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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일렁이는 제주 오름을 만나다

  • Editor. 정영은
  • 입력 2021.10.26 15:41
  • 수정 2021.10.26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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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햇살보다, 가을빛이 어울리는 제주 오름을 만나다.

수크령에 물든 아부오름

●황금빛 수크령을 아시나요?
아부오름


오름이라는 존재가 유명세를 치르기 전부터 사랑받았던 오름, 그곳이 바로 아부 오름이다. 아부 오름의 인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오르기가 편하다.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어, 남녀노소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오름 중 단연코 일등이다. 오르기 쉽다고 풍광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분화구에 도착하는 순간 송당리에 위치한 높은 오름, 안돌 오름 등 매력적인 오름이 한눈에 들어와 압도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로마의 고대 원형경기장처럼 생긴 분화구는 삼나무로 빼곡히 채워져있어 신비함을 주고, 분화구를 따라서 만들어진 산책길은 때로는 숲길로, 때로는 탁 트인 뷰 맛집으로 변신해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산책로를 따라 피어 있는 수크령 
분화구에서 보이는 송당의 오름 풍경

여기에 가을이면 더해지는 아부 오름의 매력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수크령이다. 얼핏 보면 강아지풀을 닮은 수크령은, 가을 제주의 들녘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다. 가을 한낮에 아부 오름에서 보는 수크령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유독 수크령의 자태가 빛을 발하는 시간은 따로 있다. 바로 일몰시간이다. 한낮의 햇살을 가득 머금은 수크령에 일몰 빛까지 더해지는 순간, 황금빛으로 물드는 아부 오름은 그야말로 완연한 가을색이 된다. 유독 가을, 해 질 무렵 사람들이 아부 오름을 찾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164-1

앞마당 산책로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억새
앞마당 산책로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억새

 

●다음 가을에도 만나요
대록산


가을이면 유난히 붐비는 오름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의 서쪽에는 새별 오름, 동쪽에는 따라 비 오름이 있다. 하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 억새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오름이 있으니, 바로 대록 산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대록산은 큰사슴이 오름이라고도 불리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속설이 있다. 대록산 바로 옆 소록산(작은 사슴이 오름)과 함께 두 개의 모습이 사슴을 닮았다고 하여, 혹은 예전에 이곳에 사슴이 많이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록산은 유채꽃 플라자 방향으로 오를 경우 경사가 조금 있는 편이지만, 동쪽 입구로 이용 시 등산로가 완만하여 오름 초심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억새 뒤로 보이는 대록산
억새 뒤로 보이는 대록산
정상에서 보이는 억새 군락
정상에서 보이는 억새 군락

사시사철이 매력적인 오름이지만, 특히나 가을 대록산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은빛 억새의 일렁임 때문이다. 좌우로 탁 트인 오름 앞마당에 가득 핀 억새는 은빛으로 반짝이며 가을의 정취를 온연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정상에 닿지 않았음에도 가을빛에 일렁이는 억새밭이 그림처럼 펼쳐지니, 감탄사와 셔터 소리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상에서의 풍경도 놓칠 수 없다. 멀리 보이는 한라산부터, 따라비 오름, 영주산 등 동쪽의 대표 오름들을 볼 수 있으며, 대록산을 중심으로 곳곳에 피어있는 억새 군락에서 반짝임의 행렬이 이어진다. 그렇게 앞마당을 시작으로 정상으로 향하는 탐방로까지, 곳곳에 물든 가을의 반짝거림은 매년 가을, 다시 한번 대록산을 찾게 되는 마법을 부린다.

주소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68

억새에 폭 안겨 추억을 남겨보자
억새에 폭 안겨 추억을 남겨보자

●반전 매력으로 억새 홀릭
아끈다랑쉬오름


“아끈”은 제주어로 “작은”을 의미한다. 아끈 다랑쉬 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 오름 앞에 위치한 “작은” 다랑쉬 오름으로, 작다는 이름에 걸맞게 오르기도 편하다. 오름을 올라볼까, 마음먹었을 때 이미 정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다만 사유지라서 탐방로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 오르는 길이 좁고 비가 온 이후에는 미끄러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끈 다랑쉬 오름의 매력은 그저 겉으로 보기에는 티가 나지 않는다. 단연코 깊어지는 가을,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아끈 다랑쉬의 매력이 피어난다. 둥글게 형성된 분화구를 중심으로 어른 키만큼 자란 억새들이 가을 춤을 추는 모습은 정상에 오르지 않고서는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보이는 다랑쉬오름의 늠름한 자태
정상에서 보이는 다랑쉬오름의 늠름한 자태
억새로 가득찬 분화구
억새로 가득찬 분화구

억새에 푹 안겨 가을의 정취를 느꼈다면 그다음은 산책로이다. 능선을 따라 형성된 산책로는 평지로 형성되어 있어 사뿐히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오름의 분화구가 억새 풍경으로 꽉 차있다면 산책로는 다양한 풍경으로 다른 매력을 선사해 준다. 사방이 뚫려있는 산책로는 다랑쉬 오름의 늠름한 자태와 용눈이 오름의 아름다운 곡선미를 액자처럼 보여준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멀리 성산 일출봉을 감싸 안은 푸른 바다는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진다. 잠시 올랐을 뿐인데,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다니 그야말로 반전 매력의 오름이 아닐 수 없다.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2593


글·사진 정영은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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