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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귀가 솔깃해지는 여스플레이너들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21.08.01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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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신조 중에 ‘남의 여행을 탐하지 말라’가 있습니다. 타인의 여행은 부러워할 대상도, 평가할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죠. 이번 호에 이우석 작가의 유쾌한 독설이 자기 방식의 여행을 고집하는 ‘여스플레이너(旅+explainer)’에게 꽂힌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그래서 딱히 남의 여행 이야기에 솔깃해하지 않는 제가, 최근 흥미롭게 들은 여행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들의 여행, 비건들의 여행입니다. 

이걸 어디서 들었냐 하면, (요즘 이거 하면 아재라던데) 한동안 ‘시간 플렉스’ 한다며 종일 틀어 놓았던 클럽하우스에서였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말하는 산전수전 미국 여행기는 눈으로는 보지 못할 전혀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길 찾기, 검색, 예약 등 모든 일을 핸드폰(읽어 주는 기능)에 의존하기에 겨울 추위에 핸드폰이 꺼지면, 그들의 여행도 길 위에서 올 스톱되어 버린다네요. 참고로 영어로 점자 메뉴가 ‘Braille Menu’인 것도 배웠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여행에서도 늘 먹고사는 문제가 큰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들 사이에 통용되는 비건 식당 리스트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편의점 두부 한 모로 끼니를 때웠던 적도 있었다네요. 한국에도 비건 여행자들이 성분 분석 없이 마음 놓고 식사할 수 있는 채식(소박한 음식 말고 호텔 셰프급 요리들)을 제공하는 친환경 호텔이나 리조트가 있으면 바로 달려가겠다는 바람에서 그들의 사무친 허기를 느꼈습니다. 

8월8일이 섬의 날인지라, <트래비>가 선택한 남다른 여행지는 섬인데, 너무 익숙해서 새삼스럽기도 합니다. 늘 신선한 섬 여행기를 올려 주시는 김민수 작가를 인터뷰하고, 단골로 취재하는 제주도도, 강화도도 섬이고, 코로나 이후 처음 열리는 해외여행지 사이판도 섬이더군요. 안타깝게도 여전히 남의 여행, 당분간 그림의 떡일 수 있지만, 냉면에 집착하는 면스플레이너 뺨치는 여행에 대한 집착! <트래비>의 숙명은 여스플레이너가 맞나 봅니다. 
 

<트래비> 부편집장 천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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