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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도 아꼽다, 우리 제주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1.10.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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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크기는 언제나 똑같은데, 갈 때마다 새롭다.
이곳에서 조금씩, 저곳에서 조금씩 보물을 찾으니까.
보고 또 봐도 제주가 여전히 예쁜(아꼽다) 이유다.

돌과 바다,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신창리 풍경
돌과 바다,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신창리 풍경

●어떤 수식어도 부족해


‘환상의 섬’만으로는 제주의 모든 매력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더 나은 수식어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지만, 막상 떠오르지 않는다. 몇 마디 함축된 단어로는 한계가 있다. 몇십 가지를 나열해서 붙이고 또 붙여 말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 바로 제주도다. 특히, 새섬과 그 주변 풍경을 보니 이 섬을 향한 애정이 더 커졌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둔 서귀포항
한라산을 배경으로 둔 서귀포항

항구 풍경은 프랑스 마르세유가 최고라 생각했건만, 맑은 날 새섬 근처에서 본 서귀포항 풍경은 그 이상이었다. 크루즈와 선박 등으로 채워진 서귀포항부터 작가의 산책길을 잇는 다리,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숲, 이 모든 모습을 뒤에서 품고 있는 제주도의 상징 한라산까지, 빈틈없는 풍경이 우리를 반긴다. 제주도민의 일상과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진 모습, 제주 아니면 어디서 보겠는가. 새섬으로 미처 들어가지도 않고, 새연교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없이 서 있던 이유다.

제주 전통배 ‘테우’의 모습을 형상화한 새연교
제주 전통배 ‘테우’의 모습을 형상화한 새연교

꽤 독특한 모양의 새연교도 빠트릴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다리’라는 의미에서 유래한 새연교는 새섬을 찾는 여행객과 서귀포가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 보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제주 전통배 ‘테우’의 모습을 형상화해 만들었으며, 야간에는 조명이 들어와 사진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평지로 이뤄져 편안하게 걷기 좋은 새섬
평지로 이뤄져 편안하게 걷기 좋은 새섬

이제 새섬을 돌아볼 시간. 이른 오전, 그것도 평일이라 그런지 더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강렬한 햇빛도 조금밖에 못 들어오는 초록 숲을 거닐었다. 한 바퀴 크게 돌면서 새섬 좌우에 있는 섶섬과 범섬도 눈에 담았다. 40~50분 정도 아주 천천히 걸으며 마음속에 제주를 온전히 채웠다. 문득 새섬이라 불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싱겁게 새가 많이 와서 새섬이라 이름 붙여진 것은 아니었다. 옛날 이 섬에 초가지붕을 덮을 때 주로 쓰는 새(띠)가 많이 자생해 새섬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여행객에게 크게 중요한 정보는 아니다. 그저 섬을 덮고 있는 난대림과 서귀포 바다가 주는 안정감이면 충분하다.

 

●걸어서 닿은 섬


제주에도 신비의 바다가 있다. 시간을 맞춰야만 들어갈 수 있는 섬 말이다. 서귀포시 강정동에 있는 서건도, 일명 썩은섬이다. 땅이 너무 척박한 데서 유래됐다고 하기도 하고, 고래가 물 빠진 구덩이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어 썩어서 썩은섬이라 했다고 한다. 흥미롭긴 하지만, 앞의 두 이야기는 민간 어원설로 정확한 건 아니라고 한다. 이보다는 섬이 잘 썩는 응회암으로 이뤄져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로 서건도는 바닷속에서 폭발한 화산체에서 형성된 응회암으로 이뤄져 있다. 수중화산인 셈이다. 썩은섬의 음이 변해 석근섬이라고 불렸고, 지금의 서건섬으로 변음이 됐다고 한다. 게다가 섬 내부에 기원전 1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 파편과 동물 뼈 등이 발견돼 사람들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루 2번 열리는 서건도
하루 2번 열리는 서건도

이러한 지리학적 관점도 중요하지만, 여행자에겐 역시 바다갈라짐 현상이 호기심을 자아낸다. 제주에서 유일한 바다갈라짐 명소인 서건도는 때가 되면 물이 빠지고 척박한 모습을 드러낸다. 하루에 2번 썰물 때마다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난다. 서건도로 들어가는 길은 온통 돌밭이다.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미지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치고는 버틸 만하다. 눈에 보이는 섬 크기와 달리 걷는 시간은 상당히 짧다. 20~30분이면 사진도 찍고, 길이 조성된 곳을 다 탐방할 수 있다. 

서건도를 좀 더 여유롭게 보고 싶다면 주변 카라반 시설을 이용해도 좋다
서건도를 좀 더 여유롭게 보고 싶다면 주변 카라반 시설을 이용해도 좋다

서건도를 좀 더 오래 관찰하고 싶다면 주변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이 빠지고, 다시 찰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올레길 7코스를 따라 월평포구, 법환포구, 강정포구 등을 둘러보거나 아니면 가까운 중문관광단지, 황우지해안, 외돌개, 새섬 등을 다녀와도 좋다. 편하게 머물고 싶다면 서건도 근처에 조성된 카라반 숙박 시설을 활용해도 좋다. 


물이 차면 서건도는 다시 걸어갈 수 없는 섬이 되는데 척박한 모습이 사라지고, 제주의 자연과 융화돼 평화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한 여행지에서 2가지 상반되는 모습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서건도 앞바다에는 종종 돌고래 떼가 나타난다고 하니 그 행운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신창리풍차해안에 조성된 산책로
신창리풍차해안에 조성된 산책로

 

●에메랄드 바닷속으로 풍덩


제주 바다 중 어디가 더 이쁜지 논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신창 풍차해안도로는 일반 해변과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잘 활용한 우리의 지혜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협재해수욕장과 판포포구를 지나 한경면 신창리에 닿으면 풍력발전기가 우리를 맞이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면 바다를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싱게물공원이 보인다. 싱게물은 바닷가에서 새로 발견한 ‘갯물’이라는 뜻으로, 여름철에 물이 매우 차다고 한다. 먼저 공원 내 목욕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남탕과 여탕이 있는데, 제주 바다 그대로를 품은 특별한 공간이다. 참, 실제로 사용을 하는 공간이라고 하니 사진 촬영은 조심 또 조심하자. 


생태체험장도 조성돼 있다.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고, 자바리상, 해상낚시터, 원담체험장 등도 마련돼 있다. 도보로 약 30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제주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이름 없는 아주 작은 돌섬을 만나는 것도 의외의 재미다.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잘 정비돼 있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사실 섬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규모지만, 신기한 건 사실이다. 섬에는 초소로 보이는 공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네모난 창문을 통해 색다른 시선으로 신창리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흔적만 남은 건물에서 바라본 제주 바다
흔적만 남은 건물에서 바라본 제주 바다

제주여행은 날씨가 좌우한다고 하지만, 풍차해안도로는 조금 다르다. 날씨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 날이 맑으면 당연히 에메랄드빛 제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만든 광활한 도화지에 흰 풍력발전기, 검은 돌이 어우러져 완벽한 풍경화가 완성된다. 일몰 풍경도 압권이다. 해질녘 시간에 맞춰 사진을 찍으면 전문가 못지않은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흐리고 비 오는 날씨도 변수가 되질 않는다. 어둡고 흐린 날에는 그런 날씨에만 느낄 수 있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심상치 않은 그런 분위기 말이다. 일단 신창리에 가면 어떤 방식으로든 이곳을 즐길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협재와 금능해변까지 갔다면 조금 더 내려가 이곳을 만나보길 바란다.

 

●제주의 일상이 담긴 맛


그 지역의 문화와 일상에 좀 더 쉽고, 확실하게 파고드는 방법은 역시 음식이다. 제주는 확실히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역 전통음식뿐만 아니라 이국적인 음식과 다채로운 카페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이번에는 거창하지 않지만, 든든하게 속을 채워주는 음식 위주로 접했다. 확실한 맛을 찾고 싶다면 돼지고기를 추천한다. 흑돼지든 백돼지든 제주에서 먹는 돼지고기는 왠지 모르게 더 고소한 느낌이 든다. 여행객은 600g씩 통으로 나오는 근고기를 많이 먹지만, 옛날식으로 썰어 나오는 사각형의 오겹살도 매력적이다. 특히, 솥뚜껑 위에 갖가지 채소와 함께 구워 먹는 맛은 현지인들의 발걸음도 당기는 맛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의 후식 볶음밥까지 먹으면 ‘돼지고기 참 잘 먹었다’고 말할 수 있다. 

솥뚜껑에 구워먹는 흑돼지 오겹살
솥뚜껑에 구워먹는 흑돼지 오겹살
제주 아침밥 걱정을 덜어줄 해장국
제주 아침밥 걱정을 덜어줄 해장국

여행을 가면 아침밥도 고민이 된다. 평소 아침밥을 잘 먹지 않더라도 호텔 뷔페, 지역 음식 등을 고민하게 된다. 제주에선 선택지가 다양한데, 겡이국과 제주식 해장국은 놓치기 아쉬운 맛이다. 겡이국, 이름부터 낯설지만 한 번 맛보면 계속 생각날지도 모를 음식이다. 겡이국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제주 전통음식인데 지금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주재료인 바닷게를 확보하기 어렵고, 조리과정도 복잡한 게 이유다. 그나마 서귀포 맨도롱 해장국에서 찾을 수 있다. 바닷게와 미역을 넣고 끓이는 겡이국은 맑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식사는 당연하고, 해장에도 제격이다. 기분 좋은 바다의 맛을 품을 국물은 한 번 맛보면 수저를 내려놓기 힘들 정도다. 제주식 해장국은 소머리와 양지 등을 사용한 깊은 고기 육수에 콩나물과 우거지, 선지 등으로 식감과 시원한 맛을 더한다. 얼큰함은 양념장이 책임진다. 유명한 식당이 워낙 많아 골라가는 재미도 있다. 또 대부분 내장탕을 같이 판매하니 하나씩 선택해서 나눠 먹으면 즐거움과 맛은 2배가 된다.

한국인의 디저트 볶음밥
한국인의 디저트 볶음밥
바닷게를 이용한 제주 전통 음식, 겡이국
바닷게를 이용한 제주 전통 음식, 겡이국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써밋투어 [In to the 섬 시리즈 1탄 (제주도+5섬 트래킹 3일)]


제주 글·사진=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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