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할수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
스트라스부르의 가을이 그랬다.
| 편지
사각이는 흑심 끝에 온기를 담아
편지를 쓰고 싶던 날.
스트라스부르의 낙엽 한 장이 손끝에 닿았다.
뜨거운 입김으로 쓰고
찬 공기로 지웠다.
마음을 적은 단어를 모아 보니
결국, 사랑이다.
| 창
나에게 여행은
마음에 크고 시원한 창을 내는 일.
걸쇠를 풀고 창문을 여니
따뜻한 기억이 분다.
그 안에 비치는 건 언제나
사람, 사랑, 사람.
| 경사진 마음
스트라스부르에선 바닥이 기울어진 집에 머물렀다.
오래된 목조건물이라 고치기도 어려워요.
기울면 기운 대로 사는 거죠.
호스트가 인생을 말했다.
떠나지 못하는 지금,
삐걱이던 바닥이 귀에 맴돈다.
마음도 그저 기우는 대로 두기로 했다.
| 낙하
저물수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
가을과, 낙엽과, 노을과, 시간이 그렇다.
우린 그렇게 저물어 가자.
피는 것보다 지는 것에 마음을 쓰자.
대성당 뒤로 흩어지는 해를 보며 다짐했던 내일들.
글·사진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