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퇴사, 4번의 여행 보통의 하루
3번의 퇴사, 4번의 여행 보통의 하루
  • 강화송 기자
  • 승인 2021.06.0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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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같은 사람을 만났다.
강병무 작가의 보통의 하루를 나눴다.

제주도 바리매 숲. 이제는 가기 어려워진 아름다운 곳
제주도 바리매 숲. 이제는 가기 어려워진 아름다운 곳

 

‘Saram Travel이라는 닉네임, 무슨 뜻인가?  

뜻깊은 의미를 바라고 던진 질문 같은데(웃음), 말 그대로 ‘여행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나는 3번의 퇴사를 했고 4번의 긴 여행을 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여행 관련 콘텐츠 및 사진, 영상 관련 일을 하는 중이다. 여전히 여행 중인 사람이다. 언제까지 여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떠날 수 있을 때까지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3번의 퇴사,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첫 직장은 남들이 이야기하는 ‘꿈의 직장’에 입사했었다. 학생 시절, 전자 계열을 전공했는데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으로 발령된 케이스.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3년 정도 재직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10년 후 내 미래의 모습은 회사 선배들의 모습일 텐데, 그들에겐 미안하지만 10년 후의 내 모습이 지금보다는 더 가슴 뛰거나 재미있는 모습이길 바랐다. 그래서 울타리 밖으로 나서는 것을 결심하게 됐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아쉬워했던 것을 끝내 하지 못한 사람으로 남는 게 싫어서. 돌아보았을 때 결과가 어찌 됐든 떠났던 사람이고 싶었다. 첫 사직서를 냈고 자전거를 끌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데드블레이. 죽은 나무가 지키는 신비로운 땅
아프리카 나미비아 데드블레이. 죽은 나무가 지키는 신비로운 땅

 

갑자기 아프리카? 처음부터 너무 하드코어 아닌가.

그냥 나를 더 알고 싶었다. 그 어떤 연결고리도 없는 곳으로 떠나면 나의 쓸모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너무 막연한 생각이었지만, 실제로 떠났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 같다. 대단한 목표도 없었다. 스스로 생각하던 여행의 키워드는 ‘도전, 느리게 여행하기, 지구 반대편에 사는 이웃에게 쓸모 있는 사람으로 남기’ 정도.

아프리카 보츠와나. 몸은 뜨겁고 가슴도 뜨거웠던 길 위
아프리카 보츠와나. 몸은 뜨겁고 가슴도 뜨거웠던 길 위

 

아프리카는 이해했는데 갑자기 자전거라니. 아프리카와 자전거, 생각만으로도 벌써 지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궁금하다. 왜 그런 어려운 결정을 했을까. 당시 나는 자전거를 즐겨 타는 사람도 아니었다. 우선 느린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저 많은 시간을 길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자전거는 그런 느린 여행에 최적인 교통수단이었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웃음). 그리고 여행 경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경비가 엄청나게 준다. 진짜로.

 

경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자전거라니. KTX 비용이 아깝다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당장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아직 중요한 이유 2가지가 남았다. 당시 아프리카 여행에 동행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 동행 중 문종성 여행가는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하는 중이었다. 듣기만 해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것이 자전거를 선택하게 된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시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어렵고, 남들이 하지 않는 여행에 나를 밀어 넣었던 것 같다.

 

좋은 선택이었나?

아프리카를 자전거로 일주하기로 한 선택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멋지고, 잘했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여행 전후의 삶이 완벽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만큼 정직한 여행은 없다. 밟은 만큼만 앞으로 이동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모든 곳, 그 위에서 천천히, 꾸준히 페달을 밟았다. 물론 고생은 말로 다 못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젊을 때 고생해서(웃음).

인도 바라나시. 갠지스강에서 그들은 영혼을 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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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는 무엇을 했나.

그냥 자전거만 타진 않았을 것 같은데. 앞에서 언급했지만, 여행을 떠나며 정한 목표 중에 ‘지구 반대편에 사는 이웃에게 쓸모 있는 사람으로 남기’가 있었다. 당시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위협은 에이즈와 말라리아였다. 1년에 수백만 명의 목숨을 빼앗는 말라리아.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렇게 아프리카에서 ‘모기장 후원 사업’이 시작됐다. 당시 나는 이미 한국에서 ‘나눔 더하기’라는 봉사 단체를 10년 동안 꾸준히 운영하며 봉사를 해 왔기 때문에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경비를 최소한으로 줄였고(자전거를 탔기 때문에 가능한 일), 지인들에게도 지원을 받았다. 4개월 동안 5개의 나라를 다니며 현지에서 머무는 선교사님과 목사님의 도움으로 아프리카 이웃들에게 모기장을 후원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KBS 다큐 <사랑 싣고 세계로> 5화에 나의 여정이 방영되며 예정보다 많은 후원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아프리카 이웃들에게 나눈 도움보다 훨씬 더 많은 도움을 받은 듯하다. 지금 생각하니 참 감사한 일이다. 아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마치 화성이 아닐까 착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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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꾸준히 했나 보다.

좋은 직장에 입사 후 가장 먼저 했던 것이 ‘봉사 단체’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때부터 아동 양육시설, 장애인 시설, 노인 시설, 유기견 봉사, 연탄 후원 등 많은 봉사를 10년 동안 계획하고 실행해 왔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은 생각보다 많은 아픔과 실망을 직면하게 된다. 세상에 너무나도 많은 관심과 도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내가 진짜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작디작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지금은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자 봉사를 쉬고 있다. 건강이 조금 좋지 않은 이유도 있다. 몸이 회복되면 마지막까지 해왔던 유기견 봉사를 다시 다닐 생각이다. 나를 기다리는 곳이 있어 항상 마음이 무겁고 그립고, 그렇다.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판. 더위를 식히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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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행을 끝마치고, 한국으로 올 때 어떤 기분이었나.

사실 여행 도중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퇴사 후 아프리카로 향하며 부모님을 속였다. 생각해 봐라. 세상 어떤 부모가 좋은 회사에 잘 다니던 아들이 돌연 퇴사를 결심하고 여행을, 그것도 아프리카로 떠난다는데 좋아하시겠나. 심지어 자전거로 간다는데(웃음). 그래서 당시 부모님께는 호주로 어학연수를 간다고 거짓말을 했었고, 아프리카로 떠난 뒤 우연한 계기로 부모님께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내 걱정을 하다가 몸이 너무 안 좋아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을 결심했다. 물론 이유가 그뿐만은 아니다. 여행 3개월차가 되면서 한국에 대한 향수병이 심하게 도졌고, 당시 계획했던 다음 목적지가 유럽이었는데 관련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들어와야 했다.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반영이 주는 영감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반영이 주는 영감

어머니께서 한 번 크게 걱정을 하셨으니, 다음 여행지들을 떠날 때마다 고생깨나 했겠다.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이 끝나고는 한동안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로 유럽으로 떠나지 못했다. 무려 4년을 한국에서 보냈으니, 아주 여행에 대한 갈증이 절정에 달하게 되었다. 당시 가장 길게 유럽에서 체류할 수 있는 방법은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취득하는 것이었다. 그중 독일은 통장에 어느 정도의 잔고와 탄탄한 보장을 갖춘 보험증서만 있으면 1년을 체류할 수 있었다. 독일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으면 ‘쉥겐 조약’을 맺은 유럽 어느 나라든 국경 없이 체류 및 여행할 수 있다. 그렇게 아무 연고도 없던 독일로 떠났다. 독일에서의 1년은 내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심적으로 힘들 때 우연히 발길이 닿았던 곳인데, 그곳에서 스스로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행복했을 테다. 우리가 어느 여행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이렇게 매우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긴 머리 시절의 강병무 작가
긴 머리 시절의 강병무 작가

 

조금 뜬금없지만, 여행으로 인생을 채우고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비우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렇게 답변하면 재미없겠지만, 여행은 비움과 채움을 동시에 준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삶과 많이 닮아 있다. 삶이 아주 큰 숲이라면 여행은 나무 한 그루 혹은 몇 그루 정도이지 않을까. 이런 측면에서는 여행은 당연히 삶을 채워 가는 요소다. 
그런데 반대로 좋은 숲을 가꾸기 위해서는 좋은 나무가 필요하다. 좋은 나무로 숲을 채우기 위해서는 빈자리가 있어야 하기도, 가지치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 비울 수 있는 최선, 최고의 방법이 여행이었다. 여행으로 삶을 채우고 비우며 숲을 가꾸는 중이다.

 

본격적으로 여행자로 살겠다고 다짐했던 계기가 있을까?

나이가 많아지니 취업이 어려워지기도 했고(웃음). 수많은 여행을 경험하면서, 여행과 가까운 삶을 살고 싶어졌다. 여행자로 살겠다고 어떤 다짐을 했다기보다, 그냥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까지는 꼭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떠났다가, 다시는 떠나지 않을 것처럼 일상에 몰두하기를 반복하며 살았다. 이제는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일상을 바란다. 그래서 프리랜서로 여행을 쓰고, 찍고, 만드는 일에 몰두 중이다. 힘든 점도 참 많지만, 현재의 삶에 매우 만족한다. 여행자의 삶.

인도 아그라. 노을빛에 물든 타지마할과 사람들
인도 아그라. 노을빛에 물든 타지마할과 사람들

퇴사를 결심하는 것이 먼저인가, 여행을 결심하는 것이 먼저인가.

참 어려운 결정이다. 나는 여행이 퇴사였고, 또 여행이 취직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취직을 해야 하니 말이다. 긴긴 인생에 때로는 ‘에라 모르겠다!’의 정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든 결국 살아진다, 여행처럼. 즉흥적이고 대책이 없더라도 질러 보는 것이 나에겐 잘 맞았다. 그러니까 퇴사와 여행, 순서를 두지 말고 스스로 무엇이든지 결심하는 것. 물론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얼마 전에 출간한 <보통의 하루> 재밌게 읽었다. 글도 좋고 사진이 특히 너무 좋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먹먹한 감정이 든다.

우선 정말 감사하다. 누군가 나의 책을 읽었다고 하면 참 어색하다. 사실 나는 사진을 따로 배운 적이 없어서 스스로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당장 떠올려 보면 사진은 결국 ‘드러남’이 아닐까.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해석하거나, 내 안의 무언가를 드러내는 표현 방식. 그래서 좋은 사진과 좋지 않은 사진은 개개인의 취향으로 판가름 날 수 있으나, 결국 모든 사진은 나름의 의미와 멋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삶이 있고 깊이가 있으니까. 나는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면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항상 그늘진 사람이라고 표현을 자주 할 정도로.

인도 바라나시. 낯선 이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 미소
인도 바라나시. 낯선 이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 미소

실제로는 엄청 에너지가 넘치는 스타일인데?

물론 실제로는 밝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기본적으로는 우중충한 영혼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오랜 봉사 덕분인지는 몰라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밝은 곳보다는 어두운 곳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스타일이다. 모든 사람의 일상은 저마다 커다란 무게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여행의 순간도 그렇지 않나. 여행자의 행복이 때로는 현지인의 힘든 일상인 것처럼. 그런 무게감을 서로 이해하고 알았으면 좋겠다. 조금이나마 서로를 느낄 수 있게. 추상적이지만 사진에 그런 것들을 담고 싶다. 위로, 공감 그런 것들. 마치 공기처럼 보이진 않지만 소통할 수 있는 감정들.

아프리카 말라위. 아이들은 나와 카메라에 호기심이 많았다
아프리카 말라위. 아이들은 나와 카메라에 호기심이 많았다

나도 사진을 잘 찍고 싶다. 방법은?

사진을 따로 배우질 않아서 잘 모르겠다. 아마도 사진을 많이 찍는 게 정답 아닐까. 아니, 그보다 오래 찍는 것이 더 정답이겠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오랜 시간 카메라를 놓지 않고 꾸준히 찍는 것.

 

3번의 퇴사, 4번의 여행. 후회는 없나?

태어나서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선택 4가지가 있다. 퇴사, 봉사, 여행, 사진. 이 선택들은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 설명해 줄 수 있는 단어들이다. 나는 나의 삶에 후회가 없다. 언제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어떤 선택들은 나를 무너뜨리기도 했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상한가를 치는 때가 온다고 생각한다. 주식처럼(웃음).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 질문. 요즘은 어떤 ‘보통의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코로나를 2년째 겪으며 참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해외여행을 했는데, 한국에 발이 꽁꽁 묶여 있다. 뭐, 생각보다는 괜찮다. 일이 많이 없어져 배고픔이 조금 잦아졌거나, 낯선 곳을 거닐지 못해 무기력함은 좀 잦아졌지만, 생각보다 이런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국내 출장을 다니고 평소에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좋은 음악, 영화, 드라마도 본다. 발길이 닿는 대로 국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역시 사람은 환경의 동물인 것 같다. 나의 일상 역시 그리 다르지 않으니, 많은 이들에게 그냥 괜찮다고 전해 주고 싶다. 삶은 어떤 식으로든 흘러간다. 힘들고 모진 날들은 언젠가 보통의 하루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고 곧 지나갈 일들이니 최선을 다해 그저 하루를 사랑하길.  

*강병무 작가는 여행가 그리고 포토그래퍼로 활동 중이다. 또한 그는 2만명이 훌쩍 넘는 팔로워를 지닌 여행 인플루언서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saram.travel

글 강화송 기자  사진 강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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