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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페라나칸 문화 모르고 가지 마오 

맛과 멋을 아는 그녀, 싱가포르를 만든 페라나칸

  • Editor. 손고은 기자
  • 입력 2021.09.23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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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치앗 카통 Ⓒ트래비

싱가포르는 알록달록하다. 다양성과 공존,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문화라서 그렇다. 이런 싱가포르의 문화를 두고 사람들은 페라나칸(Peranakan)이라 부른다. 페라나칸은 17세기 말레이 반도로 이주해 온 중국인, 인도인, 아랍인 등의 남성이 말레이 반도 여성과 결혼해 낳은 후손 그리고 문화를 말한다. 여러 가지가 한 데 섞인 페라나칸의 독특한 문화가 생생히 살아 있는 도시. 싱가포르만의 매력을 한 가지 색으로 정의할 수 없는 이유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80%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생활을 인정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정책을 조심스럽게 진행 중이다. 아직 일반적인 여행 목적의 단기 방문은 불가하지만, 8월10일부터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취업비자 소지자 및 가족에 대한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빠르게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만큼 여행 재개도 조심스레 기대해볼 만하다. 

페라나칸 박물관 Ⓒ싱가포르관광청
페라나칸 박물관 수공예 Ⓒ트래비

●싱가포르 여행의 시작


페라나칸 박물관(Peranakan Museum)은 페라나칸에 대한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3층에 걸쳐 10개의 전시관으로 나뉘어 페라나칸의 역사부터 문화, 생활 방식 등을 다루고 있다. 페라나칸 중 중국계 남성과 말레이 반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을 남자는 바바(Baba), 여자는 논야(Nonya)라고 불렀는데, 특히 논야가 만든 페라나칸 문화와 음식이 돋보인다. 박물관 내에서도 '논야관'을 따로 만들어 논야가 구슬로 만든 구두, 지갑, 생활 소품, 장신구 등을 전시하고 있다. 12일 동안 열리는 결혼 풍습과 페라나칸만의 혼수품까지 싱가포르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재밌고 독특한 장면을 먼저 만나보길 추천한다. 

사롱 케바야 Ⓒ한-아세안센터
카수트 마네크 Ⓒ한-아세안센터

●예술이 된 페라나칸 문화 


페라나칸 여성들은 특히 공예나 도예 분야에서도 솜씨를 발휘했다. 그중 20세기 초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신발 '카수트 마네크(Kasut Manek)'는 정교하게 만든 구슬 슬리퍼 형태를 띤다. 카수트 마네크는 페라나칸 여성들의 전통 의상인 '사롱 케바야(Sarong Kebaya)'와 함께 짝을 이룬다.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과 무늬를 담은 디자인부터 검정색 또는 흰색, 파란색과 같은 단순한 패턴의 절제미가 돋보이는 디자인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신발 한 켤레에 담긴 정교함은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페라나칸 문화는 한국 문화와도 닮은 점이 있다. 일례로 봉황은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오랫동안 깊은 의미를 가진 새다. 한국에서는 예부터 왕족을 상징했는데, 지금은 대통령 휘장에 봉황 한 쌍을 새길 만큼 강력한 권력을 의미한다. 싱가포르에서 봉황은 페라나칸 모계 가정을 상징하며 도자기나 제품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락사 Ⓒ트래비
락사 Ⓒ트래비

●맛있는 페라나칸


음식만큼 페라나칸 문화를 잘 표현한 것이 있을까. 중국스럽기도, 말레이시아나 태국스럽기도 한 페라나칸 음식에는 여러 나라의 전통 음식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대표적인 페라나칸 음식으로는 락사(Laksa)를 꼽을 수 있다. 닭이나 생선 육수를 이용한 매콤한 쌀국수. 중국식 국수에 현지 레시피가 더해진 메뉴다. 코코넛 밀크를 넣어 부드러운 맛이 매력적인 락사 르막(Laksa Lemak), 타마린 즙을 넣어 새콤한 맛이 중독적인 아쌈 락사(Assam Laksa), 커리를 넣은 커리 락사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밖에도 으깬 생선살과 향신료, 코코넛 밀크 등을 넣어 만든 반죽을 바나나 잎으로 감싸 화덕에 구운 페라나칸식 어묵, 오탁오탁(Otak-Otak)은 매콤 짭조름해 간식으로 즐기기에, 맥주 안주로 즐기기에도 좋다. 쫀득쫀득한 떡과 식감이 비슷한 논야 꾸에(Nonya Kueh)는 페라나칸 전통 디저트다. 

 

▶mini interview 
페라나칸을 만나려거든 카통에 가자 
싱가포르관광청 한국사무소 써린 운(Serene Woon) 소장 

페라나칸은 인도네시아어/말레이어 단어로 ‘현지에서 태어난’이란 의미다. 보통은 중국계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계 전통을 물려받은 후손들을 의미한다. 페라나칸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피운 지역은 주 치앗(Joo Chiat) 카통(Katong)이다. 예쁜 파스텔 톤의 숍과 앤티크 소품 가게, 페라나칸 전통 박물관과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다.

루마 비비(Rumah Bebe) Ⓒ트래비

특히 페라나칸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부티크인 루마 비비(Rumah Bebe)와 페라나칸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킴 추 쿠에 창(Kim Choo Kueh Chang)에서 풍성한 페라나칸 문화를 체험해보길 권한다. 루마 비비에서는 전통 의상인 사롱 케바야와 구슬 신발 카수트 마네크 등 다양한 페라나칸 수공예품을 구입할 수 있고, 비즈를 활용한 공예, 책갈피, 동전 지갑 등을 만드는 체험도 가능하다.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킴 추 쿠에 창에서 논야(Nyonya)의 전통 만두를 맛보고, 전통 의복을 무료로 착용해볼 수 있다. 


글 손고은 기자 사진 트래비, 싱가포르관광청, 한-아세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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