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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이 가을의 끝에서

  • Editor. 미도
  • 입력 2021.11.11 17:10
  • 수정 2021.11.11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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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 김천을 여행했다.
어느 때보다 깊고 진하게,
김천의 매력에 한껏 물들었다.

직지사
직지사

 

Nature

●1,600년의 세월
직지사

직지사는 김천에서 가장 깊은 가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부작사부작, 절 마당 가득 떨어진 낙엽을 살포시 밟는다. 세상이 노랗고 벌겋게 물든, 그런 가을이었다. 툇마루 아래 정갈하게 놓인 스님의 고무신이 가볍게 비워낸 마음처럼 깨끗하다. 

직지사는 황악산(黃岳山)에 자리하는 사찰이다. 황악산의 황(黃)은 오방색 중에서 가운데를 의미한다. 실제로 황악산 직지사는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중추에 위치한다. 직지사의 창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중 신라 불교의 기반을 닦고 ‘도리사’를 창건한 ‘아도화상’이 직지사를 창건했다는 내용이 가장 대표적이다. 직지사의 역사를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사적비가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고요한 경건함, 그리고 계절과 섞여든 사찰의 모습에서 1,600년의 장구한 세월을 엿볼 뿐이다. 

직지사에는 총 4기의 석탑이 있다. 모두 단층의 기단이며 모두 외부에서 직지사로 옮겨온 석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직지사는 사명대사의 출가 사찰로도 유명하다. 사명대사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승병을 이끌고 왜구를 물리쳤다. 직지사에는 현재 사명대사를 기리기 위해 그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

 

직지사
주소: 경북 김천시 대항면 직지사길 95
운영시간: 매일 07:00~18:00
요금: 어른 2,5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김천 여행의 꽃
사명대사공원 & 직지문화공원


사명대사공원과 직지문화공원은 인근 직지사와 황악산을 연계한 공원이다. 직지문화공원의 경우 규모가 무려 2만1,400평에 달한다. 음악조형분수를 중심으로 대형 폭포는 물론 직지사의 계곡물을 그대로 공원으로 유입해 작은 계곡도 만들어놓았다. 

사명대사공원은 김천 여행의 꽃이다. ‘한국의 멋과 정취’를 느낄 수 있다. 16살이 되던 해 직지사로 출가해 승려가 된 뒤, 임진왜란 당시 승려들을 모아 일본군을 무찌른 사명대사의 이름을 땄다. 사명대사공원 중심에는 ‘평화의 탑’이 솟아있다. 

사명대사공원 평화의 탑
사명대사공원 평화의 탑

평화의 탑은 현재는 소실되어 과거의 기록들로만 짐작할 수 있는 ‘황룡사 9층탑’을 참고해서 만들어진 목탑이다. 41.5m로 국내에서 가장 높다. 사명대사의 정신과 평화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을 담았다. 

사명대사공원 한옥카페 ‘밀’
사명대사공원 한옥카페 ‘밀’

사명대사공원 내부에 위치한 한옥카페 ‘밀’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김천 포토스폿으로 손꼽힌다. 저녁쯤 방문해서 천천히 커피를 즐기며 야경을 기다린다. 평화의 탑의 조명이 가을밤을 기꺼이 밝힌다. 사명대사공원의 야경은 신라의 화려한 어느 밤을 연상케 한다. 

사명대사공원
주소: 경북 김천시 대항면 운수리 94-3

 

●풍류 가득한 못
연화지


봄이면 분홍색 벚꽃잎이, 가을이면 짙게 물든 단풍이 휘날리는 곳. 교동 연화지는 본래 조선시대 초 농업용수 관개지(灌漑地)로 조성되었던 저수지다. 솔개 연(鳶) 바뀔 화(嘩), 김산 군수였던 윤택이 이곳에서 솔개가 봉황으로 변해 날아오르는 꿈을 꾼 후 ‘연화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입구인 ‘조양문’을 지나면 ‘봉황대’ 향하는 돌다리가 등장한다. 봉황대는 선비들이 학문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 만든 정자인데, 1838년에 군수였던 ‘이능연’이 연화지 중앙으로 봉황대의 자리를 옮겼다. 봉황대의 원래 이름은 ‘읍취헌’, 김산 군수 윤택이 꾸었던 꿈에서 등장한 봉황이 날아간 방향이 기존 읍취헌 쪽인지라 정자의 이름도 ‘봉황대’로 고쳐졌다. 정자에 앉아 연잎이 가득한 호수를 가만히 바라본다. 살랑이는 바람이 마치 가을 노랫소리처럼 밀려온다. 

연화지
주소: 경북 김천시 교동



●수능 대박 기원
괘방령 주막


괘방령은 김천시 대항면에서 충북 영동군 매곡면을 잇는 고갯길이다. 과거 조선시대 당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영남지방의 유생들이 이용했던 길이기도 하다. 괘방령에서 가까이 위치한 고갯길인 추풍령을 넘어 한양으로 향하게 되면 ‘추풍낙엽’처럼 낙방한다는 속설 때문에 추풍령 대신 괘방령을 넘었다고 한다. 수능 날 아침에는 미역국을 피하는 이유와도 같겠다.

‘괘방(掛榜)’이란 단어는 과거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명단을 게시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괘방령에는 3.6km에 달하는 산책길과 장원급제광장, 기원 쉼터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해마다 치러지는 수능이 가까워지면 장원급제광장에 위치한 합격 기원 돌탑에 수험생과 가족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괘방령 장원급제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괘방령 주막을 만날 수 있다. 산초 향기 가득한 기름에 부쳐낸 두부, 매콤한 고추장 떡 등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안줏거리가 다양하다. 밑반찬은 전부 솜씨 좋은 안주인의 작품이다. 야외 좌석인 ‘무릉도원’에 앉아 식사를 즐기면 더더욱 좋다. 

괘방령 주막
주소: 경북 김천시 대항면 괘방령로 1024
영업시간: 매일 11:30~22:00(매주 둘째, 넷째 주 월요일 휴무)
가격: 장원급제전(산초두부전+매운장떡) 1만6,000원, 순두부 7,000원, 괘방령막걸리 6,000원

City


●코리아 트바로티
김호중 소리길


김천 어느 골목에 피어난 보랏빛 물결. 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주인공,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이야기를 담은 소리길이다. 김호중이 다녔던 김천예술고등학교부터 교동 연화지를 잇는 골목길 100m 구간에 김호중에 관련한 벽화, 포토존, 스토리보드 등 특색있는 조형물이 가득 설치했다. 

골목 전체가 보라색이다. 김호중 팬클럽 ‘아리스’의 상징이 보라색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호중은 학창 시절 가방을 어깨 메고 이 골목길을 무대 삼아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꿈을 키워갔다고 한다. 김호중의 숨결을 느끼고자 골목을 찾은 팬클럽 ‘아리스’의 열기가 뜨겁다. 비록 100m의 짧은 소리길이지만 ‘아리스’의 발길은 쉽사리 떨어지질 않는다.


김호중 소리길
주소: 경북 김천시 교동 820-2


●골목 박물관
자산동 벽화마을


수많은 이들의 터전이었던 마을 골목이 그림 가득한 박물관으로 재탄생되었다. 자산동 벽화마을은 벽화 산책길, 야생화 벽화길, 소원성취의 길, 시가 있는 오솔길, 야생화 벽화길, 최민호 산책길 등 총 다양한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최민호 산책길이 유독 눈에 띈다. 베이징올림픽 유도 60kg 금메달리스트 최민호가 김천 모암동 출신이다. ‘자산동’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크게 성내동, 모암동, 용두동, 감호동 등 총 4개의 동으로 구성된다. 

워낙 넓게 펼쳐져 있으니, 자산동 벽화마을 한가운데에 자리한 ‘자산쉼터’부터 산책에 나설 것을 추천한다. 계절과 상관없이 담장 가득 피어난 알록달록한 야생화를 거쳐 어린 시절 골목 놀이가 떠오르는 벽화까지. 어느 곳이던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산동 벽화마을을 걷다 ‘카페 자산’에 들러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좋다. 카페 자산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리모델링 한 곳이며 2020년 경상북도 건축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곳이다. 원목 나무와 흰색 색상으로 꾸며진 한옥에서 여유로운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

 

자산동 벽화마을
주소: 경상북도 김천시 자산동


카페 자산 
주소: 경북 김천시 자산3길 36
영업시간: 매일 12:00~19:00(매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cafe.jasan



●전국 대표 석쇠불고기
김천 배신식당


돼지고기는 전국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으니, 어느 지역의 ‘특별한’ 음식으로 각인되기 힘들다는 편견. 김천 배시내에 위치한 ‘배신식당’에서 깨졌다.  돼지고기는 지방에 많은 탓에 제대로 요리하지 않으면 느끼한 맛에 쉽게 질려버린다. 잘 양념하고, 잘 구워야만 그 맛을 최상으로 살릴 수 있다. 

배신식당은 무려 6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돼지석쇠불고기 전문점이다. ‘맛있다’라는 소리보다 ‘옛날 맛 그대로네!’가 어울리는 노포. 배신식당이 석쇠불고기는 소금, 양념, 딱 2가지 맛으로만 즐길 수 있다. 

국내산 암퇘지만을 사용하며 앞다리, 뒷다리, 갈비, 삼겹살을 모조리 섞어 쓰기 때문에 다양한 식감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 800도가 넘는 연탄에 재빨리 구워내 고기에서 불향이 가득 묻어난다. 하이라이트는 양념구이다. 새빨간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굽는데, 전혀 텁텁하지 않다. 직접 만든 고추장을 사용한다. 

배신식당
주소: 경북 김천시 감문면 배시내길 46
영업시간: 월~금요일 10:30~20:00(둘째, 넷째 주 화요일 휴무)
가격: 석쇠불고기(소금, 양념) 400g 1만7,000원

 

글 미도 트래비 객원기자, 사진 강화송 기자
*이 기사는 김천시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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