

●꽃, 아직도 구독 안 하세요?

뿌듯함은 보너스
플립

꽃을 구독했을 뿐인데 마음까지 뿌듯해진다. 플립은 꽃 구독 수입금의 일부를 청각장애 플로리스트 교육에 사용한다. 정기구독 300명당 1명의 청각장애인 플로리스트를 양성해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포장마저 착하다. 플립은 코팅되지 않아 쉽게 분해되는 환경 박스와 180일 이내에 생분해되는 친환경 포장지를 사용한다. 여기에 넉넉한 인심은 덤. 꽃과 함께 생화 보존재, 감사증, 원목 받침과 꽃말 카드가 배송되며, 구독 기간이 길어지면 화병과 꽃 가위 등도 받아 볼 수 있다. 배송되는 꽃의 종류를 미리 알고 싶다면 플립의 인스타그램을 확인하자. 


가격: 꽃 정기구독 S 1만7,900원, M 2만4,900원 

●플랜테리어 아이디어, 
어딜 가야 얻을 수 있을까?


플랜테리어 성지
틸테이블 


플랜테리어를 철저히 미의 기준에서만 바라보자. 공간에 대한 이해, 식물의 종류, 식물의 모양, 위치, 식물을 돋보일 수 있게 만드는 화분과 오브제. 식물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틸테이블을 찾아야 한다. 성수에 위치한 틸테이블은 일명 식물가게다. 화기, 오브제, 식물, 가드닝 용품은 물론 식물을 심는 방법, 디자인하는 방법 등의 지식도 배울 수도 있다. 식물에 관련한 것이라면 없는 게 없다. 1층에는 가드닝 용품과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고 2층에서는 쇼룸 타입으로 꾸며진 가드닝 인테리어를 참고할 수 있다. 식물은 오랜 기간 공간과 함께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틸테이블에서는 적합한 공간에 식물을 배치하는 방법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주소: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120 베델플레이스 B1F-1F 
영업시간: 월~토요일 10:00~19:00, 일요일·공휴일 휴무

 

글·사진  강화송 기자, 곽서희 기자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