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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들르려다 머물게 될걸요, 진도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1.07.23 07:00
  • 수정 2022.05.24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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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디 먼 남쪽 목적지
가볍게 돌아다니려다 막상 여행을 시작하니 
벌써 떠날 날이 아쉬워지는 그런 곳입니다. 

가계해수욕장에서 만난 낚시꾼
가계해수욕장에서 만난 낚시꾼

●풍경화 속의 안식처


진도대교를 통해 진도에 들어왔다면 첫 여행지는  첨찰산을 배경으로 둔 평화로운 휴식처, 운림산방이 좋겠다.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이 살면서 그림을 그리던 곳으로, 지금까지 잘 보존돼 여행자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운림산방 관련 배경을 모르더라도 괜찮다. 그저 이곳을 거닐다 보면 마치 풍경화 속에 들어와 있는 인상을 받는다. 잘 관리된 정원과 한옥이 어우러져 예스러움이 가득하다. 녹음이 짙은 계절에 가면 자연의 화사함을 한껏 누릴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계절에도 운림산방만의 운치가 있다. 운림산방 내 하늘 담은 연못 운림지와 옆에 있는 쌍계사도 고즈넉함을 더한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여유 있게 걷고 주변 운림예술촌, 운림삼별초 공원까지 여행을 이어가면 남도의 예술 세계와 걸음을 같이 할 수 있다. 

운림산방을 지키는 초록 나무
운림산방을 지키는 초록 나무

운림산방에서 가벼운 산책을 마치고, 목마름을 달래려면 운림산방 바로 옆 운림예술촌에 있는 특별한 카페는 어떨까. 힐링문화공간 ‘구름숲아토리(Art+Story)’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직접 내리는 스페셜티 커피와 함께 진도의 민속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한옥 공간이다. 멋진 경관을 선사하는 관광지의 카페들은 종종 향 없는 커피로 여행자를 당황하게 하는데 여기선 그런 걱정이 필요 없다. 구름숲아토리의 커피하우스는 파나마 게이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등 스페셜티와 케냐AA,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G1 등 프리미엄 원두로 진짜 커피의 맛과 향을 경험할 수 있다. 게다가 한옥과 서양 가구, LP 등이 조화를 이룬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실내는 여행의 쉼표를 찍기에 적합하다. 

한옥과 인상적인 커피 맛을 선사하는 구름숲아토리
한옥과 인상적인 커피 맛을 선사하는 구름숲아토리

 

또 커피하우스는 18세기 중반 프랑스, 지성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토론과 사교의 장을 꽃피웠던 ‘살롱 문화’를 지향하는 만큼 공연, 워크숍, 세미나 등으로 여러 사람과 교류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올해 4월에는 여행작가와 사진으로 떠나는 남미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몽항쟁 역사의 현장


다음 목적지는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진도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과 관련이 깊은 곳이다. 진도와 해남 사이에 있는 조류가 빠른 울돌목을 이용해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물리쳤으며, 진도타워에서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와 울돌목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 명량해전만큼 진도와 깊은 역사가 하나 더 있다. 13세기 고려시대 대몽항쟁이다. 그리고 대몽항쟁의 무대인 용장성의 터가 진도에 여전히 남아있다. 13세기 초 고려 고종 때부터 몽골의 침략은 본격적으로 거세졌다. 심지어 13세기 중반 원종 때 무신세력을 대표하던 임유무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삼별초(고려시대 무신정권의 군사기구)는 해산 명령을 받았고, 문신세력이 주장하던 몽골과의 강화를 앞두게 됐다.

드론으로 본 용장성 터
드론으로 본 용장성 터

이런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배중손이 중심이 된 삼별초는 끝까지 항전하며 전남 쪽으로 향했다. 왕족인 승화후 온을 왕으로 추대하고, 진도 용장사를 궁궐로 삼았다. 또 몽골에 항복한 고려와 몽골 연합군을 상대로 항쟁하기 위한 거점으로 용장성을 만들었다. 용장성은 궁터를 중심으로 둘레 약 12km의 규모다. 주로 돌로 만든 성으로 이뤄져 있는데, 흙으로 된 토성도 일부 섞여 있다. 아쉽게도 현재 용장성의 모습은 당시의 웅장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용장성터는 성곽 외부와 새로 쌓은 건물의 돌받침만 쓸쓸히 남아 있다. 그나마 성내의 용장사지 및 행궁터만 일부 복원돼 있다. 

고려항몽충 혼탑에서 이 땅을 지킨 이들을 기려보자
고려항몽충 혼탑에서 이 땅을 지킨 이들을 기려보자
삼별초 공부를 위한 AR 프로그램
삼별초 공부를 위한 AR 프로그램

여행자에게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역사에 큰 관심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여행자를 위해 AR로 삼별초를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삼별초 장군 캐릭터가 나와 삼별초와 용장성에 대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안타까운 마음 한가득 안고 용장성터를 둘러봤다면, 용장성 홍보관에서 대몽항쟁에 대한 역사를 좀 더 깊게 배울 수 있다. 시대적 배경과 시간 순서대로 대몽항쟁을 잘 정리해놨다. 마지막으로 고려항몽충혼탑에서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릴 수 있다.

 

●애견인이 될지도 몰라요


진도에 왔다면 천연기념물 53호 진돗개를 만나는 시간도 꼭 일정에 넣어야 한다. 충성심, 용맹함, 귀가본능이 탁월한 국견 진돗개를 가장 쉽게 보려면 ‘진도개 테마파크’(진도군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진돗개를 ‘진도개’로 표기한다)가 정답이다.

50일도 안 된 귀여운 강아지들
50일도 안 된 귀여운 강아지들

테마파크는 방사장, 공연장, 경주장, 홍보관, 썰매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방사장은 진돗개를 보고 만질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진돗개 53cafe에서 먹이를 구매해 진돗개에 직접 줄 수 있어 아이들에게도 인기다. 어린 진돗개의 귀여움도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가끔 경계심을 보이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에 친근하게 곁을 내주니 적극적으로 다가가 보는 것도 좋다.

진도개 테마파크에서 볼 수 있는 달리기 경주
진도개 테마파크에서 볼 수 있는 달리기 경주

또 매년 3~12월에는 진돗개가 경주와 장애물 넘기 등을 뽐내는 진돗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진돗개의 스피드는 상당히 빠른데, 보는 것만으로도 그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3인 1조로 달리기 시합을 하는 진돗개들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가끔 운이 좋으면 태어난 지 50일도 안 되는 아기 진돗개도 만날 수 있다. 작은 몸을 꼬물꼬물 움직이는 진돗개를 보면 몇 초 되지 않아 사랑에 빠질 것이다. 다 큰 남자 성인마저 이 아기들 앞에서는 그저 순수한 어린이가 될 뿐이다.

가족여행으로도 좋은 진도개 테마파크
가족여행으로도 좋은 진도개 테마파크

진돗개의 충성심과 관련된 일화도 인상적이다. 주로 주인과 이별하고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하나 놀라웠던 이야기는 진도군 지산면 고야리의 이씨가 진돗개를 해남에 팔았는데, 한 달 정도 지나서 개가 찾아와 반기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며칠 뒤, 해남에서 개를 산 사람이 찾아와 데려가겠다고 했으나, 이씨는 값을 돌려주며 없던일로 하자고 사정을 했다. 그럼에도 해남 사람은 어떻게든 찾아서 데리고 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사라진 개는 찾지 못했다. 해남 사람이 돌아가고 나서야 진돗개는 이씨 앞에 꼬리를 흔들며 나타났다고 한다. 또 진도 사람들은 이곳에서 진돗개뿐만 아니라 썰매 체험도 즐긴다고 한다. 가족 여행으로 진도를 찾았다면 썰매도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섬은 역시 바다


진도 해양생태관 앞으로 3km의 백사장이 펼쳐진 가계해수욕장이 있다. 진도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넓은 주차장과 샤워실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이러한 편의성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나무 사이로 자리를 잡은 많은 텐트였다. 강렬한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계해수욕장을 제대로 즐기고 있었다.

모도가 보이는 가계해수욕장
모도가 보이는 가계해수욕장

이러한 모습에 진도 여행의 새로운 영감을 받았다.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한껏 여유로움을 느끼는데, 거기에 캠핑 감성까지 한 스푼 더했으니 말이다. 낚시를 즐기는 모습도 색달랐다. 보통 해변에서는 수영이나 서핑을 하는데 낚시라니. 물고기가 잡힐까 싶다가도 그저 앉아 있는 자체로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방문했던 날 유난히 날이 좋아 바다와 하늘이 하나가 된 것처럼 바다가 아주 파랬다. 캠핑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신비의 바닷길과 뽕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신비로운 조개가 가득한 해양생태관. 크기가 놀라운 거인조개
신비로운 조개가 가득한 해양생태관. 크기가 놀라운 거인조개

신비의 바닷길은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 사이 약 2.8km의 바다가 조수간만의 차이로 인해 바다 밑이 물 위로 드러나 바닷길(약 40m 폭)이 열리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매년 3일 정도 열리는데 2021년에는 4월27~29일이었다. 약 1시간의 기적을 구경하기 위해 매년 수십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몰린다고 한다. 바닷길이 있는 날에는 진도 고유 민속예술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진도에는 신비의 바닷길과 뽕할머니 이야기 전설이 있다
진도에는 신비의 바닷길과 뽕할머니 이야기 전설이 있다

신비의 바닷길에 얽힌 전설도 있다. 뽕할머니 이야기인데, 조선조 초기 손동지라는 사람이 제주도로 유배 도중 풍파로 진도에 표류해 마을을 이루고 살게 됐다. 그렇지만 호랑이의 침입이 심해 마을 앞 모도 섬으로 피신을 하면서 뽕할머니를 남겨두고 말았다. 뽕할머니는 가족과 마을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매일 용왕님께 기원하니 바닷길이 열려 가족을 만나게 됐다. 슬프게도 만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때부터 해마다 음력 4월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풍어와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영등제를 지냈다고 한다. 또 회동과 모도리 사람들이 바닷길 현장에서 바지락 등 조개를 줍고 해산물을 채취하며 하루를 보낸다. 


진도 글·사진=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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