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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로버트 할리-억수로 웃기는 경상도 남자를 만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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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 같은  

사투리는 토속적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일까.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할리와 얘기를 하다 보면 ‘이야 진짜배기 한국인이네’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귀화한 지 8년. 완전한 한국인이 되기 위해 이름도 한국식으로 ‘하일’이라 바꿨다. 말이 8년이지 1979년부터 한국 생활을 한 햇수를 따지면 27년이나 됐다. 무척이나 ‘우문’이었지만 한국 생활이 어떤지를 물었다.


“한국은 깊은 역사가 억수로 재밌고 신기하고예. 정이 많고 노는 걸 좋아하는 민족이라 한국에 와서는 하루도 심심할 날이 없었으예. 아줌마들 돈 모아서 같이 여행가는 것도 그렇고 어디에서든 노래와 춤을 즐기는 흥을 아는 사람들이라예.”


미국에 있을 때만 해도 놀 것도 할 것도 많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한국의 다양한 놀이문화를 만나고는 오히려 미국에서의 생활이 단조로웠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웃기는 변호사

 

우리에게는 방송인으로 더 잘 알려졌지만 사실 로버트 할리의 본업은 국제변호사다. 처음 방송활동을 시작할 무렵 김미화가 KBS에서 <이 밤의 끝을 잡고>라는 콩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매주 남편이 바뀌던 프로그램이었는데 할리가 그녀의 남편 역으로 한 번 출연했었다. 이튿날 그가 근무하던 법률회사의 사장이 그를 불러 “어떻게 변호사가 체신머리 없이 그런 코미디 프로에 출연하냐”며 버럭 화를 냈다. 핀잔을 듣긴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직업을 막론하고 유머를 갖고 위트 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어릴 때부터 집안의 분위기이자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그때 제가 방송출연 한다고 뭐라카던 선배 변호사들 중 국회의원이 된 사람도 있는데 선거운동 때는 한 번 도와달라카는 거라예. 그래서 가서 재밌게 연설도 하니까 너무 좋아하는 거라예. 지금은 내가 웃기면 좋아하는데 옛날엔 왜 안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예.”

 

ⓒ 트래비

 

여행 이야기, “할리가 추천해 드려예~”

 

KBS 프로그램 <고향은 지금>에 출연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거의 다 가봤다. 그뿐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드라이브도 자주하는 편이라 ‘국내여행’은 빠삭하다. 촬영차 가는 여행이라도 좋은 여행지를 만나면 ‘아, 식구들 데리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을에는 내장산, 월출산, 해인사에 단풍 구경하러 가고예. 예전에 무주에서 유니버시아드 사회를 봤는데 와 진짜 억수로 좋아예. 주변에 음식점도 좋고 호텔도 너무 으리으리해서 식구들 생각이 억수로 났어예.”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매서운 한파가 계속되는 이때, 독자에게 ‘정동진’에서 겨울 바다의 낭만을 만끽해 보라고 추천한다. 정동진은 유명한 여행지이지만 다녀온 여행자들이 정작 가면 볼 게 없다는 원성이 자자한 곳이기도 하다고 말하자 “이상하네, 그 사람들은 그 겨울 바다 해 뜨는 거랑 해변가 레스토랑에서 밥은 먹었대예? 허 이상하네”라고 말한다. 기차 타고 보이는 바다에서부터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해돋이의 장관, <모래시계>의 여운이 남는 장면 장면 등 정동진 예찬이 시작된다. 특히나 해지는 바다만 보아 온 미국 서부 출신인 그에게 해 뜨는 광경은 신기하기만 했을 것이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휴양지를 좋아한다. 6년 전 미국에 살고 있는 부모님과 할리의 가족이 하와이에서 만나서 즐겼던 여행은 마치 ‘에덴동산’에 온 느낌이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특히 마우이족의 ‘하나(HANA)’라는 마을로 가는 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라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설명한다. 그 길은 폭포, 정글, 바다까지를 볼 수 있는 천국 같은 곳이었단다. 


비록 출장으로 갔지만 인도도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곳이다.
“어렸을 때 내가 살던 곳이 캘리포니아 쪽이었어예. 주위에 인도 사람들이 많이 살았는데 카레 냄새가 억수로 싫은 거라예.”


그래서 회사에서 선박회사 계약 건으로 인도로 출장을 가라는 지시가 떨어졌지만 당연히 내키지 않았다. 심지어는 기내식도 믿을 수가 없어 먹지 않았다고. 하지만 막상 도착한 인도는 너무도 신비하고 경이로운 곳이었다. 특히 인도 사람들의 휴양지인 남인도 케랄라주의 코친 지역은 할리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강조할 정도로 너무 좋았다.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남인도의 분위기와 강과 바다가 동시에 내려다보이는 호텔, 포르투갈 풍의 마을, 힌두사원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다. 그 후에는 인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회사에서 인도 출장 얘기만 나와도 “무조건 좋아! 좋아!” 하게 됐다.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영국

 

“보통 사람들은 유럽에서도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가고 싶어하지만 저는 이다도시를 알기 때문에 프랑스는 이미 일주를 한 것 같아예. 지는 영국에 가서 내 조상들의 숨결을 느껴 보고 싶어예.”


자신의 ‘뿌리’를 소중히 여기고 현재 속해 있는 대한민국을 너무 사랑한다는 로버트 할리를 통해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을 발견한다.


“여행을 통해 쉬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추억도 만들지예. 뉴델리에서, 코친에서 보낸 즐거웠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게 추억이거든예. 그래서 살아가며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려고 여행을 떠나는 거지예.”


여행을 통해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추억으로 행복해지는 것. 우리 모두가 꿈꾸는 ‘여행’의 소박한 의미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할리가 함께 여행 가고 싶은 사람은?

“요새 에픽하이의 타블로한테 머리 좋다, 영어도 잘 한다고 칭찬들을 많이 하는데 저도 타블로가 궁금해예. 한 번 여행하면서 확인해 보고 싶어예.” 하지만 할리의 진심은 따로 있었다. “사실 오래 전부터 김완선씨 팬이었어예. 목소리도 너무 섹시하고 억수로 멋있어예. 얼마 전에 <스타 골든벨>에서 고백했어예. 내 이상형이라고.” 달려가 김완선의 손을 덮썩 잡았던 것이 맘에 걸렸는지 “그래도 우리 마누라가 최고라예”라는 접대 멘트(?)까지도 빼놓지 않는다.

 

*할리의 맛 지도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은 부대찌개와 낙지볶음. 부산의 조방낙지랑 무교동의 우정낙지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할리가 가장 즐겨 먹는 음식. 대표적인 매운 요리, 멕시코 음식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여의도 역 근처의 ´라살사로카´라는 맥시코 음식점은 한국에서 가장 좋은 식당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태원의 ´타코´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타코를 값싸게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30명 정도가 줄지어 기다리는 이 조그만 가게의 타코는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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