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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헌 미술평론가 - 그림으로 나를 돌아보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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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헌 미술평론가를 처음 만났던 것은 약 10여 년 전이었다. 물론 지면을 통해서였지만 그 만남은 무척 신선한 것이었다. 바로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 2>라는 그의 책을 통해서였다. 당시는 갓 사회에 입문해 혈기 왕성할 때여서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던 때였다. 이 책은 참으로 신선하고 호기심을 자극했다.

‘유럽을 간다’ 류의 가이드북이나 일반적인 기행문 류를 보다가 ‘미술관’이라는 특별한 테마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드물 때였기 때문이다. 이후 기행문이 90년대 말과 2천년대 들어서는 더욱 테마의 범위가 좁혀지고 깊어졌지만 당시로선 “(내가 기다렸던 것이) 바로 이거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반가운 것이었다.

그런 책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이 이제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을 맞아 개정판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니 다시 ‘반갑다고 해야 하나’, ‘세월의 빠른 흐름에 놀라워해야 하나’ 어리둥절할 뿐이다.


꼬마들도 함께 가는 가족 배낭여행 예찬

그런 감상을 만나자마자 이주헌 씨에게 풀어냈더니 이주헌 씨는 한술 더 뜬다. “그때 3돌 지난 꼬마가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됐다”고 말한다. 10년 전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을 떠날 때 이주헌 씨는 아내와 세 돌, 첫돌지난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녔었다. 그리고 지금은 ‘요즘 사람 같지 않게’ 네 아이를 뒀다.

미술평론가답게 미술을 테마로 한 기행문을 낸 것과 함께 이주헌 씨가 더욱 인상깊은 것은 아이들을 데리고 배낭을 메고 여행길에 오른다는 점이다. 10여 년 전에 두 아이를 데리고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중서부 유럽을 돌았고, 5년여 전에는 셋째까지 데리고 다섯 가족이서 그리스, 터키, 이집트, 이탈리아 등 지중해 지역을 돌았다. 이 여행의 기록을 담은 것이 <신화, 그림으로 읽기>다. 

“대강 목적지만 계획해놓고 항공권과 첫 번째 목적지의 숙소만 정해서 여행길에 오른다. 한 지역에서 얼마나 머무를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생도 좀 해야 더욱 기억에 남고 가족끼리의 정도 돈독해진다”는 것이 이유. 그야말로 공통의 추억을 통해 동지애와 전우애(?)까지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그가 꼽는 가족여행의 매력이다. 그 밖에도 평소 가장으로서 다소 소홀할 수 있었으나 함께하는 여행을 통해서 가족들에게 톡톡히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 그의 또 다른 가족 배낭여행 예찬론이다.

현재 그는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집필에 몰두하고자 얼마 전 학고재 화랑 관장 직함마저 버렸다. <유럽 미술관 체험> 개정판과 함께 ‘주부들이 일상의 애환을 그림을 통해 확인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신작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으로 감이 오지 않아 물었더니 “예를 들어 아이들이 아플 때 볼 만한 그림은 무엇인지 등을 얘기한다”고 말한다. 그 밖에 모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좌를 한다.

집필이든 강의든 일반인들과 미술을 서로 연결해 주는 역할이 바로 본인의 천직임을 믿고 있다. 그림 그리는 원래 전공은 잊고 있지만 말이다. 가족들과도 서슴없이 그 어렵다는 미술관 체험 여행을 떠나고 그 기록을 남기는 것도 쉬운 소재를 통해 친밀하게 미술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많은 이들이 아이들은 언제부터 여행을 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어렵고 정적인 미술관 여행을 어린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가능한가.

미술은 감성적인 것이다. 어린 아이라도 낯선 환경, 사물 등을 의식 속에 잠재적으로 담게 된다. 이것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힘이 되기도 한다. 감성은 무의식적으로 잠재되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고생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며 가족애를 쌓게 한다. 낯선 것을 체험하면 두뇌회전이 빨라지고, 예술과 여행은 무엇보다 창의력을 높여 주는 면에서 보면 최고다.

- 여행 갈 때 꼭 챙겨가는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일과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첩과 카메라다. 번잡해서 노트북은 갖고 다니지 않는다. 배낭여행하려면 기동력이 생명이다. 기타 관련된 책을 갖고 가기도 하고 현지에서 사기도 한다.

- 여행 간 곳에서 꼭 챙겨보는(하는) 것이 있다면.

미술관과 화가들이 살았던 집과 같은 미술 관련된 곳. 그러다 보니 다른 것은 뭐가 유명한지 모르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가족들과 첫 유럽 여행시 파리 상제리제를 지척에 두고도 걷지 못한 것을 두고 아내에게  두고두고 말을 듣기도 했다. 그 이후 재방문시에는 오히려 관심없어하더라. 어느 미술관을 어떻게 가는지는 알아도 몽마르뜨 언덕을 여섯 번째 파리를 방문 때 가 봤을 정도다.  

작품으로 예술가의 삶과 시대를 만나다

 

 - 미술관 투어의 매력은 무엇인가.

공간의 이동뿐만 아니라 시간의 이동이다. 미술을 통해 그 시대를 만난다. 그 시대를 고민한 사람(예술가)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점점 더 인기있는 것 같다.

- 여행 가서 꼭 챙겨 오는(사오는) 것이 있다면.

관련 책 외에는 아이들 선물이다. 아이들 선물도 미술관 등에서 산다. 미술관 아트숍 등에는 기발한 것이 많다.

 - 여행 가서 꼭 챙겨 먹는 것이 있다면.

스파게티를 즐겨먹는 편이다. 한국 음식 생각날 때면 보통 국물 있는 음식이 그리운 법인데 스파게티면 어느 정도 입맛을 달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뮬’이라고 홍합을 삶거나 구워먹는 프랑스 음식이다.

 - 가본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라고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가장 살고 싶은 곳은 프랑스 니스다. 그냥 낙원 같다. 일하면서 살고픈 곳은 파리다. 때론 야박스럽고 얄밉기도 하지만 낭만 있고 있는 그대로가 좋다. 여러 가지 면에서 자유롭고 해방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베네치아는 허니문처럼 아기자기한 낭만이 있어 좋다.

 - 앞으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아프리카다. 사막, 자연, 삶과 문화를 있는 그대로 체험하고 싶다.

 - 일년 평균 여행횟수와 여행시 동행하고픈 사람은?

1년 4~5회, 기간과 시기는 다 다르다. 1순위는 가족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내와 단둘이 가고프다. 올 여름도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 일을 고려해서 가까운 곳으로 가볼까 한다.

 - 본인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

일과 관련 있기도 하지만 바로 나를 찾고 만난다는 의미가 더 크다. 나와 다른 것을 비교해 나를 알아가고 우리 것을 알아가고 찾아가고 배운다.

 - 본인만의 여행 노하우가 있다면.

저녁에 목적지에 도착했을 경우 가족이 있다면 파출소 앞에 가족들을 두고 혼자 숙소를 찾으러 간다. 지방 소도시나 마을에서는 B&B(Bed and Breakfast: 일명 민박집)에서 머무를 것을 권한다. 그곳의 일상적인 모습과 문화를 접하기에 그만이다. 어려운 듯해도 여행에서는 구하고자 하면 다 구해지더라.

 *미술평론가 이주헌 씨(45)는 홍익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한겨레 신문 문화부 기자, 가나아트 편집장, 학고재, 아트스페이스 서울 관장 등을 거쳤다. 현재 타이틀은 미술평론가. 저서로는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2>, <내 마음 속의 그림>, <미술로 보는 20세기>, <신화, 그림으로 읽기>, <프랑스 미술 기행>, <느낌이 있는 그림이야기>, <화가와 모델>, <엄마와 함께 보는 세계의 미술> 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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